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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 빵에 ‘겉바속촉’을 불어넣는 마법의 솥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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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07-25 03:00 조회1,28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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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닥타닥 장작불 타들어 가는 소리가 잦아들면 고소한 향이 온 집안에 퍼진다. 오븐을 열고 이제 막 꺼낸 빵은 적당히 따스한 온기를 머금고 있다. 그렇다. 나는 사워도우를 굽는 홈베이커다. 소화가 잘되는 건강한 빵을 만들어 먹기 위해 시작한 홈베이킹은 번번이 실패였다. 하지만 '이것'을 이용하고부터 상황이 역전됐다. 내 집에서 세계적 명성의 샌프란시스코 '타르틴 베이커리' 뺨치는 사워도우를 맛보게 될 줄이야. 모든 것은 홈베이킹의 비밀병기 '롯지 캐스트 아이언 더치오븐' 덕분이다.
 

[민지리뷰]
무쇠 솥
롯지 캐스트 아이언 더치오븐

홈베이킹을 시작하면서 경험하게 된 롯지 더치오븐. 샤워도우를 주로 굽는 나같은 홈베이커라면 관심을 기울일만한 아이템이다. [사진 롯지·담소리빙]

 
리뷰하려는 제품은 무엇인지 소개해주세요.
미국 '롯지' 사에서 주철(무쇠)로 제작한 4.7L 용량의 더치오븐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더치오븐은 찜·튀김·국물요리 같은 음식을 위한 서양식 무쇠솥을 말해요. 미국에서는 '5쿼트 더치오븐', 국내에선 '4.7L 서빙팟'이라고 불러요. 주철로 된 솥이다 보니 5.79kg으로 무게가 상당합니다. 뚜껑을 덮고 잰 높이는 18cm, 양쪽 손잡이를 제외한 지름은 26cm입니다. 국내 공식 수입사가 있어 온라인 쇼핑몰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어요. 롯지란 브랜드에 대해 부연 설명하자면, 1896년 미국 철강 산업의 중심이었던 피츠버그에서 시작한 무쇠 주방용품 브랜드로 125년의 역사를 가졌답니다.
 
어떤 계기로 사게 되었나요.
사워도우(공기 중에 있는 효모균으로 발효해 만든 빵)를 구워 먹기 위한 집념으로 알맞은 더치오븐을 찾다가 구매했어요. 천연발효종인 '르뱅'을 키워서 제빵을 하려고 관련 자료를 찾던 중에 더치오븐을 이용해 빵을 굽는 책과 동영상을 여럿 보게 되었습니다. 자료를 통해 오랜 시간 구워 속은 촉촉하고, 겉은 바삭하게 굽는 사워도우 빵 특유의 식감을 살리려면 수분 증발을 막아주는 더치오븐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죠.

롯지의 더치오븐은 겉면이 오돌토돌한 거친 매력이 있다. 다듬어지지 않은 듯 무심한 것도 더치오븐을 사용하다보면 정이 간다. [사진 임승현]

실리콘 페이퍼를 사용해 빵을 굽고 난 뒤 빵가루가 더치오븐에 살짝 떨어져 있는 모습이다. [사진 임승현]

 
솥으로 빵을 굽는다니 상상이 안 돼요. 어떻게 하나요.
먼저 일반 오븐에 더치오븐을 넣고 250도에서 40분 이상 예열해 주세요. 그런 다음 더치오븐을 꺼내 준비했던 반죽을 넣습니다. 뚜껑을 닫은 더치오븐을 다시 오븐에 넣고 250도로 20분간 돌려주세요. 이번에는 뚜껑을 연 채로 오븐에서 230도에 15분가량 더 구우면 완성됩니다. 마지막에 뚜껑을 열고 굽는 것은 맛깔난 빵의 빛깔을 내기 위해서예요. 르뱅 발효종을 키우고, 반죽을 저온 숙성할 때 지난한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일단 반죽이 완성되면 나머지는 '불(온도)'과 '더치오븐'이 모든 걸 책임져 줄 거예요.
 
