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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 서울 한복판 우리 술 빚는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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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08-10 03:00 조회9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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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는 술을 소비하지 않고 ‘경험’한다. 한정판 전통주를 구하려 줄을 서고, 좋아하는 술을 직접 담그며, 그들만의 방식으로 전통주를 경험한다. 전통주 업계는 최근 이런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위해 고군분투했다. 서울 한복판에도 900년 역사의 우리 술 ‘삼해소주’를 맛보고, 빚어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삼해소주공방이다. 이곳을 찾아 깊은 맛과 향을 가진 전통주를 직접 빚어보았다.  

약 900년 전부터 빚기 시작한 삼해소주는 서울 전통주로 주로 양반들이 마셨던 고급 술이다. 45도의 증류주로, 높은 도수에 비해 목 넘김이 부드럽고 향이 풍부하다. [사진 삼해소주가]

  

[민지리뷰]
삼해소주공방

삼해소주공방은 어떤 곳인가요.
삼해소주공방은 서울의 전통주 삼해소주를 시음하고 직접 빚어볼 수 있는 공간이에요. 예약하면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며 삼해소주를 맛볼 수도 있고, 양조 아카데미도 등록할 수 있어요. 위치는 서울 종로구 원서동으로 북촌한옥마을과 가까워요. 약간 언덕을 올라야 하는데 지하철3호선 안국역에서 동네 정취를 느끼면서 산책하기 딱이죠. 마을버스를 타면 금세 올라가지만요. 서울 한복판에서 전통주를 제대로 경험해 볼 수 있는 곳이랍니다.
 
서울에 이런 전통주가 있는 줄 몰랐어요.  
삼해소주는 45도의 증류주인데, 높은 도수에 비해 목 넘김이 부드럽고 향이 풍부해요. 방송인 정준하 씨가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을 땄다는 인터뷰를 본 적 있는데, 가장 좋아하는 술로 삼해소주를 꼽기도 했더라고요. 삼해소주는 3번 술을 빚는다고 해서 삼해소주예요. 우리 술은 대부분 집에서 빚는 ‘가양주' 문화인데, 삼해소주는 양조업자가 대규모로 생산해 팔던 고급 술이었어요. 양반들이 주 고객이었죠. 지금 서울 마포구 독막로에 전에는 옹기를 구워내는 움막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삼해소주는 업자들이 겨울에 움막을 빌려 수천독씩 빚어내다고 해요. 『동국세시기』 『조선왕조실록』에도 언급된 서울의 대표 술로, 900년 전부터 빚기 시작했을 거라고 이야기 합니다.  
 
공방은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지난해에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술을 ‘마시는 것’도 좋아하지만 전통주에 얽힌 모든 이야기가 흥미로워요. 술 빚는 과정도 신기했고요. 다양한 전통주를 시음하고 공부하다 보니 직접 술을 빚어보고 싶었어요. 발효나 증류 과정은 아무리 책을 봐도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거든요. 망설이던 중 삼해소주가 SNS에서 아카데미 회원을 모집하는 글을 보게 됐죠. ‘이거다’ 싶어 바로 신청했어요. 하지만 이미 마감된 상태라 대기를 걸어두고 조마조마해 하며 기다렸어요. 원래 삼해소주를 좋아했는데 자주 마시기엔 가격이 부담스러웠거든요. 그런데 아카데미 후기를 보니 다들 빚은 술을 잔뜩 가져가더라고요. 아카데미가 끝나면 ‘내 것’이 될 삼해소주에 대한 사심으로 망설임 없이 수강료를 입금했어요. 

약 900년 전부터 빚기 시작한 삼해소주는 서울 전통주로 주로 양반들이 마셨던 고급 술이다. 45도의 증류주로, 높은 도수에 비해 목 넘김이 부드럽고 향이 풍부하다. [사진 삼해소주가]

 
이곳이 갖는 가치는 무엇일까요.  
이제 막 전통주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이 어렵지않게 시작할 ‘기회’를 준다는 게 가장 큰 가치가 아닐까요.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전통주가 잘 알려지지 않았고, 시중에 유통되는 막걸리 종류도 제한적이었어요. 막상 전통주에 관심이 생겨도 체험할 공간도 드물었고요. 이곳을 운영하는 삼해소주가 김현종 대표도 삼해소주 김택상 명인에게 술을 배우러 온 초창기 아카데미 수강생 중 한 명이었다고 해요. 지금까지 300여 명이 넘는 수강생이 이곳에서 술을 빚었어요. 직접 술을 빚고 배우며 누군가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조 인생을 걷게 됐고요. 위치적으로도 서울 한복판에 있다는 것도 의미가 크다고 봐요. 저 같은 아마추어가 덜컥 등록할 수 있었던 것도 가까워서였어요. 서울 도심이라는 상징적 의미도 있고요.
 
