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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무지개 생일 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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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진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2-09-21 07:13 조회7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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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진 양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매우 더운 날씨다. 반년 동안 꾸준하게 진행해온 우쿨렐레 합주 반이 여름방학에 들어가게 되었다. 개근하려던 것이 2주 전 주말에 가족 여행을 다녀온 뒤로 며칠 동안 기침해서 아쉽지만, 마지막 한 주 전 수업에 빠지게 됐다. 하지만 어떻게라도 유종의 미를 거두려고 마지막 수업에는 더위를 무릅쓰고 참여했다. 코로나가 다시 퍼지고 있어서 조심하느라 몇몇 단원들은 참석 못 한다는 메시지도 올라왔다.

    

    수업의 반쯤 지나면 언제나 잠시 쉬는 시간이다. 옆자리에 있던 대원이 언제 일어섰는지 갑자기 촛불 켠 무지개색 케이크를 들고 내 앞에 서있고 생일 축하 노래를 모두 반주하면서 부르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 말문이 막힌 채 일어섰다. 단원 중에 연장자이고  또한 <산수>라는 특별한 생일이라고 이렇게 축하 이벤트를 준비하다니! 잠시 손 씻고 나오는 사이에 커다란 80이란 숫자로 장식된 풍선 여럿과 ‘HAPPY BIRTHDAY’ 벽걸이를 붙이고 다과상 차리고 … 순식간에 멋진 파티 분위기로 바뀌었다. 반짝이는 보석으로 채워진 크라운을 씌워주는가 하면 한 대원은 장수와 행복을  의미한다는 노란 색 장미꽃 브로치를 손수 만들었다며 달아 주고, 케이크  자르라면서 동영상과 단체 사진 찍고, 감동의 순간이었다. 클래스에 들어섰을 때 이렇게 더운 날임에도 모양을 단정하게 내고 온 이들에게 눈길이 갔었는데 그 뜻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다과를 나누며, 함께 한 지난 몇 년을 돌아보면서, 이런저런 핑계로 그만해야겠다고 했을 때 붙들어 준 손길이 있었음에 감사했다. 축하 연주와 ‘즐거운 나의 집’을 합창하며 추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전에는 이 나이의 다른 이를 바라볼 때 참 오래 살고 있다고, 무슨 소일거리로 하루를 보내나 하고 생각했는데 내가 이 자리에 와 있다니! 이틀쯤 뒤에 동영상이 단체 카카오톡 방에 올라왔다. 남편에게 보이면서 자못 자랑스럽고 우리의 분위기를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용량 관계로 임시로 올려진 영상이어서 아쉽게도 이틀 뒤에 닫혔으나 며칠뒤에 제작자가 바쁜 중에도  특수 제작한 고화질의 원본을 컴퓨터에 직접 올려주어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내 생애의 유일한 보배로운 영상이어서 매우 소중하게 다루었다. 

    

    이튿날, 컴퓨터를 켜고 그 영상을 다시 보려는 중에 무언가를 잘 못 건드려서 화면이 싹 사라졌다. 그 뿐 아니라 모든 기능이 마비되어 깜깜하다. 왜 하필이면 지금 이런 일이! 가슴이 서늘한 데 어찌해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일단 도움의 손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발전하는 컴퓨터 시대를 살아 내려니 답답함이 순간순간 짓누른다. 밴쿠버 아일랜드에 사는 큰아들 가족이 생일 파티에 오게되어 있어서 가족에게 보여주려고 서둘러 준비했는데 만일 복원이 안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잠도 설쳤다. 이튿날 저녁에 가족이 도착해서 잠시 대화를 나눈 뒤에 고민을 털어놓았다. 바로 작업에 들어갔는데 속히 해결되지 않아 이것저것 해보다가 일단 끄고 다음 날 다시 보기로…그래도 기술자가 와 있으니 안심하고, 이튿날 아침 여러가지 노력 끝에 결국 화면이  살아났다. 다시 켜질 때 어찌나 기쁘던지, 시대에 뒤처져 냉가슴 앓는 일보다 생일 케이크처럼 무지개 같은 날이 더 많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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