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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로키기행수필 1 로키에는 로키산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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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10-16 18:50 조회1,3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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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기행수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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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로키에는 로키산이 없다

 

여행은 떠남으로써 시작되고, 떠났던 자리로 돌아옴으로써 마무리된다. 떠나지 않고는 여행이 성립할 수 없듯이 돌아오지 않고는 여행이 끝났다고 할 수 없다. 여행의 목표는 목적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고 안전하게 제 자리로 돌아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일상을 벗어나서 새로운 세계를 보고자 하는 욕망이 문을 열고 집을 나서게 만든다.

 

한국에서 둘째 딸이 오랜만에 밴쿠버를 찾아왔다. 공항에서 제대로 대면 조차 못하고 코로나19 때문에 2주간을 홀로 지냈다.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 우리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밴쿠버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셋째 딸과 함께 네 식구가 로키로 가족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자가격리가 끝나는 바로 다음 날, 2020년 9월12일이다. 어려서 한두 번씩은 다녀왔지만 이제 성인이 되어 제대로 로키를 보고 싶다고 하였다. 

 

나는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여름이면 관광버스를 운전해서 로키를 백여 회 이상 다녀왔다. 물론 여행사에서 정해진 코스를 따라 반복적으로 3박4일 기준으로 다녔고 간혹 소그룹으로 움직이는 소형버스를 운전할 때는 정규 코스를 벗어나서 가기도 하였다. 어쨌든 어느 누구든 로키를 다 보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리고 다 보아야 정말 보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 속담에 ‘장맛을 보기 위해서는 한 독을 다 마셔봐야 아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으로 찍어 먹어보면 안다’고 하였다.

두 번 로키를 본 사람이 한 번 로키를 본 사람보다 두 배로 로키를 안다고 할 수 없듯이, 열 번 스무 번을 보았다고 그 숫자만큼 더 아는 것도 아니다. 

로키는 최소한 세 번은 보아야 한다. 7-8월 여름철이 가장 성수기이다. 트레킹 하기에 알맞고 여름 내내 날씨가 맑아서 먼 산을 바라보기에 좋고. 에메랄드 빛 호수를 제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겨울의 로키도 한번은 볼만하다. 온 세상이 설국으로 바뀐 겨울 풍경을 따끈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바라보는 낭만도 즐길 만하다. 여름에는 산정에만 가까스로 남아있는 잔설을 보야야 하는 아쉬움이 있는데 봄과 가을에는 눈풍경을 즐기면서 겨울에는 들어갈 수 없는 곳까지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로키는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하는 명승지로 동부의 나이야가라 폭포와 함께 로키는 캐나다 관광의 랜드마크이다. 정식 명칭은 영어로 The Rockies 또는 The Rocky Mountains 이다. 돌로 이루진 산이라고 해서 그냥 ‘돌산’이라고 이름 붙인 셈이다. 서양인들이 처음 이 산들을 보았을 때 첫인상은 돌이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로키에는 로키산이 없다’는 말이 있듯이 로키는 로키산맥이지 로키산은 아니다. 셀 수 없이 수많은 연봉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기 때문에 산맥을 이루고 있다. 한국에서는 북한산, 설악산, 한라산을 보러 간다면 봉우리는 여럿 있지만 일단 하나의 산을 보러 가는 개념인데 로키의 경우는 산들로 이루어진 산맥을 보러 간다는 뜻이 된다. 세계적으로는 로키산맥 이외에도 큰 산맥이 여럿 있다. 유럽의 알프스, 아시아의 히말라야, 남미의 안데스, 미국의 아팔라치아 산맥이 유명하다.

 

로키산맥은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미국의 뉴멕시코주까지 남북으로 4,500km에 걸쳐 뻗어있다. 밴쿠버에서 토론토까지의 거리를 서부 태평양을 따라서 세로로 세워놓은 모양이다. 캐나다 쪽은 캐나디언 로키(Canadian Rockies)라고 하고, 미국 쪽은 미국 로키가 아닌 남쪽 로키(Southern Rockies)라고 한다. 가장 높은 봉우리는 콜로라도주의 엘버트 산으로, 해발 4,401m이고 캐나디언 로키에서 제일 높은 산은 롭슨 산으로 3,954m이다. 이것은 캐나디언 로키에서는 4천미터가 넘는 산은 없다는 뜻이다. 캐나디안 로키는 총길이 1,500km, 너비 80km의 웅장한 산맥이다. 이곳은 4개의 국립공원(자스퍼, 밴프, 요호, 쿠트니)과 3개의 주립공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로키는 융기식 산맥이다. 해양판과 대륙판이 만나면서 해양판이 대륙판 밑으로 들어가며 대륙판을 서서히 들어올려서 만들어진 산들로 주로 석회암과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156개의 호수를 가지고 있고, 약 568km의 잘 정비된 하이킹 트레일이 있으며 개울의 총 길이는 720km에 달한다. 이 규모가 바로 평생을 소비해도 다 볼 수 없다는 로키의 실상이다. 로키를 여행하며 흔히 볼 수 있는 야생동물은 엘크사슴이나 흰꼬리사슴이 가장 흔하고, 동면이 끝난 봄에 블랙배어(Black Bear)나 그리즐리(Grizzly)를 길을 가다가 길가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그리즐리는 회색곰 또는 불곰이라고 불리는데 몸집이 수놈의 경우에는 3백킬로가 넘고 성질이 포학하며 캐나다 로키에 주로 살며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는 동물이다. 사람 이외에는 천적이 없는 동물인데 숫자는 차츰 줄어 현재 약 1천여 마리가 있다고 한다. 산양(Mountain Sheep)이나 빅혼쉽(Big Horn Sheep)도 불 수 있고 드물게 무스(Moose)를 만나기도 한다.

 

떠나려는 날에 밴쿠버의 날씨는 연기로 가득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오레곤, 밴쿠버 바로 아래 워싱턴 주에 대형 산불이 일어나 거기서 발생한 연기가 캐나다 서해안을 따라 밀려 올라온 거다. 그래도 여기를 떠나면 로키 쪽은 산속이니 덜 하려니 하는 희망을 가져보았다. 깊은 산속에서 홀로 살면 세상과 절연할 수 있다고 여겼던 옛사람들의 생각은 지금은 허망한 일이 되었다. 아무도 세상과 연결을 끊고 단독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미국 쪽에서 올라온 산불 연기가 말해 주고 있었다.

 

로키로 가면 낮에는 주로 산속에 있고, 숙소로 돌아오면 대개 숙소에서 식사를 해결하므로 식료품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반년 전에 구입한 도요타 라브4 SUV 뒤에는 아이스박스를 비롯해서 음료수와 쌀, 간식, 주류, 라면류, 야채 김치 등등으로 가득하다. 특히 술은 소주, 와인, 맥주, 막걸리를 준비하고, 고기는 삼겹살, 엘에이 갈비, 닭갈비를 넉넉하게 채웠다. 어디서든지 기회만 닿으면 고기를 굽고 라면을 끓이고 밥을 먹을 수 있는 태세를 갖춘 것이다.

 

아침 일찍 버나비를 출발했다. 첫날은 약 700키로를 달려서 밸마운트(Valemount)에서 일박할 예정이다. 차 안에 네 사람은 모두 오랜 경력을 가진 운전기사이다. 막내와 둘째는 서로 운전을 하겠다고 다툴 정도의 열정을 가진 드라이빙 애호가들이다. 나와 아내는 뒷좌석에 느긋하게 앉아 지나가는 풍경을 감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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