첫 방문 했을 때의 느낌부터 좋았다고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제대로 찾아왔구나’란 느낌이 들더라고요. 삼해소주공방에 들어가면 술항아리들이 먼저 반겨요. 창가 쪽에는 8대의 동증류기가 설치돼 있어요. 동증류기를 직접 본 건 처음이었어요. 공간을 찬찬히 둘러볼 틈도 없이 바로 술 빚기가 시작됐어요. 처음 만난 메이트(함께 술을 빚을 짝)와 함께 김 대표의 설명을 들으며 ‘밑술’을 빚었어요. 이곳이 이야기하는 술 잘 빚는 비결이 바로 밑술이었어요. 주로 이양주(두 번 빚은 술) 이상의 술을 빚을 때 밑술을 해요. 밑술은 미생물을 대량 증식시켜 맛과 향, 알콜 도수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일종의 ‘보험’이라고 보시면 돼요. 이 밑술만 잘 만들어도 60% 이상 성공한다니, 빚는 내내 정성을 다하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아래층에 고두밥이 만들어지는 동안엔 2층에서 빚는 술들을 차례로 맛봤어요. 시중에서 찾아보기 힘든 삼해포, 삼해귤, 삼해국, 이화주, 삼해귀주 등을 시음하며 술 이야기를 들으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아카데미는 어떻게 운영되나요.
4개월간 진행되고 한 달에 1~2번 정도 공방에 방문해요. 밑술을 하고 발효시킨 뒤 덧술을 하고, 또 한 달 뒤에 덧술을 해요. 그로부터 한 달 뒤에 발효된 술을 증류하러 갔어요. 삼해소주 외에도 이화주 빚기 클래스에도 참여했고요. 갈 때마다 술을 빚고 삼해소주가의 술 장고를 털어 희귀한 술과 신상 술을 마시다 보면 3~4시간은 훌쩍 지나더라고요. 다른 수강생분들을 보면 근처에 갈 때마다 들러 수다도 떨고, 이런저런 고민도 털어놓고 가세요. 양조인들의 사랑방같은 느낌이랄까요.

삼해소주 아카데미에서 얻은 결과물. 자신이 낸 결과물 앞에서 사진을 찍어 ‘삼해(소주) 부자’인 것을 인증하는 것이 삼해소주공방의 특징이다. [사진 공다솜]

발효한 약주를 증류하는 동증류기. 항아리 하나 당 10L의 술이 들어간다. [사진 공다솜]

여과기. 증류한 술을 여과하는 데 사용한다. 아카데미 수강생이 되면 술빚기, 증류, 여과까지 전 과정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사진 공다솜]

온도를 확인하고 술의 도수를 맞추는 과정이다. 삼해소주는 물을 타서 도수를 맞추지 않고 온도로 도수를 맞춘다. [사진 공다솜]

 
클래스 비용이 만만치 않을 듯해요.
삼해소주 아카데미는 이화주 빚기 체험 1회를 포함해 총 50만 원이에요. 처음 비용을 들었을 땐 ‘너무 비싸다’ 싶었어요. 실제 경제 능력이 있는 20대 후반에서 30대가 가장 많이 등록한다고 해요. 아카데미를 마치면 본인이 빚은 삼해약주 6L와 삼해소주 10L 가져가요. 돈으로 환산하면 약 110만원 가량 돼요. 결론적으론 합리적인 비용이더군요. 아카데미 덕에 든든한 술 선생님과 양조 동문들을 얻은 기회까지 비용에 포함한다면 저렴하게 느껴지기까지 해요.
 
MZ세대에게 우리 술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불과 2년 전만 해도 우리 술이라고 하면 마트에서 유통되는 ‘막걸리’를 떠올리는 분이 많았어요. 하지만 마실 땐 좋은데 머리가 아픈 술 정도였죠. 뉴트로 열풍을 타고 전통주가 주목받으면서 막걸리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어요. 장수막걸리와 국순당이 패키지를 바꿨고, 지평막걸리도 스파클링 막걸리인 ‘이랑이랑'을 출시하면서 젊은층을 공략했어요. ‘곰표X한강주조’가 콜라보한 ‘표문막걸리’는 없어서 못 파는 인기 상품이 되었습니다.  
SNS를 통한 소비가 자연스러운 MZ세대가 소규모 양조장의 술을 사기 위해 치열하게 줄을 서기도 해요. 50개 한정 예약을 받으면 5분도 안 돼 마감돼요. 실제 CU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막걸리 시장에서 20대의 비율은 3.5%에 불과했는데, 올해 6.3%로 증가했고, 30대 역시 5.4%에서 9.3%로 늘었다고 합니다.  
전통주 시장은 최근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가 호기심에 먼저 다가올 만큼 맛도, 패키지도, 브랜딩도 진화하고 있어요. 소규모 양조장이 활성화되고, 신제품이 많이 출시되면서 종류가 다양해진 만큼 자기 취향에 꼭 맞는 술을 찾아보려는 친구들도 많고요. 단순히 술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술을 ‘경험’한다는 측면이 강한 것 같아요. 취하게 듬뿍 마시기 보다 새로운 술을 조금씩 마셔보는 것에 의미를 두기도 하고요.  

