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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학가 산책] 이삿짐 풍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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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2-06-29 08:21 조회72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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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 (시인, 캐나다 한인문학가협회 회원)

코로나19가 조금씩
고개를 떨구는
2022 유월의 하순

다이닝룸 창가에
일곱 해 전 심은 장미나무
빈 화단에서 뿌리 단단해져
해마다 매무새를 다듬어
가장 예쁜 꽃을 꿈꾸고 있고

장미나무 너머로 연산홍
새동네 축하화환이 된 그 날처럼
치아가 다 드러난 환한 미소로
연분홍 풍만한 꽃다발을 들어 흔들고

연산홍 너머로 벚꽃나무
새이름을 얻은 길따라
늘상 꽃이 지고도
초록빛으로 계절을 꼿꼿이 이기고 있다

푸른 큰 유리창을 가진
한 때는 새 집이었던 곳
꽃과 새와 구름과 바람처럼 머물다

내일이면 열쇠를 남겨두고
박스 이삿짐이 가로 막은 현관문을
활짝 열어야 하니

감사하는 마음으로 잠옷을 입으며
창밖과 창안에 존재하는 것을
그려 본다
머물 때 보다 떠날 때가 되어서야
그리움은 더 선명해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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