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한국의 입시 재수생들을 보며 > LIFE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LIFE

리빙 | [독자투고] 한국의 입시 재수생들을 보며

페이지 정보

작성자 류제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2-21 09:10 조회2,446회 댓글0건

본문

밴쿠버 도서관

                                     

지금 한국에는 대학 입시 전형이 거의 마무리되고 다음 달에 신학기가 시작된다고 한다. 한국에서 재수 입시 학원에서 25년 동안 일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캐나다에 와서도 한국의 대입 관련 뉴스가 나오면 관심 있게 보게 된다.

 올 2020 대입 수능 지원자 수는 54만 8734만명이었다고 한다. 내가 대입 학력고사를 치르던 1987학년도에는 대입 지원자의 수가 약 90만명 정도였다고 하니 나 때와 비교해 보면 대입 지원자의 수가 엄청 줄어들었음을 알 수가 있다.  출산율 감소로 인해 학령 인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조만간 대학 입학 정원보다 지원자 수가 적어져 수치상으로 보면 이제 한국의 대학은 지원하는 모든 수험생들이 들어 갈 수 있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수능 시험을 다시 보겠다고 하는 재수생(두 세번 이상 보는 N 수생 포함) 비율은 갈수록 늘어나 2020 수능 지원자 중에 네 명 중 한 명이 재수생 등 졸업생이라고 한다. 내가 한국에 있을 때도 강남에 있는 고등학교 출신 학생들이 재수하는 비율은 25%가 훨씬 넘는다고 들었었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고등학교 졸업하면 좋은 대학이나 학과에 들어가려고 몇 번씩 수능을 보고, 대학 졸업해서는 공무원 되려고 공무원 시험에 몇 년 씩 매달리는, 한마디로 아까운 청춘을 객관식 시험 준비에 허비하고 있다.

 이렇게 대입 시험이나 공무원 시험에 많은 사람들이 매달리는 것은 개인 뿐 만이 아니라 국가적으로 봤을 때도 커다란 에너지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재능과 적성에 맞게 학과와 직업을 선택해야지 너도 나도 좋은 대학 가겠다고, 의사 되겠다고, 공무원 되겠다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학원에 가서 하루 종일 앉아 객관식 시험 문제만 풀고 있으면 한국 사회의 미래는 결코 밝지 못할 것이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부터 대학 입학 전형이나 대학 학사 관리 시스템은 대학 자율에 맡겨야 된다고 늘 주장해 왔다. 즉 수능 점수만 가지고 학생들을 뽑지 말고 각 대학이나 학과에서 자유롭게 입시 전형을 정하여 각 대학이나 학과의 특성에 맞게 필요한 인재를 뽑으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능 점수가 높지 않더라도 과학 분야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으면 의대나 물리학과에 합격시키면 되고 글을 쓰는 데 특별한 재능이 있으면 국문과에 합격시키면 되는 것이다. 꼭 수능 점수만 가지고 당락을 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대학 입학 후에도 학교에서 철저하게 관리 감독하여 학생이 대학에 들어와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낙제를 시키거나 졸업을 못하게 하는 방식을 취하면 되는 것이다. 

 혹자들은 한국 대학에 자율을 맡기면 실력 없는 사람도 부정으로 대학에 입학할 수 있고 대학 입학 후에 공부를 하지 않아도 졸업장을 주고 있지 않느냐며 대학을 어떻게 온전히 믿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지만 부정과 편법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행태이다. 

 나의 주장은 대학에 입학과 학사 관리를 자율적으로 맡기고 정부는 부정과 편법이 일어나는지 엄격하게 관리 감독하면 하면 된다는 것이다. 편법과 부정이 발견되면 그 대학과 학과에 무거운 처벌을 내리면 되는 것이다. 대학은 실력 없는 학생을 뽑으면 대학 스스로 파멸의 길을 걷는다는 걸 깨달으면 감히 부정한 방법으로 학생들을 입학시키지 못할 것이다. 

 만약에 대학이 양심과 정의에 거슬러서 실력도 안 되는 학생을 의대에 합격시켰다고 치자. 그 학생은 의대 공부를 따라가지 못해 졸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설령 또 다른 부정으로 의대를 졸업했다고 치자. 그 학생은 의사 자격증 따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 또 의사 자격증 시험까지 유출하여 의사 시험에 합격해서 의사가 되었다고 하자. 사람들이 그 의사를 신뢰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학생의 삶은 정녕 행복한 삶일까?

  이 곳 캐나다 대입 제도를 알아보니 대부분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이나 학과에 들어갈 수 있지만 대학을 졸업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한다. 한국 유학생들도 캐나다 대학에는 쉽게 들어갈 수 있지만 공부 쫓아가는 게 어려워 많은 학생들이 중도에 포기한다고 한다.

 한국 대학 입시 제도는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정부는 대학 입학 전형에는 일체 관여를 하지 말고 부정을 저질렀는지 철저히 관리 감독하면서 만약 부정이 발각되면 이를 엄하게 처벌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다. 대학도 정부도 정의와 양심을 가지고 자율적인 입학 전형과 학사 관리를 시행한다면 한국의 대학 입시 광풍은 의외로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한국에서 수험생들이 수능 점수 1점 더 받으려고 재수 학원에 가서 하루 종일 객관식 문제만 풀며 아까운 청춘을 허비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시간에 한국의 젊은이들이 자유롭고 창조적인 생각과 활동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 세상이 올 때 한국은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인재들이 입시 학원에만 갇혀 있는 한 한국에 밝은 미래는 없다. 이제는 한국의 젊은이들도 철학적이고 과학적으로 사유하고 행동해야만 한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LIFE 목록

Total 5,754건 1 페이지
게시물 검색
회사소개 신문광고 & 온라인 광고: 604.544.5155 미디어킷 안내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상단으로
주소 (Address) #338-4501 North Rd.Burnaby B.C V3N 4R7
Tel: 604 544 5155, E-mail: info@joongang.ca
Copyright © 밴쿠버 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Developed by Vanple Netwroks Inc.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