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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학가 산책] 내 마음의 지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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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6-04 11:53 조회87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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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빈/시인(캐나다한인문학가협회 회원)




                2019 10월, 

                                               내년 지중해 크루즈를 준비하며


푸른 바다 물빛이 펄럭거렸지

달려도 달려도 내 생의 배경 화면은 지중해

세상의 모든 도피주의자에게 바쳐진 빛깔

잊어버릴 때쯤이면 배너처럼 우뚝

내 앞을 막아서며 손짓하는 빛깔


어떤 색을 좋아하세요?

첫 미팅에서, 얼굴에 팥고물 여드름 잔뜩 묻힌 소년이 물었지

지중해 물색을 좋아해요


이담에 커서 뭐가 되고 싶니?

다섯 살 때부터 내가 나에게 물었지

아직 대답을 찾지 못했어


오십 번째 생일에 나에게 다시 묻는다

계속 대답을 찾고 계신가요?

그게... 

이제는 대답이 저를 찾고 있네요


지중해가 은막 가득 출렁이는 영화를 아세요? 

햇빛과 물빛과 파랑이 섞여 두 시간 내내 반짝거리는 은막

세상의 모든 도피주의자들을 부르는 빛깔이죠.


지중해나 될까봐요 

눈 한 방울 맑게 뜨고

이리저리 큰 물에 휩쓸려 다니면서

햇빛 쨍그랑 깨지는

작고 하얀 마을들을 구경다니고 싶어요.


——————————————————————


2020 4월

지중해 크루즈를 취소하며...


20대에 가브리엘 살바토레 감독의 영화 “지중해”를 알게 된 후로

지중해는 내 도피주의의 상징이 되었다. 


아직 유럽 땅을 밟아보지 못한 촌스러운 내가 

작년에 드디어 지중해 크루즈를 예약하고 

꿈에 부풀어 썼던 시다.


이제 팬데믹으로 크루즈를 취소하면서,

그곳의 사람들, 작고 하얀 마을들을 생각한다.


축제의 땅이 아픔의 땅으로 변해버린 지금은

현실을 단단히 붙잡고 그들의 언어로 기도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주여,

고통받는 이 땅을 불쌍히 여기소서

안식없는 이 땅에 속히 평화를 내리소서


…… Kyrie eleison 

Dona novice pac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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