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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민초 시단 <정소성 교수를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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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밴쿠버 중앙일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04-29 11:32 조회83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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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끈의 연결선은 끊을 수 없는 끈이다

허물어진 석양에 머리숙인 너는 갔다

어쩔 수 없는 그리움의 반항으로

바람은 불어 선회하는 세월의 그늘에서

침잠하는 별빛 하나 눈물로 아롱진다

그 것이 인생이라는 절규로

 

너는 변함의 영속 선에서

변화하지 않는 우주 속을 날고 있는 새 한 마리

창공을 너의 것으로 포용하는 슬기로

청아한 눈동자로 나를 응시하는구나

그 주옥 같은 영원을 노래하는 글 한 줄

어찌 하라는 말인가

 

너는 말했다

우리는 이 세상 떠날 때까지 배고픈 직업을

가졌음이 얼마나 자랑스러우냐고

나를 다독였었지

 

아비규환과 같은 삶의 뒤안길에서

너의 자랑 나의 자랑을 하며

막걸리 잔을 기울이던 인사동 옥정의 한정식집

마지막의 너와 나의 한탄의 눈물이

반항하는 술잔에 용해되어 허공을 맴돌고

내 눈에 고인 눈물 속에 독백의 시가 흐른다

 

이유식.jpg

<시작의 산실> 

내가 그를 만난 것은 8년 전이다. 문학과 의식 발행인 안혜숙 소설가가 같은 고향 경상북도 두메산골의 생산(生産) 정소성 교수와 만남을 가짐이 어떠냐는 제의에 고향 사람이 동인 문학상을 받은 소설의 훌륭한 작가라 함에 나의 호기심은 배가 되어 자리를 같이 하게 되었다. 

안혜숙 여사와 자리를 같이한 그날은 봄비가 내리는 한낮, 우리는 일식 집에서 정심을 같이 하며 같은 고향이라 금방 가까운 친구 관계로 발전했다. 

이 역병이 세상을 난자하기 전 봄 가을 두번씩 조국을 찾으면 언제나 3, 4차례의 만남을 가졌었다. 해맑은 눈동자의 정 교수는 큰 눈을 부릅뜨며 서로를 응시하며 인사동 옥정이라는 한정식 집에서 막걸리 잔을 기울였다. 

민초 우리는 배가 고픈 직업이지만 한평생 우리의 생존을 관조할 수 있는 직업을 가졌으니 얼마나 다행이냐며 나를 격려했다.

그는 지난해 말 나의 카페에 올리던 글도 오르지 않아 궁금증이 있던 차 그의 절친 친구 서 *훈 옛적 영남일보 논설실장의 친구께서 그가 코비드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왔다. 이 경천동지할 현실 앞에 나는 망연자실하며 그 님을 원망도 했다.

돌이켜 보면 내가 그와 사귀어 온 정에 사람 구실을 못한 것 같은 죄스러움이 나를 괴롭히기에 상기와 같은 추모시를 썼다.

민초, 인생살이 다 그런거야. 공수래 공수거니 때가 되면 미련없이 떠나지 뭐, 하던 말이 귓전을 두들긴다.

한번은 시청 앞 프라자 호텔에 투숙하면서 조찬 초대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그는 그의 소설 33권의 전집을 출간 중이라며 그 때까지 출간을 한 설향, 운명 등을 선물로 주었다. 그 때 나는 전집이 어느 정도 출간되었을 때 촌지라도 드리려 했던 나의 뜻은 이제 무위로 돌아갔음이 안타깝다. 

책꽂이에 꽂힌 그의 저서를 보며 귀국을 하면 그의 내자를 꼭 만나리라 생각하며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영면하시라 후학을 위하여 한평생을 헌신하며 나 같은 후학에게도 아낌없는 격려와 지도를 해주던 나의 친구 정소성 교수.

그는 S 대에서 불문학을 전공, 파리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정년 퇴직을 한 내가 존경하는 고결한 인격의 소유자였다.

인명은 재천이라지만 어쩌라고 그렇게 훌훌히 나를 두고 먼저 떠나셨나?. 민초 인생살이 다 그런거야 공수래 공수거니 때가 되면 미련없이 떠나지 뭐, 하던 말이 야속하게 귓전을 두들긴다. 

-민초 이 유식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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