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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로키기행수필2020-10 세월이 만들어낸 협곡 존스톤 캐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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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12-27 17:01 조회85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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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기행수필 2020 - 

10 세월이 만들어낸 협곡 존스톤 캐니언

    심현섭

 

 3일 차 아침 눈을 뜨고 침상에서 창밖을 보니 희미하게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난로에서는 어젯밤에 넣어둔 통나무 장작이 아직도 벌건 불기를 품고 있다. 내가 이민 온 초기에는 론스데일에서 벽난로에 장작을 땔 수 있었는데 지금은 도시 공기를 오염시킨다고 전면 금지됐다. 직접 불을 때는 것은 금지했지만 예전부터의 습관은 버리지 못하고 벽난로에 전기불로 장작불 흉내를 내거나 개스불을 피워 지속하고 있다. 벽난로의 기능은 상실했지만 아마 벽난로가 없는 집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전통이란 이렇게 무섭다.

 살며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산불 연기는 어제보다 더 하지는 않아도 먼 산이 희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캐슬 마운튼이 지척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중세의 성처럼 견고하고 웅장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일 터이다. 오른쪽 맨 앞에 있는 봉우리는 아이젠하워 타워라고 하는데 마주 보고 서 있는 천애의 절벽이 기둥처럼 올연하다.

시야가 좋지 않아 레이크 루이스는 내일 가기로 하고 오늘은 존스톤 계곡(Johnston Canyon)을 탐험(?)하려고 작정했다. 계곡은 일반적으로 골짜기에 해당되는데 캐니언은 좀 더 좁은 협곡에 해당한다. 오랜 세월 계곡을 흘러내리는 물이 깎아서 좁고 깊게 파인 골짜기라고 볼 수 있다. 지형의 무르고 단단한 곳을 가려가며 깎으며 흐르다 보니 기묘한 형상의 바위들이 들어나고 물길이 급하게 이리저리 돌아 볼만한 경관을 만들어내고 있다.

 아침에 캐빈 주위를 산책하다보니 보우파크웨이 입구를 막아놓고 공원관리인들이 지키고 서 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물어 보니 차를 타고는 존스톤 계곡을 갈 수 없고 가려면 걸어서 가야한다고 한다. 약 4키로만 걸으면 된다고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코로나 사태로 3월부터 차량출입을 금지했다고 한다. 워낙 사람들이 몰리는 곳인데다 가는 길이 좁아서 거리 지키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라고 여겼다.

 캐빈에 돌아와 아침을 먹으며 이 얘기를 했더니 막내가 사무실로 달려갔다. 조금 후에 웃는 낯으로 돌아오며 꿀팁을 얻었다고 자랑이다. 존스톤 계곡에 식당이 있는데 그곳에 예약을 했다고 하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계곡 입구에 있는 식당(Blackswift Bistro)에 예약을 하고 공원관리인에게 폰으로 예약현황을 보여주니 무사통과 되었다. 숲길을 달려가며 마치 특혜를 받은 기분이 들면서도 조금은 편법을 쓴 것 같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한편 생각해보니 차량통행을 무조건 막아버리면 계곡 입구에 있는 랏지와 식당은 무조건 망하게 되어 있다. 그들의 비즈니스를 살리면서 입장객을 통제하는 방법으로 차량통행을 금지한 게 아닌가 여겨졌다. 피해를 받게 될 사람을 최대한 배려하는 마음이 훈훈하게 느껴졌다. 역시 캐나다다운 면모를 체감하게 해 주었다.

 

 계곡에는 볼만한 폭포가 두 군데 있는데 첫 번째 폭포는 Lower Falls라고 하고 두 번째는 Upper Falls라고 한다. 우리말로는 아래 폭포, 위에 폭포라고 할까. 외면적으로 보이는 대로 이름을 짓는 빈약한 작명이 아쉽다. 폭포가 아홉 개 있으면 어쩔 것인가. 서양인들이 들어온 역사가 짧다보니 사연이나 이야기가 이곳에는 어려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산이고 호수고 무턱대고 사람 이름을 붙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설악산, 한라산, 묘향산, 지리산, 백두산, 금강산 이름만 들어도 아름다운 금수강산이 돋보인다.