제빵에 더치오븐을 선택한 이유는요.
빵을 좋아해 간단한 홈베이킹을 종종 했었는데, 지난해엔 특별히 반죽을 저온 발효해 소화가 잘되는 사워도우를 구워봐야겠다는 당찬 계획을 세웠어요. 하지만 번번이 실패했어요. 요리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 파운데이션 어워드’를 받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아니 미국에서 가장 맛있는 사워도우 빵을 만든다는 채드 로버트슨이 쓴 『타르틴 브레드』도 읽어봤어요. 그가 말하길 르뱅으로 만든 빵을 구울 때는 오븐을 스팀으로 적셔야 하는데 가정에서는 더치오븐이 이점을 완벽히 보완해 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책에서 추천한 제품은 뚜껑이 평평한 콤보 쿠커예요.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입고되지 않아서 솥단지 형태의 더치오븐을 샀어요. 빵이 아니더라도 다른 찜 요리를 할 때도 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천연발효종으로 만든 반죽을 더치오븐에 넣어 구운 가정식 사워도우 브래드. 더치오븐에서 꺼낸 후에도 잔열이 남아 빵이 계속 구워지면서 마치 팝콘 튀기는 듯한 소리가 난다. [사진 임승현]

250도의 오븐 안에 더치오븐을 넣고서 40분간 예열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임승현]

 
더치오븐하면 캠핑이 떠올라요.
맞아요. 캠핑 열풍에 힘입어 최근 몇 년 사이 더치오븐을 판매하는 브랜드가 늘어났어요. 캠핑족의 위시 아이템 중 하나가 더치오븐이거든요. 롯지는 가장 오래된 주철 브랜드인 만큼 더치오븐에 대한 내공이 남달라요. 외관은 서부영화에서 카우보이들이 모닥불에 걸쳐 놓고 음식을 해 먹던 바로 그 까만 솥이에요.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다 보니 시즈닝 과정(팬에 기름을 먹여 길들이는 과정)에서 일부 뭉친 부분이 있다는 안내도 있더라고요. 사워도우나 캄파뉴, 호밀빵 같은 시골 빵에는 오히려 그런 거친 면이 멋이죠. 또 수많은 미국 제빵사의 영상에서 롯지의 더치오븐을 사용하는 모습도 제 마음을 흔들었어요. 물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도 선택에 크게 한몫했죠. 

캠핑에서 더치오븐을 사용하는 모습. 뜨거운 장작불에도 식재료를 태우지 않고 요리를 완성할 수 있다. [사진 롯지]

 
다른 브랜드에 비해 많이 저렴한가요.
유명 브랜드 제품과 비교했을 때요. 같은 용량이라면 20만원 이상 줘야 해요. 이 제품의 경우 권장 소비자가는 13만원대이지만, 할인 이벤트가 많아 9만원대로 살 수 있어요. 나는 주로 빵을 구울 때만 사용하지만, 다른 요리를 할 때도 사용할 수 있어 활용도도 높고요. 주철만 잘 관리하면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직접 사용해보니 어떤 장점이 있나요.
듬직한 무게, 투박한 멋, 합리적인 가격 이 세 가지가 가장 큰 장점이에요. 직접 써보니 무겁다는 단점은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묵직한 무게 덕분에 요리할 때 안정적이에요. 뚜껑이 묵직하게 냄비에 결합돼 수분이 빠져나갈 틈이 없어요. 그리고 오븐 안에 모인 열은 쉽게 빠져나가지도, 식지도 않아요. 냄비 자체의 온도가 오래 지속돼죠. 투박한 멋도 좋아요. 아기자기하고 세밀한 제과용 도구가 아니에요. 거칠고 대충 구운 듯한 시골빵스런 르뱅 브레드와 똑 닮았어요. 롯지의 더치오븐은 시즈닝이나 샌드 캐스팅 과정에서 기포가 생겨 표면이 오돌도돌 흔적이 있어요. 이런 엉성하고 투박한 맛이 빵을 만드는 과정과 분위기에 묘하게 잘 어울려요. 조심스레 사용할 필요가 없는 거죠. '막 다루는' 멋과 맛이 있습니다.
 

