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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한식 세계화에 대한 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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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은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6-03 09:22 조회1,24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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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58783364_POofN5ZX_40884aafd35fc9bebf2c8223aeef04e2ef0738f9.jpg 이은세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한국음식이 세상에서 가장 자연 친화적이고, 영양이 많고 균형적인 음식이란 것은 이미 오래 전에 미국에서 증명해준 것이고, 그들도 나름 한국음식을 미국인들 입맛에 맞추는 퓨전화에 상당한 노력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오래전에 비빔밥도 개발했는데 영양학적으로는 최고였지만 정서나 입맛에 실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스포츠 중계를 하러 다닐 때는 보통 한 달에 20일 이상, 무주 전주 동계 유대회는 무려 150일간 출장을 갔을 정도였다. 어느 지역은 출장을 오래 가도 별 무리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입이 호사를 한다. 반대로 어느 지역은 서로 장기 출장을 가기 꺼려할 정도다. 각 지방 나름의 풍토 때문에 그들의 음식이 그 지역에서는 선호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단순 비교할 것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도시 사람들은 생선을 자주 먹으면 통풍이 걸려도 바닷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입을 호사시키는 음식들도 자주 먹으면 곧 물리게 된다. 포항에서 한달이상 중계를 해야 해서 고민을 하다가 의견을 모아 한국의 대표적인 김치찌게를 30명이 하루 반드시 두 끼니를 먹으며 시험했다. 복 집을 하시는 분이 자신 있다고 해서 특별히 요리한 김치찌게를 시식을 한 후 우리의 요구사항을 보완하여 실험을 했다. 중간에 다른 방송사 팀도 알게 되어 자기네도 동참을 하여 40 여명이 아무도 안 물리는 우리 음식임을 확인했다.


몇 년 뒤 가족들과 새해 일출 맞이를 하러 호미곳에 갔다가 찾아가니 업종이 바뀌어 있었다. 복 집을 김치찌게 집으로 바꿔 볼 생각조차 안 해 봤었다고 했다. 40 여명이나 되는 손님들이 스스로 해 준 실험 덕분에 자신을 얻었다고 했다.


해외 여행이나 출장을 가면 더 더욱 음식 때문에 고생을 하는데, 태국의 국제행사를 마치고 싱가폴에 갔을 때 음식의 국제화란 생각을 제대로 할 기회를 가졌다. 한국음식점에서 잔 일하던 중국 청년이 다민족 국가인 싱가폴에 맞는 불고기 집을 연 곳을 가게 되었다. 택시기사에게 한국음식이 먹고 싶다고 했더니 덥석 데려다 줘서 만난 행운(?)이었다.


밖에서 100 미터쯤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린 뒤 에야 좌석을 배정받으니 주인이, 한국분이시면 입맛에 안 맞을 것이라며 한국 전통 음식점으로 가시라고 정중하게 권유를 했다. 김치는 양배추 겉절이에, 불고기는 너무 달달해서 정말 우리에게는 안 맞았다. 결국 반도 못 먹고 그들이 불러 준 택시를 타고 한국 식당으로 갈 때도 싱가폴 젊은 이들은 아직도 길게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식집에는 주말임에도 영사관 직원, 상사원, 그리고 입맛을 잃어 소주나 한 잔 할 수밖에 없는 우리까지 세 테이블뿐이었다. 다민족 국가의 젊은이들을 상대로 한 퓨전 불고기 마케팅에 완전히 밀린 예를 보고 막연히 퓨전을 검토하게 되었다. 


그런데 귀국 후 프랑스에서 최고급 전통 한국식당 등 여러 기업을 운영하시는 미스코리아 1호 회장님의 초대로 프랑스에서 하는 대로 대접을 받으며 성공담을 들을 수 있었다. 당시 일반 시중 한식의 20배가 넘는 가격대의 메뉴였다. 


음식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정갈한 전통한식요리에 품격있는 분위기, 고객의 건강을 고려한 약성들을 설명하는 것이 다른 것이었다. 귤이 비타민 C 의 보고라고 생각하는 프랑스 최고급 손님들께 풋고추 다섯 개씩을 고추장 찍어 먹게 하며 동양의 비타민 C 의 보고라 설명하신다고 했다. 그들이 한식에 감동을 하고 가면, 그 직장 가족 전체에 입소문이 돌게 되고, 그럼 그 가족들은 시중 한식점을 찾아 가 시식을 하게 된다고 했다.


