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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로키기행수필2020-8 로키의 하이라이트 콜럼비아 아이스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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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12-19 19:40 조회1,44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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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기행수필

2020-8 로키의 하이라이트 콜럼비아 아이스필드



아사바스카 폭포에서 나와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를 따라 남쪽으로 약 25km 정도 달리다 보면 선압타 폭포(Sunwapta Falls)로 들어가는 길을 만나고 여기서 약 600m 거리에 주차장이 있고 바로 옆에 폭포가 있다. 여기서도 강물이 만들어 내는 깊은 협곡을 볼 수 있다. 아사바스카 폭포를 보기 전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엄지손가락을 세울 만도 한데 아기자기한 맛이 좀 덜 하다. 자연도 서로 시샘을 한다. 이것보다 저것이 저것보다 이것이 하고 비교를 하게 만든다. 자연은 가만히 거기 있는데 사람이 공연스레 얄팍한 심사를 부린다. 선압타 폭포를 이루는 강은 선압타 강이고 조금 더 가서 아사바스카 강과 합류한다.

 


다시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를 달리다 보면 오른 쪽으로 넓은 하천지대를 만난다. 예전에 빙하가 지나간 자리라고 한다. 빙하가 지나간 자리는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바닥이 평평한 U자 모양을 하고 있다. 마치 물이 마른 강바닥으로 착각할 수도 있지만 물은 오래 흐르다 보면 V자 모양의 계곡을 만들게 된다. 빙하에서 녹은 물줄기가 가늘게 여러 가닥으로 흐른다. 일 년 내내 그 모양으로 수량이 크게 늘어 마치 강물처럼 흐르는 일은 없다. 빙하가 산에서 끌고 내려온 돌들이 간간이 흩어져 있다. 빙퇴석이라고 한다. 좁은 계곡에서 산사태가 나서 물길을 막으면 물이 고여서 호수가 되고 바닥에 깔려 있는 모레인 때문에 물 색깔은 청록색을 띠게 된다. 로키의 호수는 대개 그런 지형변화로 생겨나게 된다.


빙하시대를 지나 지구의 온도가 많이 올라갔다는 것을 빙하의 규모를 보면서 새삼 느끼게 된다. 로키의 빙하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언제까지인지는 모르지만 미래에는 빙하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빙하가 없어진다면 현재의 지구 생태계에는 상상할 수 없는 변화가 오고 그 속에서 인간이 적응해 살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빙하가 없어진다면 우선 빙하가 만들어 내는 강과 호수, 폭포가 없어질 것이다. 여름에 수분을 공급받지 못하는 숲이 남아날 리 없고 야생동물은 말할 여지도 없다. 돌로 된 산 이외의 로키의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결론이다.


빙하가 지나간 넓은 벌판을 여기서는 필드(Field)라고 한다. 필드에는 드믄드믄 자잘한 침엽수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데 작다고 해서 묘목이 아니고 아주 오래된 나무들이다. 일 년 중 거의 8개월이 겨울이고 항상 눈에 덮여 있기 때문에 생장 속도가 놀랄 만큼 느리다. 나이테는 현미경으로 보아야 보일 정도이다. 컬럼비아 디스커버리 센터 빌딩에 있는 박물관에 어른 손으로 약 한 뼘 정도의 나무를 잘라서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데 천년 된 나무라고 한다. 그 위에 현미경을 설치해서 나이테를 볼 수 있다. 나이테의 간격이 육안으로는 볼 수 없다. 이런 나무는 강도가 거의 바위 덩어리 수준이다. 칼이나 톱으로 쉽게 자를 수 없을 지경이다. 키가 1-2미터의 이런 나무들을 보고 있노라면 엄청난 생존력에 머리가 숙여진다. 산 아래 세상에서 머리가 아파 여기 온 사람에게 나무는 말없이 커다란 교훈을 전해 줄 것이다.


‘뭐 그만 일로 머리를 썩이시오. 나 같은 나무도 살아가고 있는데..’


필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서서히 산비탈을 오르게 된다. 오른쪽으로 작고 큰 빙하가 보이기 시작한다. 산 너머 빙원에서 넘쳐흐르듯이 거대한 빙하가 산 밑으로 뻗쳐 있다. 어느 순간 시야가 탁 트이면서 산과 산 사이로 흘러내리는 거대한 빙하와 만나게 된다. 아사바스카 빙하이다. 콜럼비아 빙원(Columbia Icefield)에서 흘러나온 이 빙하는 로키에서 가장 거대한 빙하로 로키관광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하다. 3500m가 넘는 고봉들이 에워싸고 있는 이곳은 고도 약 2000m. 콜럼비아 디스커버리 센터에 있는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거대한 아름다움이라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설상차를 타면 빙하의 상층부까지 이동할 수 있다. 빙하의 표면으로 흘러내리는 작은 개울물은 차디차고 맑기가 그지없다. 간혹 한국 관광객들 중에는 포켓병의 양주를 가져와서 빙하수와 섞어서 마신다. 육각수라는 빙하수와 스카치 위스키의 조합은 주당들에게는 잊지 못할 기념비적 추억이 되는 모양이다. 아득한 시절에 내린 눈 녹은 물이다. 알 수 없는 먼 과거와 현재의 만남은 가벼운 취기와 함께 신비로운 영감을 전해 준다.


