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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바다건너 글동네] 헤아릴 수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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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숙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6-24 08:03 조회1,3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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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8783364_WLpVkGXz_acd1f1f523c40aa12084e766167e8bfd2c6fabb4.png강숙려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이 세상에는 수많은 값진 것이나 귀한 것이 많이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있는 수학적인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제 어떤 천문학적 숫자까지도 읽어내는 컴퓨터라는 괴물도 있고 미세한 세균까지도 밝혀내는 초 현미경도 있다. 쥐도 새도 모르는 자기만이 아는 죄도 끄집어내게 하는 거짓말 탐지기라는 것도 있다. 세계 어디에 숨어있어도 찾아 내어지는 모든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는 세상이고 보면 어쩐지 개운치가 않은 것이다. 


.개인의 재산이나 행동까지 개인 것이 아닌 통제시대로 들어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치하는 단일국가로 만들기 위하여, 세계는 하나라는 구호 아래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진행되어 가고있는 것이다. 



 과연 내가 설 자리는 어디인가를 한번 쯤 살피며 살아야 옳지 않을까 싶다. 참으로 살기 좋은 세상에서, 너무 편리한 세상으로, 과학 문명에 감사하던 날도 지나면 두려움으로 변하는 세상이 분명히 올 것이기 때문이다. 


 별빛이 총총히 쏟아지던 밤하늘을 보면서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 헤아리던 날도 아득히 지나고, 이제 그 밤하늘의 별들도 나이를 먹어 제 갈 곳으로 갔나 보다. 요즘 밤하늘엔 그 많던 별들이 별로 보이지가 않는다. 긴 꼬리를 흔들며 흘러가던 유성도 이제는 좀처럼 볼 수가 없다. 그러나 그 찬란하던 밤하늘의 별들을 시방 볼 수가 없다 하더라도 내 꿈속에 있고 내 추억 속에는 있다. 


유년의 여름날 저녁 모깃불을 피워 놓고 으스럼이 내리는 평상에 누워 보면, 서녘 하늘에 아스라히 별이 빛났다. 어느새 다섯, 여섯, 일곱 더이상 헤아릴 수 없는 별 가족의 파티가 찬란히 열리는 것을 보게 된다. 별들은 하나, 둘, 셋, 넷 일곱까지는 홀로 참석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단체로 항상 참석하므로 나는 언제나 그들의 파티엔 참석자의 숫자를 알 수가 없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웃음으로 반짝이는 별들은 방울을 흔들며 웃지 않을까 싶었다.

 

 세상에는 현미경으로 컴퓨터로도 거짓말 탐지기로도 찾아낼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우주만물에 비추이는 눈부신 햇빛이 그러하고 겨울밤에 건드리면 쨍그랑 소리를 낼 것 같은 청명한 달빛이 그러하고 반짝이는 별빛이 그러하며 아름다운 꽃들의 향기가 그러하다. 싱그러운 새벽녘 어김없이 그 시간에 재잘거리는 작은 새소리가 그러하며 깊은 바다 속 물고기들의 선회하는 모습과 신비로운 색깔이 그러하며, 징그럽던 애벌레가 호랑나비가 되어 그 황홀한 자태로 하늘을 날아오르는 형용할 수 없는 감격이 그러하다. 누가 말 하랴. 어찌 헤아림으로 엮으랴.


 느닷없이 먹장구름이 몰려와 뇌성벽력과 함께 세상을 다 무너뜨릴 기세던 소낙비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맑아 있는 감격도 감격이지만, 파아랗게 씻겨진 하늘 끝에 오색 찬란한 쌍무지개를 보는 순간의 그 감격적인 느낌을 숫자로 어찌 셀 수 있으랴. 천둥 번개가 칠 때 질소가 쏟아져 나와 식물이 풍성히 자라게 된다는 사실을, 태풍이 거칠게 한 두 차례 쓸고 가야 지구가 정화된다는 사실을, 태풍의 위력을 잠재우기 위하여 바닷가에 모래를 두셨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놀라운 순간을 나는 헤아릴 수 없는 감격으로 본다. 북편 하늘에 허공(블랙홀)을 펴셨으며 별들을 떨기 되게 두셨다는 사실이 과학으로 증명되어 신문에 활자 되어 나올때에 아, 나는 헤아릴 수 없는 감격에 젖는다. 그것이 감격이며 헤아릴 수 없는 가치 밖의 세계다. 


 첫 아이를 낳고 햇고사리 같은 꼬무락거리는 손가락 발가락을 만져 보던 그 감격을, 당신을 한 남자로서 당당한 아빠로 만들어 놓던 그 순간의 빛나던 당신의 눈물을, 그것들을 나는 헤아릴 수 없는 감격으로 본다. 온갖 기쁨을 주며 그 아이가 자라 시집 가던 날 화사한 딸 아이의 웃음 속에서, 사위의 믿음직한 등 짝을 두들기면서 나는 헤아릴 수 없는 감격을 본다.


 인간적인 감격도 감격이지만 우주만물이 인간을 위하여 만들어졌고 순환한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운 또 하나의 감격이다. 이 모든 것을 알아 갈 때에 절대자 앞에 무릎 꿇어지는 것이 마땅한 아름다움일 것이다.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등불을 들고 신랑을 기다리는 신부가 되어 대문 앞에 서고 싶다. 그는 언제 오시는가 기다림의 마음으로 가슴에 불을 켜고 싶다.


사랑은 헤아릴 수 없는 가치의 것이다.

우주만물을 주신 절대자의 사랑, 끝없는 부모의 사랑은 현미경으로도 컴퓨터로도 찾아낼 수 없는 무궁한 진리요 헤아릴 수 없는 가치 밖의 것이다. (’99. 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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