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로스 카보스 자유 여행기] 7. 라 파즈(La Paz, 평화)로 가는 길 >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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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멕시코 로스 카보스 자유 여행기] 7. 라 파즈(La Paz, 평화)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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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혜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3-04-05 08:33 조회5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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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의 마지막 바하 캘리포니아 주수도인 라 파즈로 가는 아침 7시. 로제 내외가 나란히 왔다. 매일 12시간 일하는 페드로 안내를 받는 것도 미안한데 완전 새 SUB에 흙발을 올리는 게 너무 황송하다. 신발에 묻은 흙을 털고 타려니 5인승, 좌석이 모자란다. 망설이자 페드로가 괜찮다며 타란다. 만약? 머릿속이 복잡해지나 현지인이 알아서 하겠지. 이제 와서 누굴 빼겠어? 결국 끝자리 두 사람이 한 쪽 엉덩이만 좌석에 얹고 나머지는 허공에 뜬 채 10시간을 버틴다.  멀리 경찰 차 보이면 "앗, 폴리시아(La Policia)" 놀라서 숨어도 즐겁다. 페드로의 완벽한 영어 덕분에 산소호흡기 같던 번역기를 떼고, 팝송과 오페라를 넘나들며 노래하고 어깨춤을 춘다. 덕분에 자동차는 달리는 클럽이 된다. 


  맞아. 흥 하면 멕시칸이었지. 어디에서나 판초 걸친 거리의 악사, 마리아치가 열정적으로 라틴 음악을 연주하지 않았던가.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점에서 한국인과 멕시코인은 많이 닮았다. 그뿐인가. 40도가 넘는 독한 데킬라를 마시며 삶의 애환을 달래는 점도 비슷하다. 다른 점이라면 '빨리빨리' 대신 '마냐나(mañana 내일)'를  입에 달고 사는 것. 그렇다고 그들이 게으른 건 아니다. 로제 부부를 보면. 그리 아픈 세월을 살고도 낙천적인 그들이 놀라울 뿐이다.


 태평양 연안을 끼고 1시간 남짓 달리면 한적한 어촌, 토도스 산토스(Todos Santos)에 이른다. 맨먼저 들르는 곳이 '호텔 캘리포니아'.  70년대 밴드 이글스가 불러 대히트를 쳤던 노래의 배경이다. 진짜 그 노래의 배경인가의 진위를 떠나 커다란 나무 대문과 낡았으면서도 멜랑콜리한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로비에 들어서면 틈새 빛을 받아 빨강과 초록의 강렬한 대비를 보이는 수박 조각 형상의 예술품, 이 구석 저 구석에 자리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추상화와 독특한 가구들이 호텔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고개를 돌리면 카운터 뒷면에 프리다 칼로(Frida Kahlo)의 자화상이 걸려있다. 일자 눈썹이 그네의 고집스러운 사랑과 짙은 음영의 화법이 그네의 좌절과 이념을 반영하고 있는 듯싶다. 깊이 고개 숙여 여인으로서의 한계와 그 시대가 가진 모순을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그네의 순수에 닿지 못한다. 좁은 홀을 마주하면 쇠창살 사이로 비밀 정원이 엿보인다. 그러나 투숙객 전용 가든. 오른쪽으로 돌면 작은 갤러리가 있다. 꽤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인가 본데 비주얼 아트 문외한인 내겐 그저 대담한 색감과 교묘한 선의 조합으로만 느껴진다. 


 밖으로 나오니 벽화 가득 그려진 담장 위에 붉은 꽃치마 치렁치렁하다. 벗님네들의 오랜 촬영 타임. 담장을 끼고  왼쪽으로 돌면 호텔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후문, 정문마냥 고풍스러운 나무 문 틈새 고개 디밀고 후원을 살핀다. 소원을 비는 쪽지들이 매달려 있는 위싱 트리(Wishing Tree)가 서있다. 옛 임금님이나 쓰던 큰 차일 같다. 바로 그 옆에 교회, 소박하고 아담해서 좋다. 지나치게 호사스러운 교회를 보면 신자의 고통은 외면한 채 몸피만 키우는 중세 암흑기 교회가 떠올라 불쾌해진다. 안으로 들어가 고요히 기도를 한다. 여정 내 안전과 로제 가족의 행복, 그리고 멕시코의 평화를... . 


 맞은편에 잘 꾸며진 누각을 가진 스퀘어가 있고 왼편엔 '베사메 무쵸(Bésame mucho, 더 키스해 주세요) ' 바가 있다. 벽에 커다란 아즈텍 태양력 장식이, 그 옆 벤치 뒤편에 은색 주조의 큰 입술 두 개가 동동 떠있다. 그 곁에 녹색 울타리 숲에 작고 큰 자물쇠들이 묶여 있다.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자물쇠다. 베사메 무쵸 바를 지나치면 하늘 높이 울긋불긋 양산 덮개를 쓴 골목이 나온다. 네팔의 룽다처럼 바람이 경을 읽는 겐가. 그러고 보니 산호세에서도 깃발이나 우산을 엮은 덮개 걸린 골목들이 많았던 게 기억이 난다. 그 의미는 모른 채 빗 속에 탭댄스를 추는 '싱잉 인 더 레인(Singing in the Rain)' 이 생각 나 다들 가벼운 스텝을 밟으며 사진 한 컷씩 찍는다. 


 토도스 산트스를 떠난다. 이제부텀 반도의 동쪽, 토끼의 꼬리에 자리한 라 파즈를 향해 비스듬히 달리기 시작한다. 큰 나라의 도로답게 넓고 시원하게 뚫려 있다. 도중 현지인들이 휴게소처럼 들러 점심을 먹는다는 레스토랑에 들른다. 재미있는 이정표와 1988년부터 점심을 서빙한다는 라 가리타(La Garita) 광고판이 시장한 여행객을 불러 들인다. 야자수 잎새로 엮은 지붕과 투박한 탁자가 노천 카페를 연상케 한다. 이곳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게 있다. 2차 세계대전에나 탐 직한 2인승 전투 오토바이,  오래된 우물, 옛 생활용품들 전시장과 닭, 염소, 말과 300년 묵은 꺽다리 선인장이 추억 속의 외가 동네를 떠오르게 한다. 과거와 일상이 함께 있는 곳에서의 순간은 언제든 훈훈하다. 


 라 파즈로 가는 길은 낭만과 평화로 가는 길, 그리고 우정과 행복이 너울지는 여정이 된다.


758783364_pJqVmbTM_db0792558f832e7bd3a9461d749f28880e07c5d3.jpeg김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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