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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 떡 이름이 석탄병? … '한국의 맛 연구회' 30년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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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11-19 02:00 조회1,84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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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음식을 연구해 30년의 역사를 정리한 책을 발간한 '한국의 맛 연구회'가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정원 편집위원장, 이춘자 고문, 이미자 편집위원장, 이근형 회장. 장진영 기자

‘한국의 맛 연구회’가 30년의 역사와 업적 그리고 전통음식 조리법 286선을 정리한 책 『한국의 맛 연구회 삼십년 이야기-걸어온 길, 되찾은 맛 1989~2019』을 출간했다. 
한국의 맛 연구회는 각 대학의 관련 분야 교수·명인들이 전통음식을 계승, 보전하고 우리 음식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을 목적으로 한 비영리연구단체다. 1989년 우리 음식 연구가 강인희 선생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배움을 청하면서 모임은 시작됐고, 2001년 강 선생 별세 후에도 그 제자들이 유지를 받들어 활동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연구회를 거쳐 간 회원수는 약 350명. 연구회 이름으로 출판한 책도 『한국의 상차림』 『한국의 전통음료』 『한국의 나물발효음식』 『제사와 차례』 등 30여권이 넘는다.

한국의 맛 연구회가 출간한 책 『한국의 맛 연구회 삼십년 이야기-걸어온 길, 되찾은 맛 1989~2019』 표지. 사진 한국의 맛 연구회

충남 예산 출생인 강인희 선생은 흥선대원군의 형인 흥인군 이최응의 종부 김정규 여사, 조선왕조 마지막 황후 순정효황후의 올케 조면순 여사에게 궁중음식과 반가음식을 전수받고 동아대·명지대 교수를 역임했다. 평생을 한국 전통 음식과 식생활 문화 연구에 힘써온 그가 87년 출간한 『한국의 맛』은 전통음식을 연구하는 학자들뿐 아니라 관련 전공자들의 필독서로 꼽힌다. 

한국의 맛 연구회가 출간한 책 『한국의 맛 연구회 삼십년 이야기-걸어온 길, 되찾은 맛 1989~2019』 중 '구선왕도고'. 멥쌀에 9가지 약재를 섞어 만든 떡. 사진 한국의 맛 연구회

한국의 맛 연구회가 출간한 책 『한국의 맛 연구회 삼십년 이야기-걸어온 길, 되찾은 맛 1989~2019』 중 '석탄병'. 멥쌀가루에 말린 감가루, 잣가루를 섞어 찐 떡. 사진 한국의 맛 연구회

이춘자 편집고문은 “어육장, 석탄병, 구선왕도고 등의 음식은 강 선생이 고문헌을 기초로 재현한 음식들”이라며 “사라질 뻔 했던 수많은 우리 음식을 찾아내고 후대에 전수한 공로가 크시다”고 했다. 어육장은 메주를 기본으로 한 장으로 소고기·닭·꿩·숭어·도미·전복·홍합·대하 등의 재료가 들어간다. 석탄병은 멥쌀가루에 천연 단맛을 내는 말린 감가루와 기름진 잣가루를 섞어 찐 떡이다. 『동의보감』에도 기록된 구선왕도고는 몸속을 조화롭게 하는 것이 마치 왕의 도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9가지 약재를 넣어 만든 떡이다. 전정원 편집위원장은 “강 선생은 진달래 화전을 만들 때도 남달랐다”며 “지금은 일반적으로 작은 반죽 위에 진달래꽃을 하나씩 올리지만 선생은 반죽을 넓게 펴서 진달래와 쑥을 흩뿌리고 종지로 동그랗게 찍은 다음 프라이팬에서 부쳤는데 그 모습이 마치 진달래 밭처럼 보여 먹는 맛, 보는 맛이 특별했다”고 했다.  

한국의 맛 연구회가 출간한 책 『한국의 맛 연구회 삼십년 이야기-걸어온 길, 되찾은 맛 1989~2019』 중 '진달래화전'. 커다란 반죽에 진달래와 쑥을 흩뿌린 다음 작은 종지로 동그랗게 찍어서 팬에 부쳐 만드는 방법이 색다르다. 사진 한국의 맛 연구회

많은 회원들이 기억하는 강 선생과의 일화 중에는 재료 손질의 엄격함도 있다. 이미자 편집위원장은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연구회 모임 참가자들은 최소 관련 분야 경력 20년 이상의 전문가들이었지만 강 선생은 그들에게 무조건 파·마늘 손질부터 하게 했다”며 “기본기의 중요함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근형 연구회장은 “정말 소중한 우리 음식의 기본 조리법 286개를 정리했는데 이 책을 읽고 꼭 음식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며 “다만 젊은 세대가 상반, 세아리밥, 잡누르미, 지레김치 등 우리가 잊고 살았던 전통 음식을 하나씩 찾아가는 재미를 발견하면 좋겠다”고 했다. 상반은 쌀과 팥을 1:1 비율로 섞어 지은 밥. 세아리밥은 세 가지 곡식으로 지은 밥이다. 잡누르미는 소고기·전복·해삼·표고버섯·통도라지·당근·오이 등을 나란히 꿴 꼬치요리다. 지레김치는 김장 김치가 익기 전에 먹기 위해 미리 조금 담가먹는 김치다.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을 뜻하는 '지레'가 이름에 붙은 이유다.   

한국의 맛 연구회가 출간한 책 『한국의 맛 연구회 삼십년 이야기-걸어온 길, 되찾은 맛 1989~2019』 중 '만두과'. 약과 반죽보다 조금 질게 반죽을 밎고 안에 소를 넣어 만두처럼 만든 전통 과자. 사진 한국의 맛 연구회

한국의 맛 연구회는 요즘도 수시로 요리 강연을 열고 후대에 남겨줄 소중한 자료들을 정리한다. 동시에 미래 세대를 위한 새로운 식문화 캠페인도 벌인다. 최근 연구회가 고민하는 주제는 ‘전통 상차림’이다.  
이춘자 편집고문은 “한국의 전통 상차림은 밥·국·김치·젓갈·나물을 비롯해 주 음식인 고기·생선 등을 한 상에 차려놓고 먹는 ‘공간전개형’인데 요즘의 모던 한식당에선 서양식 코스요리를 본 따 이것들을 하나씩 따로 제공하는 ‘시간개열형’ 상차림을 한다”며 “서양식을 따른 것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단백질은 탄수화물과 먹어야 제 맛이고, 고기는 김치와 먹어야 감칠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데 왜 고기 따로, 생선 따로 맛보게 하고 그 집의 기본 솜씨를 알 수 있는 밥·김치·젓갈은 코스 맨 마지막에 내놓아 남기게 하는지 안타깝다”고 했다.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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