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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 [오징어 게임의 배우 양미선 이야기] 5. 편견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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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양미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2-03-09 06:49 조회92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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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출연으로 밴쿠버 중앙일보와 인터뷰로 인연이 시작되었고, 이어서 연기 이야기 중심으로 연재 기회가 주어져 좋은 인연으로 생각되었다. 혹시 연극영화과 진학이나 연기 관련 분야에 관심 있는 독자들과 소통의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재를 이어갈 생각이다. 

 

758783364_OLtk5f9Z_046767fc2ce299d87d96cc51878f3d311f8dbe45.jpeg오늘은 작은 에피소드에 관한 이야기를 짧게 꺼내 볼까 한다. 역시나 대학시절로 돌아간다. 1학년이었고, 계절의 시점이 잘 기억나진 않지만 방학기간이었다. 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고 한창 바쁜시간이었는데 과대표 오빠한테서 전화가 왔다. “미선아, 영화팀에서 왔는데 네 사진 보더니 오디션 봤으면 좋겠다고 연락 좀 해 달래서 전화했어. 너 오디션 볼거야? 볼 수 있어?” 그래서 내가 말했다. “진짜요? 우와~!! 오빠 근데 저 지금 아르바이트 중 인데......어쩌죠?” 그리고 다시 과대 오빠가 말했다. “미선아, 근데 제목이 좀 이상해(?)” 다시 내가 물었다. “엥? 왜요? 제목이 뭔데요?” 다시 오빠 왈, “지구를 지켜라!!! 하하하하하!!!” 나도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하하...흠....제목이 좀....이상하네요? 하하하하하, 오빠 저 그냥 안 볼까 봐요.” 오빠 말하길, “그치? 좀 별로지? 그래 보지마 그냥~” “네~수고하세요~!!” 그렇게 난 오디션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영화가 장준환감독님의 걸작<지구를 지켜라>였을 줄이야...하하하하하!!!!! “왜? 하필이면 왜? 왜 제목이 <지구를 지켜라>야!!!!!!!!!!” 그러나 영화를 보면 왜 <지구를 지켜라>가 되었어야만 했는지 충분히 이해 될 것이다. 

 

그 당시 과대 오빠의 생각도 그랬지만 나 역시 그 영화가 <번개맨><파워레인저>같은 종류의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은 장르의 영화 일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번개맨>이나 <파워레인저>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절대로 재미없다는 말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 것이다. 단지 내가 그런 종류의 장르를 선호하지 않았던 것이고, 어차피 아르바이트때문에 시간 내기도 빠듯했는데 제목을 듣고 나니 더욱 선뜻 하고픈 마음이 생기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정말 단순하게 생각해서 그냥 하지 않겠다고 했던 것이다. 그동안 내 글을 읽었던 독자분이라면 내가 영화에 무지했다는 것은 이미 너무나 잘 알 것이다. 당연히 제작사가 싸이더스였는지도 몰랐고, 장준환감독님에 대해서도 영화스토리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몰랐던 나 였기에, 그냥 별 생각없이 제목 하나에 대단한 편견을 가지고 판단했던 나의 실수였다. 더욱 관심이 없었던 이유는 앞서 말했 듯 영화를 관람하기 전, 나의 영화 선정 기준이 제목과 스토리 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하하하하하!!!그러나 영화 <지구를 지켜라>를 보면서 그게 아닐수도 있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하하하하하!!!!! 

영화 <지구를 지켜라>는, 장준환감독님이 각본과 감독을 맡은 2003년 개봉작, SF/스릴러물이다. 개봉 당시 영화를 보고 오디션에 참석하지 않은 것758783364_7feGXCoR_5ee47d3ed89d18575f29f2ff23bf644a6bb9ddd9.jpeg을 정말 크게 후회했다. 보기드문 걸작이었다 생각한다. 사실 포스터만 봤을 땐 유치하기만 할 것 같은 단순 코메디 영화로 착각할 수 있다. 나 역시 그래서 보고싶은 마음이 크지는 않았지만 오디션 제의가 들어왔던 영화니까 궁금하기도 했고 해서 극장에서 봤다. 그런데 정말 너무 좋은 영화였다. 포스터와 제목 때문에 흥행하지 못한 경우가 아닐까 싶어 너무 많이 아쉬웠다. 당연히 흥행되어 마땅한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우선은 개인적으로 감독님의 각본이 너무 훌륭했고, 스토리와 신하균 선배 연기까지 나는 너무 좋았다. 신하균선배가 연기했던 병구를 떠올리면 참 마음이아프다. 병구는 아버지의 갑작스런 사고와 이어진 끔찍한 죽음으로 인해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내게 된다. 성장과정을거쳐 성인이 되어서까지도 많은 어려움에 절망했는데, 그 때 만났던 사람들 중, 원한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복수하고자 데려와선 외계인이라는 명분으로 고문을 하고 죽음으로 처단을 한다. 목적은 단 하나, 지구를 지켜내기 위해서!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었던 수 많은 악행들이 영화 사이사이에 다큐멘터리 장면들로 채워지는데, 인간이 얼마나 더 폭력적일 수 있고 과연 어디까지 더 잔인해질 수 있는지...그런 인간들이 살고 있는 지구를 지켜내기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영화에서, 그리고 제목에서 너무도 설득력있게 풍자하고 있다. 

