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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 <전재민의 밴쿠버편지>마로니에와 밤 그리고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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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재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9-22 13:25 조회1,17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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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에


이민 초기 공터에 떨어진 마로니애를 보고 여기 캐나다도 밤이 있구나 하고 열매를 주우려는 찰라 여기 우리 땅이라며 왜 남의 땅에 있는 것을 줍느냐고 따발총처럼 쏴대던 백인 여자가 있었다 
지금은 그 자리에 아파트 상가가 올라가 흔적조차 없는 그 곳을 지날때마다 옛 날 그일을 떠올리곤 한다.땅을 팔에 부자가 되어 있을 그 녀와 많이도 변한 리치몬드 도시를 볼때마다 내가 원주민인 것만 같다.변화하기전 모습들을 기억하는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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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적 나의 고향마을 입구엔 밤나무가 있었다.추석무렵에 아침일찍 밤나무 아래서면 밤이 툭툭 후두둑 소리를 내면서 떨어지는 소리가 기분을 좋게했다.그러다 밤송이에 머리를 얻어맞기도 했다.


 아픔도 잠시 두발로 밤송이를 벌려 밤을 까는 재미와 반질빈질 잘 익은 밤이 보기에 좋았다.나는 찐밤이나 군밤을 싫어한다. 물론 찐밤을 숫가락으로 파먹는 것을 모르고 입으로 이빨로 파내 먹으려면 짜증이 났다. 그러다 숫가락으로 파먹는 것을 알고서도 그다지 맛있는 것을 느낄 수 없었다. 조금씩 파서 먹는게 짜증이 났는지도 모른다.씹으면 소리를 내는 생밤을 좋아한다. 깨물어 들려오는 소리와 딱딱한 식감의 밤이 즙으로 변해 달콤함을 선사하면 귀로 들리는 아삭함과 이빨로 씹는 식감, 그리고 씹고 나서 달콤함까지 모두 갖추어서 좋아하는 것이다. 

 그런 밤을 제사상에 올리는 일은 드물었다. 밤과자를 사서 올렸기때문이다. 하얀 밤처럼 생긴 밤과자와 빨간 물을 들인 대추처럼 생긴 대추과자 그리고 형형색색 원색을 뽐내던 과자까지 제삿상 제일 앞줄에서 과일과 더불어 우리를 유혹하던 과자들. 그중에 산자는 뻥튀기보다 달콤하고 밥풀떼기가 붙어 있어서 좋았다. 제사상은 새벽2시부터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엄마의 몫이었다. 저녘 늦게까지 전부치고 조기 손질하고 탕국준비하는등 모든 제상상을 준비하는 어머니와는 달리 아버지는 향나무를 깍는일이 다였다. 시간되면 두루마기 입고 문열고 제사를 지내는 일에서 정작 제사상차림 음식 준비한 어머니는 객이되어 부엌에서 탕국그러면 탕국을 올리고 물, 그러면 물을 떠왔다.지방도 쓰지 않는 제사이지만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겼었다. 학교에서 제사상 차례상에 대해 배우면서 우리집은 지방을 쓰지 않는데 하는 의문이 생겼을뿐이다. 이민와서도 한동안은 제사를 지냈었다. 


 그러다 아내가 아프고 내가 아프고, 이런저런 이유로 제사를 지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 동생도 혼자 애들 키우고 있는 형편이니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작은 집에서 아버지 어머니 살아 생전에는 왔지만 지금은 사촌들도 왕래를 안한는 것 같다. 제사를 안지내고 차례도 지내지 않으니 명절이 돌아 와도 명절 같이 느껴 지지 않는다. 명절에 떡국이나 송편을 먹지 못하고 지난적도 많다. 명절은 음식준비를 하는 가정주부에게는 금전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많은 무리가 따르는 일이다. 하지만 어린시절 명절의 추억이 우리 아이들에겐 없으니 잊혀져 가는 풍습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다. 밤이 익어 가는 시간이 오면 추수를 감사하는 추석이 온다. 올 해는 그 어느해보다 추석이 부담스러운 해이다. 명절이니 가족이 모이면 좋겠지만 코비드19때문에 모이는 것이 부담일 수 있다.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실직을 하거나 비지니스가 잘 되지 않으니 경제적부담도 크다. 이런 여러가지 어려움에 쳐해보니 정상적인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정상적으로 사는 삶이 얼마나 축복받은 삶인지 명절을 맞아 잠시 고국에 있는 친지와 고향, 그리고 지난 추억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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