콜럼비아 아이스필드는 남극과 북극, 다음으로 거대한 빙원이다. 콜럼비아 산(3747m)을 비롯한 9개의 약 3500m급의 고산들로 둘러싸인 함지박 같은 곳에서 헤아릴 수 없는 오랜 세월 동안 눈이 쌓여서 형성되었다. 길이 28km, 면적 235㎢(서울면적 약 605㎢), 두께는 350m에 달한다. 여기서 만들어진 빙하가 6개인데 아사바스카 빙하가 가장 크고 가까이서 볼 수 있기 때문에 로키관광의 핵심 포인트가 되었다. 대륙의 동서를 가르고 있는 로키의 콜럼비아 빙원은 서쪽으로는 태평양으로 흘러들어가는 콜럼비아 강, 동쪽으로는 대서양으로 흘러가는 사스케찬 강(North and South Saskatchewan River), 북쪽으로는 북해로 들어가는 아사바스카 강의 원류를 이루고 있다.


우리는 설상차를 마다하고 빙하의 맨 끝을 보러 산을 오르기로 했다. 어둑해지는 산간의 바람은 매섭게 차갑다. 빙하의 발가락(Glacier Toe)이라고 일컬어지는 지점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짧아져서 위로 올라가고 있다. 빙퇴석으로 어지럽게 흐트러진 비탈길을 힘들게 올라갔다. 가는 길 위에는 드문드문 연도를 적은 표지석이 놓여 있는데 20년 전에는 여기까지 빙하가 있었고, 10년 전에는 여기까지 있었다는 것을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지구환경의 급격한 온난화를 직접 체험하게 된다. 이래도 되는 것일까 의아하다.


빙원에서 출발한 빙하는 중력의 힘과 함께 빙원에 계속 쌓이는 눈의 압력을 받아 아래로 밀려 내려오게 된다. 눈으로는 전연 느낄 수 없지만 일 년에 약 10m 정도 이동한다고 한다. 빙하는 계곡을 따라 흐르면서 더 이상 흐를 수 없는 곳까지 이른다. 녹아서 없어지는 지점이 빙하의 끝이 된다. 빙하가 지나면서 지표면이 올라온 곳에서는 빙하가 틈을 벌리며 찢어지게 되는 데 이것을 ‘크레바스’라고 한다. 빙하 위를 함부로 다닐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 크레바스 때문인데 한번 빠지면 구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빙하 위로는 올라갈 수 없게 차단되어 있어서 빙하의 끝에서 돌아섰다. 빙하는 지표면에 닿은 곳에서부터 지열로 녹아내린다. 아래로 내려올수록 온도가 상승하고 녹는 속도도 빨라지게 된다. 여기서 녹아 흐르는 물은 호수를 만들고 강의 원류가 되고 있다.



우리가 자연을 보고 탄복하고 거기에 안기고 싶어 하는 것은


자연이 인간 생명체의 고향이고 본질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문명화하기 이전 수백 만 년을 자연 속에서 야생으로 살았다.


이제 겨우 1만 년 전부터 지붕 아래서 밥을 먹고


옷을 입고 농사를 짓게 되었다.


인간의 유전자 속에는 야생의 본능이 기록되어 있다.


자동차를 타고 컴퓨터를 이용하고 엘리베이터가 있는 고층빌딩에 살아도


역시 인간은 야생의 본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생일이 되면 촛불을 밝히고, 야외에서 밤이 되면 장작불을 지핀다.


야채보다는 고기에서 입맛을 느끼고, 힘들여 사냥하고 낚시하기를 즐겨한다.


고속도로에서 남이 내 앞으로 달려 추월하면 공연히 심사가 사나워진다.


높은 곳에 오르기를 좋아하고 야생동물을 만나면 미치게 환호한다.


야외에서 밥을 먹으면 반찬이 없어도 맛있다고 하고,


불을 지펴 고기 굽기를 좋아한다.


이것들은 모두 수렵시대 사냥꾼들의 습성이다.


 


복잡하지만 즐길 일로 가득 찬 도시를 더러는 벗어나고 싶어 한다.


자연 속으로 들어가 산을 보고 바다를 보고 계곡의 폭포를 만나면


아늑한 휴식감을 느낀다.


불편하고 소박한 옛 고향을 찾으면 마음은 평안함을 갖는 것과 같다.


자연은 인간의 고향이고 어머니이다.


고향을 찾고 어머니를 찾아 그 품에 안기고 싶어 하는 것은


멈출 수 없는 본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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