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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안락사와 존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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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현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2-06-15 07:55 조회70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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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재

 

 

 임종, 이미 의식을 잃어버린 지 오래인 채

 이제 마지막 숨을 괴롭게 몰아쉬는

 그처럼 안타까운 육친의 죽음을

 조금도 어떻게 해줄 수 없으면서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그 잔인한 의식 임종.

 거기에는 과연 어떤 귀중한 뜻이 있는 것일까? (옮겨온 글)

 

 아버지는 40여 년 전 55세에 뇌졸중으로 돌아가셨다. 첫 번째 쓰러지시고 몇 달간 괜찮은 듯하다가 두 번째 쓰러지시고 나서는 식물인간이 되었다. 서울에 살던 3형제가 병원이 있는 대전까지 내려가 교대로 간병을 했다. 업무를 끝낸 후 고속버스 막차를 타고 내려가 밤새 간병을 하다가 새벽에 첫차를 타고 상경하여 출근하는 생활이 서 너 달 간 계속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형과 대전고교 동창인 담당의사가 가족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뇌졸중은 현재 완치율이 8% 정도 됩니다. 완치 후 정상적으로 생활할 확률도 8%이니 정상인이 될 확률은 1.6%인 셈이죠”

 

 의료보험도 없던 시절이라 몸과 마음과 경제사정이 피폐해져 갔다. 그렇게 몇 달이 더 흐른 후 담당 의사가 환자가 더 이상 버틸 능력이 없다며 시한부 통보를 했다. 환자의 생명이 일주일 남짓 남았으니 임종을 병원에서 맞을 것인지 집에서 할 것인지 택일하라고 했다. 가족회의 끝에 집으로 모시기로 했다. 전가족이 모인 가운데 큰형이 유일한 생명줄이었던 산소마스크를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그러자 엷게나마 혈색이 돌던 아버지의 얼굴은 이마 부분부터 아래쪽으로 마치 창호지를 물감에 넣은 것처럼 서서히 창백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가족들의 오열 속에 아버지는 그렇게 운명하셨다.

 

  나이가 들으니 죽음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고 안락사, 또는 존엄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다. 안락사는 불치병에 걸려 죽음 단계에 들어선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의료적 처방이다. 일반적으로 환자의 요청에 따라 의료진이 직접 약물을 투입하는 방법 등으로 죽음을 앞당기는 '적극적 안락사'와 생명유지에 필요한 영양 공급이나 약물 투여 등을 중단함으로써 환자가 죽음에 이르게 되는 '소극적 안락사'가 있다. '존엄사'라는 용어도 있는데, 존엄사는 소극적 안락사와 동일한 의미로 통용된다. 또한 의료진이 약물 등을 마련해주고, 환자가 자신에게 그 약물을 직접 투여하는 것을 조력 사망(조력 자살)이라 하는데, 소극적 안락사와 조력 사망을 한데 묶어 존엄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안락사를 세계 최초로 허용한 나라는 네덜란드이다. 이밖에 안락사를 법제화한 나라는 네덜란드를 비롯해 벨기에, 룩셈부르크, 캐나다, 콜롬비아, 미국 및 호주 일부 지역, 스위스, 뉴질랜드 등이다. 위의 모든 나라가 자국인에게만 안락사를 허용하는데 반해 스위스는 유일하게 외국인에게도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세기의 미남으로 불렸던 프랑스 배우 알랭 들롱도 뇌졸중으로 지난 3월 안락사를 결정했는데, 프랑스 법이 이를 허용하지 않아 현재 스위스에서 말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은 아직 안락사가 불법이다. 다만 2018년부터 환자의 뜻에 따라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법만 시행 중일뿐이다. 우리가 사는 캐나다는 퀘벡주가 최초로 ‘존엄사법’을 제정한 이후 현재 전 지역에서 적극적 안락사와 조력자살이 허용되어 시행 중이다.

 

 사람이 죽으면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으로 간다고 한다. 회복할 가망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온몸에 주렁주렁 튜브를 달고 남에게 대소변을 받아내는 모습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단순한 연명치료는 절대 하지 말라고 유언으로 남길 생각이다. 주변에 민폐를 덜 끼치고 최소한의 인간적 품위를 지키면서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은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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