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건너 글동네] 가을이 가는 길목 > LIFE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LIFE

문학 | [바다건너 글동네] 가을이 가는 길목

페이지 정보

작성자 강숙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9-16 08:27 조회1,322회 댓글0건

본문


3743818553_MkuEJZTg_4c42ef744c427f3f5b4ce9ec6896367eebe315ac.jpg 강 숙 려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아름다운 단풍으로 오늘 나는 화려한 흔들림에 잠긴다. 

낙엽을 밟으며 구르몽의 타는 가을을 읊지 않아도 쓸쓸하고 

외로워짐은 또 무슨 화려함인가! 


숲속에서 쏴~하니 파도소리가 난다. 

바람이 한 바퀴 휘두르고 가는 산마루엔 떨어지는 단풍으로 온통 오색꽃밭이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황혼의 석양처럼 찬란하게 타다 가리라는, 

우울과는 먼 거리를 두려 한 오늘의 나도 아름다운 단풍이 드는 이 가을을 

타고 있나 보다. 


쓸쓸한 이 고적함의 벤치에 앉고 싶은 게다. 

한껏 사치스럽기까지 한 생각이 시를 만드는 요인으로 때때로 일어난다. 

그래서 나는 시 쓰기를 좋아한다.


가을은 떠나고 싶은 계절이고, 가을은 돌아오지 않아도 좋을 길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계절이다.

먼먼 어딘가에서 죽도록 사랑을 하고, 아무도 모르는 산골에서

한 송이 들국화로 피고 싶은 계절이다. 

별이 된 그리움이 총총한 계절이다.

 

  문득, 개울물 도란도란 흐르던 시냇가 모롱이에 호젓이 피어

하늘거리던 보랏빛 구절초 한그루 그리워진다. 

시집 한 권 들면 온통 내 세상이던 열아홉 단발머리 소녀시절 그리워진다. 

철없이 알아가던 수줍던 사랑놀이님들도 그리워진다. 


영원히 변치 말자 손가락 걸고 꽃반지 주고 받던 소꿉놀이 친구들, 

아, 그립다. 모두들 어디서 무엇이 되어 그리운 그날들을 그리워하고 있는지! 

이 시간 무엇이 그리 급했던지 훨훨 먼저 떠난 그 사람 한없이 그립다.

벌써 스무 해하고도 사년이 지나 잊어도 좋을 날들이라 말해도, 

내 가슴 자락에 한 모롱이를 자리하고 있는 그 상남자 그립다. 


출렁출렁 파도소리 나는 단풍 숲에서 하루를 걷는다.

속초를 지나 송정의 그 푸르던 소나무 숲에서 나던 그 파도소리가

태평양을 건너 Lyen velley park seed tree 높은 가지에서 

흔들흔들 쏴아~쏴아 그리움을 더한다.


가을은 그리움의 계절이고 추억의 계절이고 

그래서 슬프고 아릿한 고독의 계절이다.

그리움이란 처음 그대로 돌아가고 싶은 회귀본능(回歸本能)인 것이리라.

때로는 거부하면서도 그리워지는 이유가 그것 아닐까! 

그것 또한 오늘의 새로운 희망으로 이어지는 끈이기도 하니까.

 

  가을은 나무가 겨울을 나기 위한 나무 생의 한 막간을 거침없이 털어내는 계절이다. 

그 생을 화려하게 오색빛깔로 털어내는 모양은 새로운 봄을 꿈꾸는 활갯짓이다. 

슬픔이 아닌 새것을 준비하는 희망인 것이다. 


삼라만상(森羅萬象)이 인간을 위하여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우리는 자연에게서 배우며 사랑하며 가야하겠다. 

세상은 이모저모로 온통 요란하고 무질서로 변화고 있지만 

우리는 각성하고 처음 주신 마음으로 돌아가야 하리라 여겨진다. 

결국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 아니던가!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옛 그리움보다 더 먼저 자연으로 돌아갈, 

내 날에 피어날 꽃길을, 돋보기 고쳐 쓰고 환히 바라보아야 하겠다. 

(‘17. oct. 3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LIFE 목록

Total 1,071건 1 페이지
게시물 검색
회사소개 신문광고 & 온라인 광고: 604.544.5155 미디어킷 안내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상단으로
주소 (Address) #338-4501 North Rd.Burnaby B.C V3N 4R7
Tel: 604 544 5155, E-mail: info@joongang.ca
Copyright © 밴쿠버 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Developed by Vanple Netwroks Inc.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