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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평론 ' 유리창 2 -정지용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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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명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7-29 08:16 조회1,98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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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8783364_ZnV2wPJh_2bf61eca24f29f19e901742a15c05a9a40ba0b68.png이 명희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내어다 보니

아조 캄캄한 밤,

어험스런 뜰 앞 잣나무가 자꼬 커 올라간다

돌아서서 자리로 갔다

나는 목이 마른다

또, 가까이 가

유리를 입으로 쫒다

아아, 항 안에 든 금붕어처럼 갑갑하다

별도 없다. 물도 없다. 쉬파람 부는 밤

소중기선처럼 흔들리는 창

투명한 보랏빛 누뤼알 아,

이 알몸을 끄집어내라, 때려라, 부릇내라

나는 열이 오른다

뺌은 차라리 연정스레히 

유리에 부빈다. 차디찬 입맞춤을 마신다

쓰라리. 알연히. 그싯는 음향~

머언 꽃!

도회에 고흔 화재가 오른다

*아조->아주

*고흔->고운


  시인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시는 옛 어법 그대로 옮겨 적고, 해설은 현 어법으로 한다. ‘유리창 1’에 비해 시인의 마음이 여유로워 보인다. 시는 읽는 독자마다 해석이 다르다. 그래야 마땅하다. 똑같은 해석, 똑같은 느낌이라면 ‘교과서에 실린 문학작품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내가 감상한 ‘유리창 2’는 ‘유리창 1’에서와 같이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여전하다. 시인은 캄캄한 밤에 밖을 자주 내다봤다. 어두워 볼 수 없는 걸 알면서 애써 밤에 내다보는 허망한 마음을 알 수 있다. 뜰 앞 잣나무가 어느새 저렇게 자랐는데 나의 자식도 컸으면 잣나무처럼 의젓하게 컸을 터라는. 그만 잊자, 돌아서며 마음을 굳건히 먹으려 해도 다시 잣나무를 내다보게 된다. 해결할 수 없는 답답한 심정이다. 목마른 심정으로 다시 유리창으로 갔다. 시인의 마음은 물 없는 곳에 담긴 금붕어나 별이 없는 삭막한 하늘처럼 절망한 듯하다. 죽기를 각오한 우국충정을 누가 알겠는가! 밖에서 휘파람 소리가 들리지만 내 입김, 콧김으로 수증기 가득한 창에서 나를 학대한다. 너무 힘들면 몸속의 에너지가 탈진되면서 얼굴에서 열이 올라 연정을 품은 것처럼 발그레 상기되는 경우가 있다. 시인도 이런 기분이었을 것이다. 속은 곤고한데, 얼떠 보이는. 보이지 않는 미래나 현실이 답답하고 막막해 차라리 먼 곳으로 시선을 돌리고 만다. 정신을 도피시켜 버린다. 시인이 처한 상태는 자식도 잊지 못하고 나라에 힘도 되지 못하는 복잡한 심경을 정리해야겠기에 밖으로 시선을 돌린 것이다. 시인의 마음을 아랑곳하지 않는 도시의 연기. 시인이 마음이 편해서 도시의 연기를 바라보았겠는가! ‘피할 수 없을 때 즐기라’라는 말이 있는데 시적 화자는 즐기는 게 아니라 피하는 것이다. 나라를 빼앗긴 회한과 자식 잃은 마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시다.   


 고향의 그리움을 아름답게 표현한 시 ‘향수’ 정지용 시인은 한때 월북작가라는 오명으로 그의 시가 금기되기도 했다. 월북 또는 일본에 유학한 작가나 음악가를 배척했던 시기가 있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시비가 엇갈리는데 아직까지 관행 되고 있다. 정지용 시인은 ‘섬세하고 독특한 언어를 통해 대상을 선명히 묘사하여 한국 현대시의 신경지를 개척한 우리나라의 시인이다.’ 이렇듯 주옥같은 시어를 창조해 낸 시인을 다시 한번 떠올리고자 그의 시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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