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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바다건너 글동네] 내 마음속의 정이품 송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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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완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3-05 09:17 조회2,01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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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f287581f8fed994593bd8f373dc4989_1583428608_1284.jpg민 완 기

사> 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1.

  

반목사님을 한글학교 행사 관련일로 처음 뵙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월목회’라는 이름의 골프 모임에 초청을 받아 목사님을 모시고 함께 운동을 한 적이 있었다. 목사님댁이 집에서 가까운 관계로 ride를 위해 목사님 댁을 방문하니 이미 준비를 마치시고 기다리고 계셨는데, 골프 백이 너무 가벼워 보여 헤아려보니 백안에 채가 대 여섯 자루만 보였다.

“14개의 채가 다 필요하지 않아요. 잘 맞는 채 몇 자루로 운동을 합니다.”

규정된 숫자의 절반 이상을 비워내고, 그저 좋은 벗들과 함께 건강을 위해 운동하신다는 말씀을 들으니 골프백의 빈자리가 오히려 넉넉해 보였다.

도착하여 함께 운동할 분들과 수인사를 나누고 체크 인을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데 목사님께서 일행 분들에게 물어보신다.

“오늘 병과는 어떻게 됩니까?” 보병으로 할까요? 포병으로 할까요?”

일행은 모두 웃으며 풀카트를 끄는 보병과 파워카트에 올라탄 포병으로 나뉘어 졌고, 그날 목사님은 아마 포병사령관을 맡으셨던것 같다.

 

그 날의 성적이 어떠했는지는 잘 기억할 수가 없지만 지금도 또렷이 떠오르는 일은 몇 번째 홀이던가 아주 늠름하게 잘생긴 캐나다 삼나무 옆을 지나시며,

“저 나무의 이름은 ‘정이품 송’ 이라고 합니다. 모양과 기품이 가히 그리 불려 질만 하여 내가 그리 부르지요.” 하고 설명을 해주신 장면이다.

그 모습이 너무도 인상적이었는지 그 날 이후로 내게는 목사님과 정이품 송의 모습이 항상 오버랩 되어 떠오르는 나만의 비밀이 있다.

 

2.

 

문학이 지극히도 개인적인 고통의 산물인 것이야 상식적인 이야기이지만, 개인적 차원의 도락에서 뜻을 함께 하는 이들이 서로의 작품을 함께 읽고 토론하는 가운데 좀 더 한 단계, 글의 지경을 넓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취지에서 작은 소그룹 모임을 한동안 갖게 되었다. 모임의 명칭도 없이 그저 Northview 골프 클럽 하우스에 오전 일찍 모여 커피와 아침식사를 나누며 각자의 작품을 읽고는 서로의 느낌을 이야기 하다가, 바쁜 사람 순으로 자리를 떠나는 참으로 순수하고도 순전한 문학애호 모임이었다.

그 모임에 좌장으로 참석하셔서 작품에 대한 평과 아울러 문학이 감당해야 할 여러 가지 몫까지 제시해주시던 목사님의 열정이 새삼 그리워 진다.

 

“한 문장 안에 반복되는 어휘와 조사의 사용을 피해야 합니다.”

“글은 단락이 우선입니다. 단락을 세우는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제목의 호수는 14-15포인트, 이름은 12포인트, 본문은 10포인트 크기로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필에는 철학과 위트와 웃음이 있어야 합니다.”

“쓰려는 내용가운데 30%는 오히려 감추어져 있어야 합니다. 너무나도 환히 드러난 작문은 읽는 이의 감동을 빼앗아 가지요.”

 

뼈대를 세워가는 것은 결국 ‘기본’ 이고, 이 세상에 그 ‘기본’을 넘어서는 진리가 과연 있을까 생각해본다.

담담하게 그러나 또박또박 열정으로 말씀하시던 그 한 구절 한 구절 들이 목회자로서, 문인으로서, 인생의 대 선배로서 그야말로 보석과 같은 지혜와 통찰의 산물이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늘 그래왔듯이 목사님은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내 마음속의 영원한 ‘정이품 송’으로 남아계시리라 확신한다.     

 

부기: 늘샘 반병섭 문학상이 2020년 제정된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하고, 그 기쁨을 목사님과의 추억담에 담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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