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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밴쿠버 문학] 엄마를 찾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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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정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2-05-11 06:51 조회66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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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이정순

 

오늘 진아는 초등학교 입학합니다. 진아는 할머니 손을 잡고 학교에 갑니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엄마 손을 잡고 갑니다. 진아는 그 아이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봅니다. 

"진아 또 에미 생각하나? 니 에미는 도깨비 나라로 가 버렸으니 찾지 말거라."

'지 새끼를 두고 가버리다니.'

할머니는 엄마를 원망하며 중얼거렸습니다. 진아는 할머니 입 모양만 봐도 무슨 말을 하는지 압니다. 할머니가 늘 하는 말이거든요. 할머니는 진아 손을 꼭 잡습니다. 

진아가 다섯 살 때 엄마는 도깨비나라로 꼭꼭 숨어버렸습니다. 진아가 미웠나 봅니다. 교실에는 아이들과 엄마들로 꽉 차있었습니다. 간혹 아빠 손을 잡고 있는 아이도 있었고, 멋쟁이 할머니 손을 잡고 있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참 예뻤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 이름을 하나하나 불렀습니다. 

"진해솔!"

"네!"

해솔이라는 예쁜 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크게 대답했습니다. 진아는 선생님이 이름 불러 주지 않을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했습니다.

"송진아!"

드디어 진아 이름도 불러주었습니다. 그 소리는 엄마가 부르는 소리 같았습니다. 진아는 "네!" 하고 큰 소리로 대답하고 달려 나가 선생님 허리를 꼭 껴안았습니다. 교실에 있던 엄마들과 아이들이 깜짝 놀랐습니다. 

"선생님 예! 미안심더. 야가 엄마가 보고 싶어 그라네 예."

할머니가 당황하여 진아를 떼어놓습니다.

"할머니, 괜찮습니다. 이제 진아 자리로 들어가 앉아요."

선생님은 진아를 한 번 더 안아주며 말했습니다. 진아는 선생님이 엄마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 어머니들은 집으로 돌아가셨다가 수업 후 데리러 오세요."

"진아야, 할미는 데리러 못 오니께 혼자 올 수 있제? 선생님 말씀 잘 듣거라이."

할머니는 돈을 벌러 가야 합니다. 엄마는 필리핀이라는 도깨비나라에서 아빠한테 시집왔다고 했습니다. 아빠가 하는 사업이 망하자 엄마는 도깨비나라로 가버렸다고 했습니다. 할머니는 엄마가 돈을 도깨비 나라로 다 보내서 망했다고 했습니다. 아빠는 날마다 술만 먹었습니다.

"이눔아! 정신 차려라. 진아를 키워야 할 것 아니냐?"

어느 날 아빠마저 없어졌습니다. 할머니는 아빠가 엄마를 찾아 도깨비나라로 갔다고 했습니다.

학교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봄비가 보슬보슬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엄마들이 하나둘 운동장으로 들어옵니다. 운동장이 와글와글합니다. 갑자기 운동장이 꽃밭이 되었습니다.

'우리 엄마도 우산을 가지고 오면 좋겠다.'

진아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아이들이 예쁜 우산 속으로 쏙 들어갔습니다. 엄마 손을 잡고 하나둘 교문을 나섭니다. 금세 운동장이 텅텅 비어버렸습니다. 진아 혼자만이 덩그러니 운동장에 비를 맞고 서 있었습니다. 진아는 놀이터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보슬비는 진아의 축 처진 어깨를 흠뻑 적셨습니다. 볼에는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맑은 구슬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렸습니다. 비는 놀이터에 더 많이 내렸습니다. 시이소 앉는 자리에 빗물이 가득 고여 시이소를 타고 있었습니다. 진아는 시이소 한쪽 편에 앉았습니다. 시이소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갑자기 시이소가 진아를 하늘로 날려 보냈습니다

'아-!'

작은 탄성을 지르며 새처럼 두 팔을 벌렸습니다. 꽉 막혔던 가슴이 확 트이는 것 같았습니다. 하늘에서 독수리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독수리 아저씨! 우리 엄마 나라는 어떻게 가요?"

"엄마를 잃어버렸니?" 

"네! 엄마를 찾아야 해요."

"글쎄? 어느 나라인지는 아니?"

"네, 도깨비 나라에요."

