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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탱이와 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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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혜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6-17 08:10 조회9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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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8783364_tMPQOIK0_68bbf2a1c8938ca9b744487caa820df7103cd638.jpg김혜진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허리 잘린 한반도의 남단

같은 하늘 아래 숨 쉬다,

무작정 외국이 좋아 태평양 건너

마주한 낯선 타국 땅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인연으로 

만난 그와 그녀

 

어느덧 한 남자와 한 여자로

두 번째 데이트하던 날,

대뜸 “나랑 같이 살자!”

순박한 그의 돌직구 고백 후

물귀신 같은 집요한 구애에 끝내 못이기는 척 

그렇게 여보, 당신이 되었다

 

내게 꽃 길만 걷게 해 준 능력남도

철철 넘치는 매력남도 아니건만

아이 둘 낳고 함께 한 지난 28년

고된 자갈 밭 길에 알알이 콕콕 박힌

미운 정, 고운 정, 그 추억 때문에

이젠 내가 그를 더 많이 좋아한다

 

삶의 가파른 굽이굽이

“당신을 만난 게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라며

어느 결혼기념일에 건넨 카드의 글귀와 

꼭 부여잡은 사진 속 두 손

당신의 굳은살 올올이 박힌 그 거친 손 마디마디

놓지 않으리, 세상이 우리 둘을 갈라놓을 때까지

 

아침마다 여자는 남자에게 다정한 포옹과

사랑스러운 눈길로 입맞춤을 건넨다

수고한 손길에 고마움을 전하는 에너지 충전의 시간이다

매일 똑같은 일상의 장사 준비와

점심, 저녁 장사에 지쳐

소금에 푹 절인 푸성귀 같은 파장 무렵이면,

희뿌연 시야, 솟구치는 짜증, 모난 모서리처럼 날카로워진 

시선 속으로 미운 털만 콕콕 들어오니

그와 그녀는 서로 으르렁대며

“우라질” 소리만 연방 허공에 내지른다


오래 살수록 그의 반백의 머리칼

불러 오른 아재 배가 귀엽고, 사랑스럽고, 애잔하기까지 하다

미워할 수 없는 강력한 무기인 '착함'을 장착하고

쇠고집 '땡 깡'을 부릴지 언정

턱없이 미쁜 그를 진정 미워할 수가 없다

탱이와 망구가 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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