뚜껑 뒷면에 37개의 돌기가 있는 게 보인다. 셀프 베이스팅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능적인 디자인이다. 안쪽으로 더치오븐 사이즈와 제조국에 대한 정보도 새겨져 있다. [사진 임승현]

사용 후 만족도를 점수로 이야기해주세요.
10점 만점에 9점입니다. 더치오븐이 없었을 때는 수도 없이 실패했어요. 그런데 처음으로 더치오븐을 사용하고 제대로 구워진 빵을 꺼냈을 때의 기분이 지금도 생생해요. 이제 막 구운 빵에서 나는 고소한 향, 장작불 타는 듯한 소리, 따스한 온기 등이 '기다림의 미학'을 더없이 완벽하게 만들어주었어요. 틈새 없는 더치오븐 안에서 반죽은 수분을 머금어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의 빵으로 바뀝니다. 가정용 오븐으로는 흉내 낼 수 없는 고급 샤워도우 빵을 만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꺼이 최고의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다만, 콤버 쿠커가 아니라 뜨겁게 달군 깊은 더치오븐 안으로 반죽을 넣는 과정이 다소 위험해요. 또 6kg에 육박하는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점도 아쉬워 1점을 뺐어요.
 
더치오븐 잘 쓰는 팁이 있을까요.
빵을 굽는 용도로 사용한다면, 반죽을 더치오븐에 넣을 때 화상의 위험이 있어요. 뜨겁게 달군 냄비 안으로 손을 넣어야 하기 때문이죠. 저는 실리콘 페이퍼를 손잡이 모양으로 잘라서 반죽을 집어넣어요. 뜨거운 더치오븐을 다루는 저만의 팁이라고 할 수 있어요. 또 하나 더 있어요. 시즈닝만을 위해 기름을 콸콸 쓰는 건 아깝잖아요. 그럴 땐 얼마 남지 않아 잘 나오지 않는 기름병을 거꾸로 세워 모아두었다가 사용하는 것도 좋아요.  
 
어떤 사람에게 요긴할까요.
홈베이킹을 하는 사람에게 더치오븐은 있으면 좋은 아이템이 아니라 필수템이라고 생각해요. 또 첨가물 없이 식재료 본연의 물과 기름만으로 맛과 풍미를 극대화하는 조리법인 무수(無水)‧무유(無油) 조리를 즐기는 사람에게도 안성맞춤입니다. 롯지의 더치오븐 뚜껑을 뒤집어 보면 질서정연하게 돌기가 솟아있어요. '셀프 베이스팅 시스템'(self-Basting System)을 위한 것인데요. 식재료 속 수분이 증기가 돼 내부에서 회전하다 본체보다 온도가 낮은 뚜껑에 닿으면 액화되는데, 이때 돌기를 타고 수분이 식재료에 흘러내리는 거죠. 감자·당근·셀러리 등에 최소한의 양념을 한 후 더치오븐 뚜껑을 닫아 약한 불에서 30분 정도 데우면 완벽한 채소 요리가 됩니다.
 
사용할 때 주의할 점이 있을까요.
관리가 좀 까다로워요. 더치오븐은 절대 세제로 닦으면 안 됩니다. 처음 길들일 때 물로 씻고 키친타월로 물기를 닦은 다음 기름을 얇게 펴 발라 오븐에 넣고 구워줍니다. 이걸 '시즈닝'이라고 하는데 이런 과정을 세 번 정도 반복한 다음부터 사용하세요. 사용하면서도 가끔 시즈닝을 해줘야 녹이 슬지 않아요. 또 베이킹이 아니라 음식을 만들 때 사용했다면 음식을 다 덜어낸 후 물을 붓고 가열한 뒤 물로만 설거지해야 합니다. 이때도 반드시 시즈닝으로 마무리해줍니다.
민지리뷰는...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소비로 표현되는 시대. 소비 주체로 부상한 MZ세대 기획자·마케터·작가 등이 '민지크루'가 되어 직접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공간·서비스 등을 리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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