국가나 대기업은 그 나라의 상류층을 공략해 한국음식의 우수성을 홍보하게 해주고, 일반 식당들은 대중들에게 한국음식을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 그 분의 논리였다. 일반 식당은 퓨전화를 해도 좋지만 고급 식당일수록 전통적이고 건강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몇 년 전 고국정부가 전 세계 주요 도시에 한식 세계화 사업을 추진했다. 정부돈으로 세계 대도시에 한식점을 내서 교민들과 경쟁을 하면 쉽게 성공할 수 있지만, 대신 교민 식당들은 초토화가 된다. 이미 천 년 전 송나라 재상이 시도했다 쫓겨 난 잘못된 기획이니 프랑스 한국관의 모델을 벤치마킹해서 고급의 전통 한식점으로 해야 진정한 한식 세계화를 통해 교민들도 더 잘 살수 있게 될 것이라고 건의했지만, 민초의 소리는 우이독경이 되었고 결국 한식사업도 흐지부지 된 것 같다.


시간에 쫓겨 자주 이용하는 중국 식당이 바로 맞은 편에 있다. 중국 호남성 출신 젊은 부부가 개업을 준비할 때 몇 달간 그들의 사업계획을 지켜보았다. 대개 한국 식당은 주인이 요리를 배워 직접 하던가 많아야 한 두명의 요리사를 쓴다. 그런데 이 집은 테이블은 고작 5개인데 8명의 쿡이 오픈된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주인 아줌마는 퓨전화 한 요리를 손님에게 시식시키고 수정을 해서 고객 전용 음식을 확정한다. 친절한 안내와 상담에 고객들은 만족한다.


간을 앓았기 때문에 밀가루와 돼지고기, 부추와 독한 양파를 잘 못 받아, 육수에 넓은 쌀국수와 해물과 배추 등 채소를 넣어 끓인 나만의 해물 쌀국수 매뉴를 가지고 있다. 언제고 전화해 Jim's One! 하면 된다. 그들은 이미 작년에 3호점까지 확장을 했다. 


한식 먹고 싶다는 외국 손님을 데리고 갈 테니 좀 덜 맵고 덜 짜게 부탁해도 늘 한국손님에게 하던 대로 해주어 며칠씩 복통과 설사에 시달린 손님들이 다시는 한국 음식을 엄두도 못 내게 하는 여느 한국 음식점들과 간단한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한국의 유명한 불고기 체인점을 캐나다에 들여 온다고 해서 싱가폴 얘기를 하고, 벤치마킹을 해보라고 했더니 정색을 했다. 얼마전에 관련된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있어 물어보니 벌써 문닫았다고 했다. 200 만명이 넘는 다민족의 토론토 시장에 한국 신세대들의 입맛으로 도전하는 것은 겨우 십 만도 안 되는 교민들 시장에서 이미 단골 고객을 가진 기존 경쟁 식당들의 벽을 넘기에도 힘들었을 것이다.


한 교민단체 건물에 임대료가 싼 맛에 전문성도, 자금도 없이 입점한 분은 인터넷에서 배워 설렁탕을 특화하고자 했지만 일년을 못 채우고 포기했다. 친 한파 쿠바 사람이 맛있다고 하더니 중간에 나보고 자기 것을 더 먹으라 했지만 내 몫도 다 못 먹은 나는 너무 진한 설렁탕 국물에 밤새 속앓이를 해야 했다. 뼈국물은 기를 보하는 좋은 음식이지만, 주 고객인 중 노년들에게는 영양과다로 간에 부담이 크기 때문에 농도를 잘 조절해야 하는데 그런 노하우까지 가르쳐 주는 인터넷은 없었을 것이다. 


비 오는 날 대만의 거의 모든 식당은 생강차를 주는데, 한국은 습관적으로 보리 차를 준다. 비 오는 날은 습기와 냉기로 인해 감기가 들기 쉬운데 몸을 덥혀주는 생강차 대신 차갑게 해주는 차를 주는 것은 우리 음식 드시고 건강하라는 것이 아니라 만병의 시작이란 감기에 걸려도 자기들 책임 아니란 의미나 마찬가지임을 모르는 소치이다.


전통이나 전문성도 못 지키고, 퓨전화도 맛과 모양에만 치중해 서로 경쟁만 하면 한류의 태풍이 분다 해도 점점 한식의 세계화는 멀어지고 말 것이니 정부와 연구기관, 요식업체들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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