 

“저기...혹시 고향이, 안드로메다 아니세요?”로 시작해서, 흡수를 빠르게 하기 위해 발등 피부를 이태리타올로 벗겨내는가 하면, 물파스로 고문을 하고, 텔레파시를 주고 받지 못하게 끔 머리카락을 빡빡 밀어내는 장면까지 쉽게 예상하지 못 할 기상천외한 장면들과 스토리가 아주 흥미진진하다. 도대체 감독님은 이런 아이디어들을 어떻게 생각해 냈을까? 이 영화 한 편 만으로도 감독님의 팬이 되기에 충분할 듯 하다. 

 

“아뇨. 전, 설탕물 같은 거 먹이지 않아요. 그건 벌들을 속이는 거예요. 나쁜 짓이거든요.” 라고 말하는 병구의 순수함을 드러내는 장면도 참 인상깊었다. 소위 말하는 정상인의 범주에서 봤을 땐 외계인이라 부르는 인간을 죽여 그 외계인 고기를 기르는 개 [지구]에게 먹이로 줄 정도로 잔인하지만, 병구의 세계에서 죽은자들은 그저 죽어마땅한 외계인일 뿐 인 것이다. 그리고 죽은 순이 앞에서 “엄마, 이제 엄마한테 갈 수 있어. 그런데 내가 죽으면 지구는 누가 지키지?” 라고 말하며 죽어가던 병구의 마지막 모습까지, 영화<지구를 지켜라>는 1시간 57분동안 지루함 없이 참 재밌게 슬프게 마음아프게 그려 낸 그런 영화다. 결국 외계인이 지구를 폭파하는 장면까지 다 보고 나면 '아, 그래서 영화 제목이 <지구를 지켜라> 일 수 밖에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이런 걸작 오디션을 그런 편견하나로 쉽게 판단하고 거부했던 나, 내 인생은 늘 후회의 연속이다. 하하하하하. 과연 어떤 배역으로 나에게 오디션을 제의했을까? 순이? 아니면 죽어가던 여자친구? 그 배역도 아니면... 잠깐 나온 여형사? 이미지로 봤을 땐 [순이]가 아니였을까 싶은데......그러게.....오디션이라도 봤더라면 영화 볼 때마다 느낄 이런 궁금증은 없었을텐데......참 아쉬움이 남는다.

 

게다가 오늘 이 글을 준비하면서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는 <지구를 지켜라>를 한 번 더 보았는데, 영화가 끝나고 올라가는 크레딧을 확인 해보니, 싸이더스식구들이라고 해서 봉준호 감독님이름도 함께 올라가더란 말이다(?). 결국 그것은 무슨말인가? 내가 기회를 놓쳤던 두 작품 모두 같은 싸이더스 제작이었고, 두 작품 다 거의 같은 시기에 제작되었다는 것, 결코 쉽게 올 수 없는 그런 기회를 나는 학교다니는 동안 연달아 경험했다는 것!! 참 신기해서 한 번 더 놀랐다. 만약 내가 작품참여를 했더라면...오디션을 봤더라면....그렇게 봉준호 감독님과 장준환감독님 두 분 과의 인연이 연속해서 닿을 수도 있었는데, 쉽게 오지 않을 그 기회가 그렇게 쉽게 사라졌다는 것을......오늘 또 한번 느꼈다. 하하하하하!!!!! 개봉일을 확인해보니 <지구를 지켜라>는 03년 04월 04일이었고, <살인의 추억>은 03년 04월 25일이었다. 대학시절 이미 운명처럼 연달아서 두 작품의 기회가 나란히 나에게 왔었던 것이다. 어쩌겠는가, 그것은 내 것이 아니었다고 잊을 수 밖에......삶을 살아갈수록 더 뼈저리게 느낀다. 인생은 늘 선택의 연속이고, 내 선택이었으니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독자들께 꼭 전하고 싶다. 

편견의 늪에 빠져, 나와 같은 큰 실수를 반복하는 일은 절대로, 절대로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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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양미선 (인스타@yangmiseon_claire)

일러스트 이재빈 (인스타@woq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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