독수리 아저씨는 도깨비 나라라는 게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혹시 구름한테 물어보렴. 구름은 이 세상 끝까지도 가거든."

구름이 저만치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진아는 팔을 힘껏 저었습니다. 구름은 자꾸만 진아한테서 멀어져갔습니다. 

"아. 팔 아파 도저히 더 저을 수가 없어." 

팔이 너무나 아팠습니다. 그때 바람이 휘잉! 불어왔습니다. 바람은 구름 반대편으로 진아를 날려 보냈습니다.

"바람 아저씨 이쪽이 아니에요. 구름은 저쪽이에요."

"나는 너를 구름한테 데려다 줄 수가 없어!" 

"왜요?"

"나는 저 구름 뒤에서 태어났거든."

바람 아저씨는 입속을 풍선처럼 부풀려 훅! 하고 세게 불었습니다. 진아를 구름한테서 뚝 떼어놓았습니다.

"제발 아저씨 저를 구름한테 데려다주세요. 구름은 우리 엄마 있는 곳을 안단 말이에요."

바람은 험상궂은 얼굴로 화를 냈습니다.

"자꾸 귀찮게 굴면 회오리바람 속으로 보내 버릴 거다."

바람은 입을 쩍 벌리고 정말 진아를 삼킬 듯이 사나워졌습니다.

"엄마, 엉엉!"

진아가 엄마를 부르며 큰 소리로 울었습니다. 

"제발 아저씨! 엄마를 찾아야 해요."

진아가 울면서 두 손을 싹싹 빌며 말했습니다. 바람 아저씨는 듣는 체 마는 체 했습니다. 바람 아저씨는 공중 돌기를 휘리릭 한 바퀴 돌았습니다. 진아는 아찔했습니다.

"아, 어지러워!"

"내가 어떻게 도우면 되는데?" 

바람 아저씨가 퉁명스럽게 물었습니다.

"저를 구름한테 데려다주세요. 구름이 저를 엄마 나라에 데려다줄 거예요."

"내가 다가가면 구름은 자꾸 멀리 도망가 버릴 텐데."

바람 아저씨가 한층 부드러워졌습니다. 진아가 우니까 마음이 약해졌나 봅니다.

"난 스스로 멈출 수가 없어. 누가 도와준다면 몰라도."

"어떻게 도우면 되는데요?" 

"누가 자장가를 불러 준다면 가능할지 모르지." 

"그거라면 아주 쉬워요. 제가 불러드릴게요."

진아는 자장가라면 자신이 있었습니다. 진아가 갓난아기일 때 엄마는 언제나 자장가를 불러주었습니다. 엄마가 불러주는 자장가를 듣고 진아는 금세 새근새근 잠이 들었으니까요. 진아는 엄마가 불러주던 자장가를 바람 아저씨한테 불러 주었습니다. 

 

"잘 자라 우리 아가 앞뜰과 뒷동산에~~"

 

진아는 엄마가 더 보고 싶었습니다.

'엄마, 어디 있어요? 흑흑!'

마음속으로 엄마를 불렀습니다. 목이 메었습니다. 

"아함, 졸려!"

바람 아저씨가 하품을 크게 했습니다. 바람 아저씨의 입김에 진아가 슈웅! 구름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금세 바람 아저씨는 순한 아기처럼 새근새근 잠이 들었습니다. 진아는 솜털같이 부드러운 구름 위에 올라앉았습니다.

"아유 깜짝이야!"

구름 아줌마가 화들짝 놀랐습니다. 

"죄송해요. 구름 아줌마! 우리 엄마 있는 곳을 알고 계시나요?"

"엄마는 어느 나라 사람이니?" 

"도깨비 나라요. 할머니가 도깨비 나라라고 했어요."

"정확한 주소가 있어야 한단다. 그렇지 않으면 찾을 수 없단다. 지구에는 수많은 나라가 있거든."

"그럼 어떡해요?"

"지구 할아버지한테 물어보면 되겠구나."

"지구 할아버지는 엄마를 찾을 수 있을까요?"

"글쎄다."

"엄마 사진이 있어요."

진아는 품속에 늘 가지고 다니던 엄마 사진을 구름 아줌마한테 보여주었습니다. 엄마가 보고 싶을 때마다 보는 사진이에요. 사진 속에는 엄마가 진아를 꼭 안고 있었습니다. 그 사진을 보면 엄마가 진아를 진짜 안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평온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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