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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기억해야할 죽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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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심현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3-01-09 13:03 조회5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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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하조대 청송


기억해야 할 죽음들

 

 사랑하는 딸을 잃고 울부짖는 아빠를 보았다. 세상의 무게만큼이나 소중한 가족을 잃은 슬픔은 그 크기와 무게를 계량할 수 없다. 그 아빠는 고개를 들어 대성통곡을 하며 있는 대로 소리 높여 울었다. 이태원 할로윈 참사의 유가족이다.

 하루 저녁에 멀쩡한 젊은이들이 축제를 즐기겠다고 모였다가 전연 생각지도 못한 참사를 당했다.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이런 일을 예견하고 미리 대처해서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어야 했다. 그러면서도 꼭 집어 누구를 탓하기에는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

 

 159명이라는 많은 인원이 짧은 시간에 목숨을 잃었다. 누가 죽인 것도 아니고 스스로 죽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태원 참사를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안타까운 일이 있다. 산업현장에서 일하다 죽는 사람들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엄청나다는 것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각자 보고 듣고 느끼는 범위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접할 수 없는 그 너머에 있는 것들은 내게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래서 알아야 할 것은 알아야 하고, 들어야 할 것은 들어야 한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20년 산업재해 사망자는 882명이다. 매년 이 만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먹고살기 위해 일하다 안전이 허술한 작업환경 속에서 죽은 사람들이다. 거의 모두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진 사람들이었다. 두 번째 공통점은 먹고 살만큼 넉넉한 수입과 재산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세 번째 공통점은 얼마든지 죽지 않을 수 있는 상황에서 안전부실로 죽음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사망자 중 328명이 떨어져서 죽었다. 그 뒤를 이어 98명은 장비에 끼여서 죽었다. 이들의 죽음은 가족들은 차마 볼 수조차 없을 만큼 처참하다. 하늘 높이 올라가는 수많은 아파트와 거대한 공장들을 바라보며 그것들이 있게 하기 위해 죽어야 했던 많은 재해 사망자들을 엄숙한 마음으로 생각하게 한다. 한 사람의 죽음으로 인해 그 뒤에는 또 얼마나 많은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면서 살아갈 날들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800여명이 한꺼번에 사망했다면 나라가 뒤집어질 일인데 일 년 동안 꾸준히 일어나다보니 마치 이슬비에 옷 젖듯이 사태의 엄중함을 덜 실감하게 된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업체는 49인 이하가 81%이고, 300인 이상 사업체에서는 37명으로 4.2%이다. 통계를 보기 전까지는 주로 대기업에서 안전 불감증으로 재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실상은 영세기업, 하청기업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었다.

 코리아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와서 열심히 일하고 모은 돈으로 가족과 함께 미래를 준비하던 외국인 노동자들도 94명(10.7%)으로 적지 않은 숫자이다. 우리는 이미 혼자의 힘이 아닌 남의 힘까지 빌려가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놀라운 것은 사망자 중에 60세 이상이 39.3%라는 점이다. 다른 분야에서는 60세가 되면 은퇴를 하거나 은퇴를 준비하는 연령인데 산업현장은 다르다는 점이다. 사망자 중에서 10명중 4명이 나이 든 60세 이상의 노인이라고 봐야 한다. 노인이 되면 평형감각이 소실되어 균형을 잡기가 힘들어 지고 다리의 근육도 몸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진다. 다른 사람 이야기가 아니라 필자 자신을 말하는 것이다. 이런 노인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밥벌이 현장에 내몰렸다가 아차 하는 순간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그들의 죽음 뒤에는 살아갈 길이 막연한 가족들의 울음이 이어지고 있다.


 산업재해 사망자는 과거보다는 조금씩 적어지고 있지만 이것은 어느 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연년이 계속되는 암적인 현상이다. 세계적으로 한국의 사망자 숫자는 상위권에 해당한다. 선진문화대국은 경제통계 몇 가지만으로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한다.

 우리 주위에는 많은 죽음이 늘 상존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나라를 위해 헌신하다가 죽는 사람과 일하다 죽는 사람들이 늘 있게 마련이다. 그들의 죽음을 기억하는 일이야말로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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