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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바다건너 글동네] 인간이 된 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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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정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09-28 17:12 조회1,37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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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0e65fe20ce61c2e8096890e9982f7c_1579744974_0742.jpg이정순 

                                   사)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

 

“할머니. 안녕히 주무셨어요?" 

“하나 일어났니?”

“네, 와, 텃밭에 채소가 많아요. 작년보다 더 많아요.”

“그려, 우리 하나는 채소 좋아하지?”

“네, 하지만 먹기 싫은 것도 있어요. 저는 시금치 무지 좋아해요. 상추샐러드도요.”

“할머니, 이게 무슨 채소에요? 냄새 참 좋아요.”

나는 할머니가 풀을 뽑고 있는 텃밭으로 갔어요. 텃밭에는 여러 가지 채소들이 아침 이슬을 머금고 반짝이고 있었어요.

나는 이번에 코비드 때문에 학교에 가지 않아 할머니 댁으로 갔어요. 할머니 댁은 산장이라 안전하다고 할머니가 오라고 했어요.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가는 것을 참 좋아해요. 

“다른 채소는 다 알 것 같은데 요건 모르겠어요.”

“이건 쑥이란다.”

“쑥? 아, 쑥이 이렇게 생겼네요. 엄마가 마트에서 사 온 떡이 파랬는데 참 맛있었어요. 그 떡을 쑥떡이라고 했어요.”

“쑥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귀한 식물이란다. 그래서 쑥에서는 고향 냄새가 나.”

“할머니, 이 쑥 한국에서 씨를 가지고 와서 심었어요?”

“하나 증조할아버지가 캐나다에 오시면서 뿌리를 신문지에 싸고 또 싸서 소중히 가지고 오셨단다. 하나 증조할아버지는 하나가 한 살 때 돌아가셨지.”

“아, 저도 증조할아버지 뵈었으면 좋았을 텐데……”

증조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위해 쑥 뿌리를 한국에서 가지고 와서 직접 텃밭에 심어주셨다고 했어요. 그때 증조할아버지가 할머니한테 하신 말씀이 있었대요. 할머니는 이민 와서 힘들 때면 증조할아버지 그 말씀을 기억하며 이겨 냈다고 했어요.

“무슨 말씀인데요?”

“쑥은 아무 곳에나 심어 놔도 잘 자란다. 낮선 땅에 옮겨 와 있는 너희도 이왕 옮겨 왔으니 쑥처럼 인내하며 뿌리 내리고 잘 살아라.” 라고 말씀해주셨다고 했어요.

“할머니, 쑥이 좋은 거네요? 쑥 사진 찍어야겠어요. 엄마한테 보여주게요.”

“그리고 하나야, 쑥에는 전해 내려오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단다.”

“이야기요? 궁금해요. 할머니.”

나는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참 좋아해요. 할머니는 풀을 뽑다 잠시 허리를 펴고 호미를 내려놓았어요.

“할머니 쑥 이야기 얼른 해 주세요. 듣고 싶어요.”

“쑥은 곰을 인간으로 만든 신의 선물이란다.”

“네? 쑥이 어떻게 곰을 인간으로 만들어요?”

“그럼 할미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렴.”

할머니와 나는 잔디밭에 나와 앉았어요. 바람이 시원하게 불었어요.  

“하나는 단군 할아버지에 대해 알고 있나?”

“네, 책에서 읽었지만 확실하게는 모르겠어요.”

할머니는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옛날에 하느님의 아들 환웅이 인간 세상을 다스리기 위해 세상으로 내려왔단다. 환웅이 내려 온 곳은 산이 험하고 나무가 울창한 백두산이었단다. 그때 곰과 호랑이가 환웅에게 인간이 되게 해달라고 간절히 떼를 썼지. 환웅은 곰과 호랑이의 소원이 하도 간절해서 들어 주기로 마음먹었단다. 환웅은 쑥 한 자루와 마늘 스무 쪽을 곰과 호랑이한테 주었단다. 

“이것을 먹으면 너희가 간절히 원하는 인간이 될 수 있단다.”

“어흥! 환웅 님! 인간이 되는 게 이렇게 쉬워요? 누워서 떡 먹기잖아요. 인간도 별거 아니네요.”

“정말 쑥과 마늘을 먹기만 하면 인간이 되는 건가요? 환웅 님!”

곰은 아무래도 쑥과 마늘을 먹는다고 인간이 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단다.

“호랑이 말마따나 쑥과 마늘을 먹기만 하면 인간이 된다면야 오죽 좋겠냐마는 쉽진 않을 게야.”

환웅은 쑥과 마늘을 어떻게 먹어야하는지 곰과 호랑이한테 설명해 주었단다.

“이 쑥과 마늘로 백일을 살아야 인간이 될 수 있어.”