삼해소주가에서는 삼해소주를 비롯해 삼해포, 삼해귤, 삼해국, 이화주, 삼해귀주 등의 술들이 빚는다. 소량만 판매하고 있어 쉽게 맛보기 힘들다. [사진 삼해소주가]

아카데미에서 빚은 술은 전문가인 대표님이 삼해소주공방에 두고 직접 보관, 관리를 해주신다. [사진 공다솜]

 
이곳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서울 한복판에서 전통주의 이모저모를 체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이에요. 누구나 신청만 하면 체험할 수 있고, 또 깊이 있게 우리 술을 배울 수 있다는 점도 그렇고요. 삼해소주공방은 ‘공간’ 자체의 콘셉트보다 공간에서 제공하는 양질의 프로그램에 강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전통주에 관심 있는 사람으로서 전문가의 도움으로 술을 빚어볼 수 있다는 게 감격스럽기까지 했어요. 이곳에서 술을 빚으면 커다란 술 항아리에 담아 최적의 양조환경에서 보관할 수 있어요. 무엇보다 제가 빚은 술을 전문가가 수시로 관리해주니 실패할 일도 없고요. 
일반인에게는 시음 프로그램으로 문을 활짝 열고 있어요. 시음하면서 삼해소주와 전통주에 대한 전문가 설명을 들을 수 있고요. 전통주에 얽힌 숨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도 모르게 빠져드는 느낌이에요. 이 프로그램은 영어로도 진행되니 외국인에게 우리 술을 소개하는 공간으로도 추천해요. 약 10여 종의 우리 술을 시음할 수 있는 일반 시음은 1시간에 2만원, 간단하게 증류 체험까지 해보려면 1시간 30분짜리 증류 시음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면 돼요. 비용은 3만원 이랍니다.
 
이곳에서의 특별한 순간을 꼽아본다면요.
술을 빚고 마시기 좋은 환경이에요. 비가 오는 날 고즈넉한 양조장에서 탁주 한잔하는 그 순간이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어요. 무엇보다 이곳이 좋았던 건 난생 처음 본 사람들이지만 함께 어울려 술을 빚고 술을 마시면서 정말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에요. 하는 일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좋아하는 술도 다르지만 우리 술을 조금 더 깊이 알고 싶다는 하나의 공통점으로 모인 게 신기했어요.

미리 시음 프로그램에 예약하고 방문하면 삼해소주가에서 빚는 술들을 맛볼 수 있다. 마치 차 시음하듯이 이뤄진다. [사진 오드박 스튜디오]

 
술 체험공간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요.
술을 체험하는 공간이 늘고 있어요. 주점이나 양조장에서 진행하는 술빚기 클래스도 많고요. 이런저런 곳을 다녀보면서 느낀 건 술 빚는 곳의 인지도와 체험프로그램의 질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저는 해방촌에 위치한 ‘윤주당’이란 주점에서 연 원데이클래스에서 처음 막걸리를 빚었어요. 윤주당은 평소 눈여겨보던 전통주점이었고, 3시간 정도 투자하면 막걸리를 빚을 수 있어 부담 없어요. 발효가 된 막걸리 맛이 너무 만족스러워 클래스에 대한 만족도가 수직상승했답니다. 이렇게 단양주(한번 빚는 술)를 만들고 나니 삼양주인 삼해소주도 빚어볼 용기가 생겼어요. 긴 호흡의 양조 체험이 부담스럽다면 시음 프로그램에 먼저 참여해보세요. 아니면 다른 양조장의 원데이클래스도 좋고요. 어쩌면 술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 술 빚는 공간의 가장 확실한 콘셉트가 될 수 있겠네요.
 
이용 후 만족도 점수를 준다면요.
10점 만점에 10점이에요! 술뿐 아니라 술을 빚던 추억도 잘 발효돼 제 삶을 더 생기있게 만들어줬거든요. 술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때마다 전문가의 답을 구할 수도 있게 됐고요. ‘술인생’ 스승을 만나거죠. 하하. 삼해소주 아카데미 동문들도 많아 술을 사거나 전통주점에 갔을 때 ‘깨알 할인’을 받는 것도 있어요. 아카데미 한 번이 끝이 아니라 장기적인 취미로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공간이어서 만점을 줬어요.
 
이곳에 꼭 와봤으면 하는 사람은요.
전통주에 관심이 생긴 모든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외국인에게 한국 술 문화를 경험하게 해주고 싶을 때도 추천해요. 술을 빚고 싶어하는 양조 꿈나무들도 꼭 오세요.
민지리뷰는...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소비로 표현되는 시대. 소비 주체로 부상한 MZ세대 기획자·마케터·작가 등이 '민지크루'가 되어 직접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공간·서비스 등을 리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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