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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평론> 거울 이상 ‘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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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명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01-11 17:54 조회3,39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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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희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요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잽이요

내악수(握手)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잽이요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이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事業)에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反對)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診察)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참고 문헌-지금까지 이상의 시나 소설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작품으로 취급되었다. 상식적인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는 작품도 신비화해 버리는 잘못된 문학 감상 태도다. ‘거울’은 상식적인 시이고 이 시를 통해 시적 사유와 문학적 상상력이 어떤 것인가를 배울 수 있고 또 그것들을 즐길 수 있다. 시는 논리적으로 이해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많은 경우 논리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임을 배울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시는 띄어쓰기를 하지 않았으므로 문장의 전통적 기법을 무시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의식 또는 인생에 대한 상식적인 질서를 거부했다는 것은 무슨 뜻인지 잘 알 수 없다. ‘거울’은 초현실주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누구나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본 경험이 있다. 시인은 그러한 보편적 체험 속에서 흥미로운 생각을 하였고 우리는 그 생각이 그럴듯하고 재미있다고 느낄 수 있다. 이 시는 자아분열이 진행되는 과정에 대한 묘사가 아니라 두 개로 분리된 자아의 상태에 대한 묘사이다. ‘거울’이라는 시는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작품이다. 거울로 자기 모습을 보는 평범하고 사소한 체험으로부터 흥미로운 생각을 끌어낸 것일 뿐이다. 다만 시인은 그 평범한 일상적 체험 속에서 보통 사람이 잘 해보지 않았던 생각을 해 본 것이고, 그 생각의 기발함이 이 시의 재미와 의미가 되는 것이다. [교과서에 실린 문학작품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서

 

감상- 이 시를 탐구하기 전까지 거울은 그냥 거울일 뿐이었다. 1연, 2연, 3연은 거울 속에 비친 무력한 화자의 모습이다. 대꾸가 없는 적막한 세상을 유체 이탈의 자세로 바라본 듯한 서술이다. 이 시는 절대 난해하지 않다. 시는 교육자의 편견과 해석에 따라 시를 수용하는 능력이 달라질 수 있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거울이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거울 속 달라진 외모를 보게 되면 보이지 않는 내면이 궁금할 것 같다. 거울로 인한 반향. 그동안 나에게 무관심한 건 아니었는지. 자신에게 화두를 던지는 일만큼 중요한 건 없다. 알맹이 없는 글만 쓴 건 아닌지. 힘없는 시인은 거울 속 자신과 대화하며 사유의 세계를 펼쳤다. 글 쓰는 사람은 침체한 생각을 끌어내야 한다. 거울 속 자신을 만나야 한다.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事業)에골몰할께요’창작을 가로막는 가난은 예술인에게 절치부심한 일이다. 이상은 뛰어났어도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병치레와 환경의 악조건 속에서도 시와 소설과 수필을 남겼다. 그때도 유복한 작가들은 일본이나 러시아로 유학하여 창작 의지를 펼치기도 했다.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反對)요마는/또꽤닮았소/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診察)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자신의 외형과 내면을 정확히 파악한 정황이 보인다. 그는 실제의 거울보다 내면을 볼 줄 아는 거울을 갖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자신의 처지와 상태를 알고 있었다. 현대인의 육체와 정신은 갈수록 곤고하다. 멘탈이 흔들릴 때는 자기 긍정 전에 자기 부정이 먼저 온다. 성에 차지 않은 자신을 인정할 수 있어야 현실을 정확히 투사할 수 있다.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내가 누구인지 알면 그건 병이 아니다. 정신병은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병이다. 이상은 자신의 처지나 병을 본인이 해결할 수 없음을 시인했다. 우리도 이런 딜레마를 종종 겪는다. 고흐가 자기의 초상화를 인정하지 않은 지인에게 귀를 잘라 입증하려고 했던 것은 멘탈이 붕괴된 경우다. 이상의 정신세계는 지금으로 말하면 3차원, 4차원일 뿐이다. 이상은 건축학도로 도형이나 기호를 사용한 파격적 시를 썼는데 이는 기질이나 감성의 과부하로 볼 수 있다. 현대에는 감성이 뛰어난 아티스트인 경우 천재라 하여 실력을 높이 산다. 이 시를 분석한 이유가 있다. 과거에 없던 병이 많아진 현실 때문이다. 어느 칼럼에서 안병은 정신과 의사는 ‘마음이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이 미친 사람으로 취급받고 있는데 초기에 아프다고 말할 수 있었다면 미친 사람이라는 편견도 없었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도 어릴 때 ADHD 증상을 앓았다고 한다. 요즘 연예인들은 대놓고‘공황장애’를 고백한다. 건강한 현상이다. 자신의 병명을 떳떳이 말할 수 있다면 반은 치료된 것이다. 위에서 저자는 이상이 초현실주의자와는 상관없다고 했으나 나의 견해는 다르다. 이상이 초현실주의자였기에 거울이라는 평범한 소재를 자아 성찰이라는 주제로 끌어낸 것이다. 이상은 나르시시스트도 아니다. 자기애가 강한 사람은 글을 포장하거나 합리화시킨다. 이상은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자기의 세계를 표현했다. 차원이 다르다 하여 편견이나 선입견을 품고 해석한 시절이 있었으나, 현대에 와서는 그를 병적이 아니라 뛰어나고 남다른 문학인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이건 내 생각인데 거울이 외모를 보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내면을 보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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