육식을 좋아하는 호랑이는 펄쩍 뛰며 말했단다.

“환웅 님, 이걸로 어떻게 백일을 견뎌요. 더군다나 냄새나는 마늘로요.”

호랑이는 불평불만을 늘어놓았단다.

“이 쑥과 마늘을 가지고 동굴 속에 들어가서 먹고 백일 간 햇빛을 보지 않으면 인간이 될 수 있다.”

“그럼 백일 동안 바깥에도 나 올 수 없다는 말입니까?”

호랑이가 사사건건 불만을 늘어놓자 환웅은 호랑이를 향해 소리를 지르고 말았지.

“네이 놈, 왜 그리 말이 많으냐? 인간이 되기 싫으면 안 하면 될 거 아니냐?”

“누가 사람이 안 되고 싶대요? 그걸 먹고 배고파 어떻게 백일을 견디느냐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인간은 아무나 될 수 없다는 것이니라.”

호랑이는 쑥과 마늘을 들고 동굴 속으로 들어가며 투덜거렸단다. 하지만 곰은 환웅이 시키는 대로 쑥과 마늘로 하루하루를 견뎌 나갔지. 곰은 인간이 되는 게 너무나 힘들어 몇 번이나 포기할까도 생각했단다. 곰은 고통스러울수록 꼭 인간이 되고 말겠다는 각오를 더 단단히 했지. 호랑이는 곰에게 바깥으로 나가자고 매일 꼬드겼단다.

“미련한 곰아, 이러다가 굶어 죽어. 포기하고 동굴 밖으로 나가자. 응?”

“안 돼. 나는 인간이 꼭 되고 말 거야.”

“환웅이 우릴 속인 거야. 그걸 믿어? 쑥과 마늘을 먹는다고 인간이 되겠어.”

호랑이는 육식을 좋아하는데 쑥과 마늘로 하루하루를 견딘다는 것은 지옥이나 다름없었단다. 곰은 호랑이가 무척 안타까웠지.

“호랑이야, 배고프지? 조금만 참자.”

“아고고, 배고파. 호랑이 죽어.”

“이 고통을 이겨내면 우리는 지구상에서 최고라는 인간이 되는 거야. 인간이 되어 우리 혼인하자. 응? 호랑이야.”

곰은 호랑이를 사랑했기 때문에 더 마음이 안타까웠어. 

“난 못 해! 인간이 되기도 전에 굶어 죽고 말겠다. 나도 너를 사랑했기 때문에 함께하려고 했던 것뿐이야. 도저히 더 참을 수가 없어. 난 바깥으로 나갈 거야.”

“안 돼! 가지마. 호랑이야! 흐흑!”

곰은 울면서 호랑이를 달랬지만 소용없었단다. 결국 호랑이는 참지 못하고 동굴을 뛰쳐나가고 말았지. 곰은 호랑이가 나가버리자 더 이를 악물고 고통을 견뎌냈단다. 곰은 백일이 아니라 삼칠일 만에 여자로 변했단다.

“흐흑! 며칠만 참았으면 호랑이도 인간이 될 수 있었을 텐데…….”

곰은 인간이 된 것이 너무나 기뻤지만, 호랑이가 인간이 되지 못한 게 슬펐단다. 곰은 인간이 되고 난 후에 호랑이가 더 그리웠단다. 

“곰 인내심 대단해요. 할머니!”

“그려. 인간이 된 곰의 이름은 웅녀였단다. 웅녀는 아이를 갖고 싶어 혼인을 하고 싶었지만, 남자가 없었었던 거야.”

곰은 신단수 아래에서 아이만이라도 갖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원했단다. 웅녀의 간절함을 본 환웅은 잠시 인간으로 변해 웅녀에게 청혼했단다. 웅녀는 기쁘게 환웅의 청혼을 받아들여 혼인을 하게 되었단다.

“환웅과 웅녀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아들을 낳았는데 그 아들이 단군왕검이란다.”

“와, 재미있어요. 그 호랑이는 어떻게 되었어요?”

“깊은 산속에 들어가서 인간이 못된 걸 후회 하고 참을성 없는 자신을 자책하고 부끄러워 바깥으로 나오지도 못했지.”

그 후 호랑이는 깊은 산속에서만 살게 되었대요.

“곰이 인내해서 인간이 되었듯이 쑥처럼 추운 겨울을 참고 이겨내면 반드시 이렇게 새싹이 돋는단다.”

“네, 할머니, 쑥이 참 좋은 거군요. 오늘 쑥국 끓여 먹어요. 쑥떡도 해주세요.” 

저녁 식사 때에 할머니 댁에서는 구수한 쑥국 냄새가 폴폴 났어요.

"집안에서 고향의 냄새가 가득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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