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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학가 산책] 나와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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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숙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2-21 09:03 조회1,72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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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cf1d4e8d2b876d92617e97ca44a1d03_1582304626_5981.jpg정숙인 /수필가 (캐나다한인문학가협회 회원) 

 

 

 

새해가 되면 평소에 계획없이 살던 사람도 올해는 무엇을 계획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한 번쯤은 생각하게 된다. 작심삼일이 되지 않기를 바라며 실천할 계획을 떡하니 눈에 제일 잘 띄는 냉장고에 붙여 놓고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본다. 번쩍해서 일, 이월이 가고 춘삼월이 될 때면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펄럭거리는 그것에 눈길은 자동으로 향하고 실천하지 못하는 마음은 점점 무겁고 부담스러워 보이지 않는 곳으로 슬쩍 치우게 된다. 이쯤되면 세웠던 계획중에서 겨우 한 가지나 실천하고 있을까 말까한 상황이다. 여름이 되기도 전에 그 존재는 아예 뇌리에서 지워져 까맣게 잊고 있다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기나긴 여름을 만끽하며 계획과는 전혀 무관한 삶으로 살다가 서늘한 바람이 부는 가을 끝녘을 맞곤 한다. 거리에 형형색색의 전구들이 불을 밝히고 옷깃을 여미는 찬바람이 불어닥칠 때 쯤에야 비로소 마음 한 구석이 영 불안하고 찜찜한 심정으로 한 해가 또 가고 있구나 탄식하게 된다. 연말에 이르는 시점에서 한 해를 돌아보고자 연초에 세웠던 계획이 무엇이었더라 찾을라치면 그것은 이미 그 어디에도 없다. 분명히 여기 붙여놨었는데 중얼거리며 부엌을 샅샅이 뒤지다 냉장고 밑에서 먼지와 함께 나뒹굴고 있는 초라한 그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 몰골이 마치 나 자신 같아 절로 시무룩해진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는지 또르르 말리고 과자처럼 바삭하며 손에 잡힌다. 그제서야 가슴가득 수치심이 들고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 앞으로 무슨 일을 성실하게 할 수 있을까 싶어 참으로 창피했다. 자신의 발전을 위하여 심사숙고하여 세운 계획을 실천하지 못해 오히려 도태된 결과를 보고 있자니 낙심천만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새해가 왔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했다. 올해는 단 한 가지 계획만을 세우고 노력해보자 다짐한다. 신년 아침을 보러 밖을 나서는데 말을 아끼자는 문구가 또르르 굴러나와 내 앞에 선다. 언젠가 지인이 보내온 말중에 나이가 들수록 말을 아끼라는 문구가 있었다. 말을 줄이고 꼭 필요한 말을 하며 살아보리라. 찬란한 새해의 기운을 받으며 가슴에 싹튼 소망이 쏘옥하니 맘에 들었다. 새로운 소망을 품으니 보이는 모든 것들이 청량했다. 찬 공기가 수줍게 살포시 입맞춤을 하였다. 새벽 미명의 어슴푸레 남아있던 푸른 빛이 얼른 품으로 파고 들며 포옹을 한다. 그런 푸름을 모두 가지고 싶어 두 팔 벌리고 한아름 품어본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둠에서 환한 곳으로 발자국을 내딛는 그것은 푸르며 너울거리는 흰 옷을 입고 내려다보고 있다.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지난날의 아픔과 어려움을 모두 뒤안길에 묻고 힘찬 발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소망을 붙안고 살아가려면 무엇보다 기운이 충만하여야 한다. 힘세고 좋은 기운이 있어야 품은 소망을 지킬수가 있는 것이다. 기운이 충만하려면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 긍정의 생각은 정신을 무장시킨다. 정신이 건강하려면 반드시 육체가 건강해야 한다. 어느 것 하나를 떼어놓고 건강할 수는 없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상태에서 뿜어나오는 기운은 타인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말을 아끼고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생활하여 타인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새해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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