 입구에서 아래 폭포까지는 천천히 걸어서 약 30분쯤 걸리고, 거기서 위에 폭포까지는 다시 30분쯤 걸리는 거리이다. 길이 험하지 않고 잘 닦여있어 산책길처럼 느껴지지만 역시 산길은 산길이다. 계곡 바위 옆에 잔교(Catwalk) 위를 따라 걸으며 발아래 흐르는 맑은 계곡 물소리를 듣노라면 힘든 줄을 모르고 오르게 된다. 가끔 크게 자란 나무가 쓰러져 계곡을 가로 지르며 누워있고, 나무 가지는 습한 이끼들로 가득 차 있어 괴기하게 느껴진다. 계곡의 단층은 수 천, 수 만 년 시간의 나이테를 보여주며 그 많은 세월을 물이 흘러 지금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또 몇 십 세대가 지나면 계곡은 다른 모습으로 깊이 파여 있게 될 것이다. 자연의 장구한 움직임과 변화를 생각하면 저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잠시 후에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재미있는 폭포를 만나게 된다.’고 호기심을 갖게 만들었다. 아래 폭포는 개울을 건너는 다리를 지나 조그만 동굴을 머리를 숙여 들어가면 한 순간 눈앞에 쏟아지는 폭포와 마주치게 된다. 서너 사람 정도가 설 수 있는 자리에 물보라가 엄청나게 쏟아지니 사진도 제대로 찍기 힘들다. 작은 폭포이기는 하지만 수량이 많아 굉음과 함께 역동적인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위에 폭포를 가는 길은 약간 계곡을 벗어나서 물길을 볼 수 없고 숲속으로만 가게 되어 좀 지루한 감을 준다. 넓은 공간의 계곡이 전개되며 바위 전면에 물줄기가 넓게 퍼져서 내려오고 있다. 계곡 안쪽으로 잔교를 놓아 걸어가면 아래위로 넓게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전체적으로는 사람들이 적었지만 여기는 사람들이 몰려 있어 중간쯤에서 돌아섰다. 약 2시간 반 정도의 산행을 마치고 입구에 있는 예약된 식당에 도착했다. 여행객들이 차량으로 들어오지 못하니 자연 한산한 상황이라 쉽게 파티오에 자리를 잡았다. 파티오에 자리가 있으면 실내에 앉으려는 손님이 거의 없다. 탁 트인 공간에 대개 지붕이 없는 파티오는 특히 유럽인들이 길거리 카페에서도 즐겨 앉는 곳이다. 이것은 인류의 조상들이 지붕이 없는 야외에서 먹거리를 섭취하던 습성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실내에 식탁을 놓고 의자에 앉아서 식사를 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앨버타 트리플 A 비프 햄버거를 시켰다. 앨버타는 지하자원이 풍부하고 축산이 발달한 지역이다. 겨울에는 추운 기온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소고기에 마블링이 잘 형성되어 고기가 질기지 않고 부드러운 게 특징이다. 더구나 소를 우리에 가두어 기르지 않고 방목을 하기 때문에 야생의 풀을 먹고 자란다. 둘째가 한국에서 떠나올 때 친구가 가족들과 함께 식사 한번 하라고 준 돈이 있다며 점심을 쏘겠다고 한다. 공짜 점심은 언제나 좀 더 맛있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햄버거는 미국에서 개발된 메뉴인데 빵 속에 소고기나 닭고기를 넣고 야채와 함께 먹는다. 조리하기가 간편하고 먹기도 편리해서 패스트 후드(Fast Food)의 상징이 된 음식이다. 50년대에 캘리포니아에서 맥도날드 형제가 만들어 팔기 시작하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미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등장하였다. 70년대 중반 미국에 처음 왔을 때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먹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니까 모두 맨 손으로 그대로 들고 먹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처음 들어와서 화장실에 가서 손을 닦고 나오는 사람은 볼 수가 없었다. 그때만 해도 한국에서는 식사하기 전에 손을 닦고 오라고 어린아이들을 닦달하던 때였다. 한국 사람은 상추쌈을 먹거나 갈비를 뜯을 때 이외는 거의 수저를 사용해서 손이 음식에 직접 닿는 경우가 없는 데도 말이다. 지금까지도 햄버거를 싼 종이를 조금씩 벗겨가며 먹는 사람들은 주로 아시안이거나 또는 한국 사람이 대부분이다. 농경민족들은 식사할 때 주로 젓가락을 사용하고, 유목민족들은 대개 손으로 직접 들고 먹는다. 몽고, 티벳, 네팔, 인도로부터 시작해서 중동과 아프리카에서는 지금도 거의 손으로 식사를 한다. 인도의 카레라이스를 손으로 움켜쥐어서 먹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로서는 도저히 흉내 내기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양 사람들이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유럽에서는 18세기까지 포크 사용이 일반화되지 않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우리가 상추쌈을 먹을 때 직접 손으로 만지면서 먹어야 제 맛이 나듯이 서양인들도 햄버거를 먹을 때 보면 보드라운 빵을 만지작거리면서 손으로 들고 먹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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