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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만남과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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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현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2-08-24 08:55 조회94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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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옥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살아오면서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을 만나 친구가 되기도 하고, 이사하는 어른들에 의하여 본의 아니게 사귄 친구와 헤어지기도 한다.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에 외할머니 집 동네에 살던 친구와는 뒷동산에서 같이 소꿉놀이하며 놀았다. 파 같이 생긴 잡초를 썰며 요리하는 놀이도 하였다. 그 소꿉친구는 아직도 이름이 생각나지만, 부모 따라 어디론가 이사 간 후로는 전혀 만난 적이 없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특별히 친하게 사귄 친구가 있었다. 유난히 나를 좋아하여 내가 하는 대로 따라 하기도 했다. 방과 후에 그 친구 집도 방문하여 같이 놀다가 오기도 하였는데 친구 어머니께서 쪄 주시던 고구마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4학년이 되면서 그 친구네 집이 이사하며 다른 학교로 전학 가서 헤어졌다. 어쩌다 그 친구가 생각이 나기도 했지만, 전혀 연락이 없어 소식을 모르고 살았다.

 

  이곳 캐나다 오타와에 이민해 와서 어느 한국인 가정에 초대받아 갔을 때였다. 우리와 같이 모임에 초대받아 온 어느 젊은 여자를 보는데, 예전 초등학교 4학년 때 헤어진 친구를 연상하게 되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혹시 ---?” 하고 이름을 대니, 맞는다고 하며 그 친구도 나를 알아보았다. 우리는 너무 반가워했고 주위에 있던 분들도 놀라워했다. 지나는 세월에 우리는 9살 어린이에서 성인이 되어 모습이 변하였지만 무려 18년 만에 기적적으로 캐나다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그 후 오타와에 사는 1년 동안 오가며 지내다가 그 친구네가 남편의 직장 일로 토론토로 이사하면서 다시 소식이 끊겨 버렸다.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에 고무줄놀이, 공기놀이 등을 같이 하며 놀던 친구들이 있었다. 그 초등학교 동창 친구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캐나다로 이민 오기 전까지 연락이 되어 여러 번 만났었는데, 그 후 소식이 끊어져 버렸다.

 

  중,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만나 사귀게 된 친구들, 대학교에서 만나 사귀게 된 친구들은 지속해서 만나며 우정을 지키다가 캐나다에 이민해 와서도 계속 연락하며 지내고 있다. 한국 방문 때마다 이 친구들은 만나고 있다. 무려 59년 지기, 57년 지기, 54년 지기 친구들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하여 지난봄에 2년 6개월만에야 한국을 방문하여 만날 수 있었다. 그동안 주로 카톡으로 가끔 소식을 주고받았으나, 이곳에서 같이 지내지 않으니 자주 연락하게 되지는 않았다. 소녀 시절에서 성인으로 자라며 만난 친구들은 언제 만나도 마음이 변함없고, 청춘이다. 서로를 대하며 마음이 편안하고 같이 지내던 소녀의 옛 시절로 돌아 가게 된다.

 

  옛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나이 들어가는 얼굴, 하얘지는 머리카락을 바라보면서 흘러가는 세월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지난봄 만남에서 한 고교 동창 친구는 허리가 아파져서 지팡이를 짚고 나와 나를 놀라게 했다. 팬데믹 동안에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여 닫혀 있고 외롭고 답답했던 마음이 옛 친구들 과의 만남에서 풀려지고 치유되는 것을 경험하였다. 서로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옛 친구들 과의 만남은 항상 마음을 푸근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우리는 학생 시절에 같이 경험했던 일들을 떠 올리며 웃기도 하고 마음껏 즐거워했다. 어린 시절의 모습부터 추억을 같이하며, 나를 온전히 있는 그대로 받아 주고 사랑해 주는 진실하고 순수한 친구들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일인 것 같다.

 

  캐나다에 이민해 와서 학교생활을 하면서, 교회 생활, 동문회 모임, 취미 모임 등을 통하여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고 친구들을 만들어 가며 살아가게 된다. 위니펙에서 대학원 공부하던 시절에 알게 된 실험실에서 근무하던 영국인 친구가 있다. 그녀는 아직 위니펙에 살고 있는데 나이가 현재 거의 90세이다. 42년 지기인데 밴쿠버로 이사 온 후로도 계속 연락하고 있다. 생일 때마다 전화로 서로의 생일을 축하하며, 위니펙에서의 옛일을 추억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교회 내에서는 살아온 배경과 환경이 서로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되지만 같이 신앙 생활하며 믿음의 친구로 살아간다. 동문회에서는 같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생활한 경험이 동문 간에 유대감과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같은 목적과 취미로 만나는 모임들을 통하여 서로를 이해하며 알아 가며 좋은 친구를 만들어 가는 것 같다.  

 

  친구를 사귀는 데는 우선 만남이 있어야 하고, 만나면서 사귐이 있어야 한다. 어느 시인이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손수건과 같은 만남이라고 한다. 힘이 들 때는 땀을 닦아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주니까 (정채봉의 “만남”).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아름다운 만남이요 서로 진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귐으로 좋은 친구가 되는 것 같다. 인생에서 친구는 선물이요, 노년에 친구가 많은 것이 행복이라고 한다. 나 스스로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도록 노력하며 살아가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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