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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 축제 한 번에 100L 쓰레기봉투 400개…5개로 줄인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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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12-13 02:00 조회1,15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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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일회용품 문제를 사라지게 하고 싶어요.”

이 원대한 꿈의 주인공은 이제 막 회사를 설립한 지 1년 남짓 된 ‘트래쉬버스터즈’의 곽재원(40) 대표다. 유령을 퇴치하는 영화 ‘고스트버스터즈’를 오마주한 회사 이름처럼 쓰레기 퇴치에 관심이 많다. 특히 축제에서 발생하는 일회용품 쓰레기를 퇴치하는 게 우선 목표다.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제19회 서울디자인페스티벌' 현장에서 트래쉬버스터즈 곽재원 대표를 만났다. 김상선 기자

 

必환경 라이프(37) 트래쉬버스터즈

트래쉬버스터즈는 쓰레기 없는 축제를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축제현장에 자체 제작한 다회용 용기를 제공하는 부스를 설치해서 관객들이 보증금과 약간의 사용료를 내고 음식을 담을 용기와 컵을 빌려 갈 수 있도록 한다. 사용 후 반납하면 보증금은 돌려준다. 사용료는 음식값을 할인받아 상쇄시킬 수 있다. 음식 판매자들은 용깃값을 아껴 음식을 할인해준다. 반납 때는 야외 축제기 때문에 음식물이 묻은 상태로 돌려줘도 상관없다. 트래쉬버스터즈는 이를 한데 모아 자체 세척 공장에서 세척 및 소독한 후 다음 축제 때 같은 용기를 쓴다.  

트래쉬버스터즈의 부스. 모듈형 조립식 부스로 축제 규모에 상관없이 설치 및 해체가 용이하다. 사진 트래쉬버스터즈

 
서울시 산하기관에서 축제 기획자로 10년간 일했던 곽 대표는 축제가 끝나고 나오는 일회용 쓰레기가 너무 많아 항상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음악 축제든 장터 축제든 사람들이 야외에서 먹고 마시면서 나오는 일회용 접시와 컵은 음식물이 묻어 있기 때문에 재활용이 안 된다. 버려져 산더미같이 쌓인 일회용 용기들은 그대로 쓰레기봉투로 직행한다. 이를 규제할 정부의 가이드라인도 딱히 없다. 환경부가 2025년까지 일회용품을 줄이는 중장기 계획을 세워 지난해 카페 등 매장 내 일회용품은 사용이 금지됐지만, 축제나 행사장 등에서는 권고 수준이다. 곽 대표는 “코로나 19 이전 기준으로 문화관광부가 주최하거나 지원하는 참가 인원 2만 명 이상의 축제가 연간 1000건 정도 열린다”며 “민간 축제는 너무 많아 아예 셀 수 없을 정도인데 여기서 나오는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 문제를 직접 해결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트래쉬버스터즈의 다회용 용기. 음식을 담는 오목한 접시와 컵, 포크, 숟가락이 기본 세트다. 사진 트래쉬버스터즈

 
일회용품 없는 지속 가능한 행사를 만들어보자는 곽 대표의 생각은 서울시 청년 프로젝트 투자 사업으로 당선돼 날개를 달았다. 브랜딩 전문가, 디자이너, 업사이클링 전문가, 설치 작가를 한데 모아 2019년 9월 트래쉬버스터즈를 설립했다. 그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회사지만 환경 단체보다는 패션 브랜드처럼 매력적으로 운영하고 싶었다”고 했다. 트래쉬버스터즈의 핵심 아이템인 주황색 다회용 용기가 탄생한 배경이다. 음식을 담으면 맛있어 보이는 데다, 주로 초록빛이 많은 야외 축제에서 특히 잘 어울린다. 축제에 주로 나오는 푸드트럭의 음식 종류를 조사해 만들었기 때문에 범용적으로 쓸 수 있는 용기이기도 하다. PP(폴리프로필렌) 소재의 내열 용기로 전자레인지에도 쓸 수 있다. 곽 대표는 “스테인리스 소재로 만드는 것도 고려해봤지만 역시 사용자의 편의를 생각하다 보니 PP 소재가 적당했다”며 “대신 모든 용기에 동일한 소재를 사용해 300~400번 사용 이후 폐기 시점에서 이를 분해해 다시 같은 용기로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순환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트래쉬버스터즈의 용기는 300~400번 사용 후 폐기시 분해해 다시 같은 용기를 만드는 순환 시스템이 적용된다. 사진 트래쉬버스터즈

 
지난해 8월 한강사업본부에서 주최한 ‘서울인기 페스티벌’에서는 트래쉬버스터즈가 단연 화제였다. 다회용 용기가 혹시나 불편하진 않을까 싶었지만 기우였다. 참가자들은 기꺼이 주황색 다회용 용기에 음식을 담아 먹고 반납했다. 축제가 끝나고 산더미 같이 쌓이는 일회용 용기를 보지 않아도 돼 더 즐거워했다고 한다. 곽 대표는 “그동안 시민들도 일회용 용기를 버리며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라며 “대여와 반납이라는 시스템을 이용했을 뿐인데 이런 별거 아닌 노력으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 다들 무척 기뻐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해당 축제에서 나온 쓰레기는 전년 대비 98% 줄었다. 이렇게 깨끗한 축제는 처음이라는 얘기가 관객들 사이에서 나왔다. 곽 대표는 “3500명 정도 오는 축제를 기준으로 할 때 대부분 일회용 용기로 채워진 100L짜리 쓰레기봉투가 400개 정도 배출된다”며 “다회용 용기 대여를 했더니 같은 축제에서 100L 쓰레기봉투가 5개 정도밖에 안 나왔다”고 했다.  

지난해 테스트베드로 삼았던 '서울인기 페스티벌' 현장. 트래쉬버스터즈의 용기를 대여하려는 관람객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 트래쉬버스터즈

 
트래쉬버스터즈는 지난 9일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제 19회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도 참여 중이다. 행사장 한켠에 부스를 만들고 일회용품이 아닌 트래쉬버스터즈의 용기에 커피를 담아 판매하려고 했지만 코로나19로 F&B 운영이 어려워져서 홍보 부스만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올해 예약됐던 축제들이 대부분 취소가 되면서 곽 대표는 요즘 축제를 넘어 배달 일회용품 줄이기를 고민하고 있다. 내년을 목표로 배달용 다회용 용기 제작 및 배포 계획을 갖고 있다. 영화관에서 나오는 팝콘과 콜라 용기를 다회용으로 제작하는 방법도 고심 중이다. 실제로 올해 영화관과 제휴해 일회용품 없는 극장을 만들 계획이었지만 코로나 19로 취소돼 다시 기회를 보고 있다. 곽 대표는 “배달의 경우 모두 일회용품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온다는 사실에 공감하고 있다”며 “딱히 해결책이 없어서 모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 트래쉬버스터즈가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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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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