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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 [캐나다에서 쓰는 일기] 성당 문이 다시 열리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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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제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6-01 07:54 조회1,93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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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스 거주  독자 류제석


# 1


드디어 두 달 만에 성당이 다시 문을 열어 감격적인 미사를 보게 되었다. 미사 전 공지를 통해 신도 수를 50 명으로 제한했는데 20 여 명이 미사에 참석하여 자리는 여유가 있었다. 개인 의자를 2 미터 간격으로 배치하여 개인 간 거리를 유지하면서 미사를 드렸다. 우리 부부는 미사 시작 30분 전에 미리 도착하여 묵주 기도를 드리면서 오랜만에 묵상의 시간을 가졌다. 두 달 동안 집에서 온라인으로 미사를 드렸지만 직접 성당에 와서 미사를 드리니 마음이 설레었다.


# 2 


미사를 드리고 집에 오니 아내가 오늘 신부님 강론 말씀이 너무 좋았다고 하면서 가슴이 뭉쿨하다고 눈시울을 붉힌다. 나는 어떤 내용의 강론이었는지 아내에게 물었다.

( 나는 영어가 짧아 신부님의 강론 말씀을 온전히 다 이해하지 못한다. 오늘도 나는 * You are not alone. I wiil be with you만 제대로 들렸다.) 


# 3


미국 어느 조그마한 마을에 Carpenter라는 의사가 있었다. Dr. Carpenter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는데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잘했고 총명한 아이였다. 그 아이는 자라 명문 의대를 들어갔고 장학금을 받으면서 공부를 했다. 졸업 후에는 유명한 여러 종합 병원에서 오라는 제의가 있었지만 그는 다 뿌리치고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는  고향으로 돌아가 마을 사람들을 위해 헌신적인 의료 봉사를 하였다. 그는 그것이 하느님이 주신 ‘소명’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게 그는 한 평생 마을 사람들의 병을 치료하였고 자기 ‘소명’을 다했다. 그가 살고 있는 집이 곧 병원이었는데 진료 시간이 지난 밤에도 그는 ‘Dr. Carpenter is upstairs’라는 푯말을 붙여 놓고 항상 마을 사람들을 맞이했다.

세월이 흘러 그는 자기 소명을 다하고 평온하게 눈을 감았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추모하면서 묘비명을 지어 주었다.

“Dr. Carpenter is Upstairs!”  


# 4


   묵묵히 자기 ‘소명’을 다하면서 남에게 베푸는 삶을 산다는 것은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내가 사는 테라스시에도 조용히 봉사활동을 하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분들이 있다. 2000년도부터 Skeena Diversity(지역 공동체 모임) 운영하면서 소수 이민자의 권익을 위해 많은 수고를 하고 있는 샤샤도 우리에게는 소중한 친구이고, 그 모임에서 이민자들을 위해 영어를 가르치고 계시는 아디야 선생님도 묵묵히 자신의 소명을 다하시는 분이다.

그리고 인도에서 오신 테라스 성당 신부님도 우리 부부에게는 정말 고마운 분이시다.

 

# 5


지난 달 어느 저녁에 우리 부부가 산책하고 있는데 멀리서 누가 우리를 부르는 것이다. 누군가 하고 돌아봤더니 신부님이 우리 쪽으로 달려오시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 반가웠다. 지난 달에는 성당도 폐쇄하여 미사를 드릴 수가 없을 때였는데 신부님을 길가에서 뵙게 된 것이다. 신부님께서는 항상 우리 부부를 생각하시며 우리가 잘 지내는지 걱정하셨다고 한다.

신부님께서는 작년에 우리 부부가 캐나다 생활이 많이 힘들었을 때 큰 용기와 위로를 주신 분이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작년에 신부님의 기도가 아니었으면 우리는 이 곳 생활을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다.

 신부님과 우리는 전화 번호를 교환하고 헤어졌는데 신부님께서 밤에문자를 보내셨다.

 ‘코로나에 건강 잘 챙기고 혹시 누군가 인종 차별적인 행동을 한다면 바로 연락을 하라’고….

 신부님께서는 지금도 매일 아침 우리 부부에게 문자를 보내신다. 

우리 부부는 매일 매일 감동을 받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너무나 고마운 신부님이시다.


# 6


 나도 나에게 주어진 ‘소명’이 무엇인가를 매일 생각한다. 신(GOD)은 나에게도 어떤 ‘소명’을 주실 것이다. (아니, 벌써 주셨는데 내가 깨닫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캐나다에서 생활하면서 나에게 주어진 ‘소명’이 무엇인지를 꼭 알아낼 것이고, 나는 남은 삶 동안 그 ‘소명’에 따라 잘 살아가다가 Dr. Carpenter 같이 평온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하늘나라로 가고 싶다.


PS:   삶은 ‘소명’을 다하여 살아내는 것이다. (Cecilia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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