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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 [캐나다에서 쓰는 일기] 자존감 높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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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제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10-06 20:14 조회1,55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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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친구를 덜 만났으면 내 인생이 더 풍요로웠을 것 같아요.

쓸 데 없는 술자리에 시간을 너무 많이 낭비했어요.


맞출 수 없는 변덕스럽고 복잡한 여러 친구들의 성향과 각기 다른 성격

이런 걸 맞춰 주느라 시간을 너무 허비했어요.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이나 읽을 걸

잠을 자거나 음악이나 들을 걸

그냥 거리를 걷던가.


젊을 때에는 그 친구들과 영원히 같이 갈 것 같고

앞으로도 함께 해 나갈 일이 많이 있을 것 같아서 내가 손해보는 게 있어도

맞춰 주고 그러잖아요.

근데 아니더라고요. 

결국은 많은 친구들과 멀어지게 되더군요.


그보다는 자기 자신의 취향에 귀 기울이고

영혼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한 거예요.             


- 소설가 김영하

                          


# 2


 위의 글을 읽으면서 불현듯 내가 한국에서 보낸 25년 동안의 직장 생활이 떠올랐다. ‘친구' 대신 '직장 상사'로 바꾸어 보니 딱 내가 직장 다닐 때의 모습이 나타난다. 

일이 끝나면 직장 상사와 술을 마셨고, 2차로 노래방에 가서 고음 방가를 해댔으며, 비틀거리며 집에 돌아가 아무렇게나 잠을 자고, 다음 날 숙취로 괴로워했었던 수 많은 일상들….

지금 생각해 보면 직장 다니면서 직장 상사들의 눈치를 보며 참 의미 없는 일상을 보냈던 것 같다. 자기 계발과는 거리가 먼, 원하지 않는 회식 자리에 가서 상사의 비위나 맞추며 살았던 직장 생활이 아니었나 하고 그 때 그 시절을 반성하게 된다.   

 

 # 3


스물 다섯에 입사해서 평생 직장이라고 생각하며 나름대로 열심히 일을 했었는데 결국 나이 50에 구조 조정을 당해 직장을 나오게 되었다.

직장에서 잘리고 여기저기 취직 자리를 알아보았지만 50살이 넘은 나를 받아 주는 곳은 없었다. 


그러던 중 캐나다에 있는 선배를 통해 이 곳 캐나다에 오게 된 것이다.


전화 위복이라고 해야 하나?

직장에서 잘리고 캐나다에 와서 이제서야 ‘영혼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과 만나 술 마시고 고주망태 되는 일이 전혀 없고 노래방 가서 고성방가 할 필요도 없으며 그럴 시간에 아내와 산책을 하고 집에서 기도와 명상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경제학, 철학, 심리학 공부를 다방면으로 하고 있고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기 위해 이곳 현지 뉴스를 열심히 듣고 있고 영어로 된 책도 구입해 영어 문장을 또박또박 소리내서 읽으며 발음 교정과 문법 공부도 하고 있다. 밤에는 아내와 함께 요가를 열심히 하면서 몸과 마음을 수련하고 있다. 이제서야 비로소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며 하루하루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 4


대부분의 한국 남자들은 생계를 위해서 그리고 가장이라는 무거운 책임 때문에

보기 싫은 상사나 동료가 있어도 매일 아침 직장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들도 집에 일찍 들어가서 음악을 듣고 산책도 하고 잠도 더 많이 자면서 영혼을 풍요롭게 하고 싶을 것이다. 왜 그러고 싶지 않겠는가?


한국을 떠나 살아보니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요즘 내 자신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위의 소설가는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한 건데 나는 왜 자꾸 25년 동안의 내 초라했던 '직장 생활'이 떠오르는 것일까?

잘리기 두려워 직장 상사 앞에서 당당하지 못했고,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살지 못했던, 그래서 상사의 눈치나 보며 비루하게 행동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너무 자학하지 말라고 내 스스로를 다독여 보지만 사자 앞에서 살아보겠다고 재롱을 부리는 ‘톰슨 가젤’의 모습이 바로 그 당시 나의 모습이 아니었나 싶다.


‘예전처럼 살거나 아니면 지금부터 살거나”


이제 부터라도 늦지 않으니, 

그리고 소중한 나의 시간들을 이제서야 어렵게 만들었으니

정말로 이 시간들을 아끼고 또 감사히 여기며 살아야겠다.


PS: 오늘의 명상


‘이제부터 캐나다에서 보내는 하루하루는 내게 금쪽보다도 소중하다.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자.’


이것이 지금 50이 넘어서 알게 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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