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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학가 산책] 봉분곁에 기댄 마음 -남천 마을 백합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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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승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2-06-15 07:56 조회58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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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돈 시인 (캐나다 한인문학가협회 회원)


셀 수 없는 빛 거느린 은하 속에서

외로운 빛 먼저 눈이 붉어 

숱한 봉분 이룬 공원묘지들


몇 해 간격 두고 나란히 누우신

부모님께 홀로 문안 드린다


산기슭 지날 땐 기적 울리고 싶다던

경부선 상하행의 사촌형이 몰던 열차도

스치는 바람처럼 더는 울지 못하고


흔들리지 않은 말씀 귀 기울이려고 

눈에 들인 두 손주 얼러주신 사랑 외

일의 귀천 뒤로 접고 떠난 캐나다였는데


그간 무얼 하며 지냈느냐고

어머님이 내 손 쥐어보는 사이

아버님은 또 어딜 다녀보았느냐고

헤진 신발부터 어서 벗어 보라신다


동틀 무렵 페퍼새가 지저궈대는

최초로 독립 구한 라이베리아처럼

두 손 두드리며 발 구른 소식만큼씩

아프리카 오지까지 확장된 새 지평들


나두야 홀가분한 웃음꽃 받아들어

목화밭 솜옷 짓고 수숫대 안경 쓰면

금잔디 뗏장 사이 하얀 삘기 닮은

송구스런 새치머리도 검게 물들 건데


어쩌랴 저녁놀 산골짝 둑을 터

산그늘로 비스듬히 소매 흠뻑 적신 뒤

버선목 발치 누워 세상 하나 잠긴 하늘


깨어날 후일 징후도 일러주시겠다면

현주소지 지상 어둠쯤 두려울 일 아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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