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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아찔했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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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현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5-20 08:28 조회2,25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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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8783364_2awnIzjx_e5e79fecc5e49551c7a64e4c7c1a652f4470f3a0.jpg이현재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친구 둘이 기차여행을 하고 있었다. 친구 하나가 몸이 근지러워 손을 넣어보니 이가 한 마리 잡혀 나왔다. 앞 친구 보기가 민망해진 그는 이를 얼른 바닥에 던지며 말했다.

 "에이 젠장! 이인 줄 알았잖아"

앞 친구가 그걸 주워보고 다시 집어 던지며 말했다.

 "에이 녠장! 이가 아닌 줄 알았더니......"

 

  80년대 초, 화양리에서 신월동까지 출퇴근을 했었다. 화양리에서 전철을 타고 시청에서 내린 후 좌석버스로 갈아타고 신월동까지 가는 식이었다.  어느날 시청에서 내린 후 버스비를 꺼내려다가 지갑을 안 가져온 것을 발견했다. 옷을 갈아입느라고 전철 정액권은 챙겼는데 지갑은 빠뜨린 거였다. 난감했다. 다시 집을 갔다 오자니, 지각할 것이 뻔했다. 근처에 약국 간판이 보였다. 무조건 들어갔다. 종업원이 뭘 도와드릴까요? 라고 물었다. 평소 숫기가 별로 없던 나도 놀랄 만큼 당당하게 말이 나왔다.

 " 5백 원만 빌려주세요. 옷을 갈아입느라고 지갑을 안 갖고 나와서......"  

 말쑥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신사가 5천 원도 빈대떡도 아닌 5백 원을 빌려 달라니 종업원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커튼 뒤에서 주인인듯한 남자가 나오다가 직원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더니, '빌려드려' 라고 혼쾌히 말했다. 거북선이 그려진 5백 원짜리 동전을 받아 들고 좌석버스에 올라 무사히 출근을 했다.(당시 요금 350원) 퇴근 때 케이크 하나를 사 들고 다시 약국을 들렀다. 주인은 보이지 않았고 한사코 사양하는 직원에게 빌린 돈과 케이크를 전달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1985년경 A경영대학원 서류전형에 합격한 후 면접시험을 보게 되었다. 직장에서 MBA를 따면 인사고과 가점을 준다고 하기에 몇 달 전에 신청을 했었다. 당시 자동차를 산 지 얼마 안 되어 운전이 서툴렀고 집에서 대학원까지 가는 길은 딱 한 군데밖에 몰랐다. 그나마 지도를 보고 몇 번 도상연습을 하고 실수하지 않기 위해 면접 며칠 전 시험적으로 한번 다녀왔다. 면접 당일 호기 있게 차를 몰고 강변도로로 진입했다. 유일하게 아는 길이었다. 그런데 진입로를 조금 지나니 바리케이드가 보였다. 경찰이 경광등을 흔들며 다른 길로 우회하라는 사인을 보냈다. 멀리 서울 국제 마라톤대회를 알리는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었다. 아는 길이 이 길뿐이라고 경찰에게 통 사정을 했지만 그런 사정이 통할 리 없었다. 낯선 길로 빠져 여기저기 묻고 물어 겨우 대학원에 도착하니 이미 약속 시각이 두 시간이나 지났고,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마지막 사람 순서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들어가니 담당 교수가 책상을 정리하고 있다. 늦어서 죄송하다고 말하고 겨우 면접은 보았는데 담당 교수는 이번 경쟁률이 삼 대 일이 넘는다며 '글쎄요 어찌 될지 모르겠네요......' 하며 일어섰다. 우여곡절 끝에 나중에 다행히 합격은 되었는데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2년이 지난 후 졸업시험을 치루었는데  한과목이 F 학점이 나왔다. 그것도 가장 자신이 있던 회계학이었다. 은근히 만점을 기대했던 과목이라 충격이 컸다. 담당 교수를 찾아가니 더욱 충격적인 말이 들려왔다. 내 시험지가 없다는 것이었다. 즉, 시험을 보지 않은 것으로 간주하여 F 학점으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이리저리 항의하고 읍소도 해 보았지만, 시험지가 없다는 데야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대학원과 나는 인연이 없는 것인가...... 참으로 씁쓸했다. 결국 나중에 재시험을 치른 후 학점을 취득하게 되었다.

 

 총각 때 충무로에 있는 J 은행 본점에서 우이동 독신자 합숙소까지 버스를 타고 다녔었다. 충무로에서는 거의 빈 차로 출발해 대부분 자리를 잡고 가는 편이었다. 그날도 자리에 앉아 신문을 보면서 몇정거장을 지났는데  젊은 임산부 하나가 내 앞에 섰다. 얼른 일어나 자리를 양보했다. 손잡이를 잡고 창밖을 보고 있는데. 옆에 서있던 중년 아줌마가 나한테 들으라는듯이 한마디 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어른에게는 자리 양보를 안 하고 아가씨들에게는 잘하네. 쯧쯧......"

무슨 소리인가 싶어 자리를 양보한 임산부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식은땀을 흘리며 얼른 버스를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사실은 임신한 배가 아니라…… 살이 좀 많은 배였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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