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가 산책] 그 때, 그 기억의 별자리 > 문학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Vancouver
Temp Max: 7.98°C
Temp Min: 5.13°C


문학

문학 | [문학가 산책] 그 때, 그 기억의 별자리

페이지 정보

작성자 천세익기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8-31 16:07 조회880회 댓글0건

본문

 

 

                                         

기억만으로 그대는 살아보았는가

 

어쩌면 나는 가랑잎같은 여신이 되어

잡목 숲, 마른 둥치위에 바람의 집을 짓거나

그 잔 둘레로 넘쳐나는 축복의 실체를

또는 바랭이꽃의 참한 꿈을 보았으리

 

어린 소망의 입자들은

오래도록 숲의 정수리에서 물독좌로 빛난다

부끄러워요 부끄러워

몸 속에서 한 올 한 올 빠져 나온 의식이

홀로 지붕 위에 올라 앉아

정갈한 별자리로 남는 이 저녁

불면으로 타다 남은 장작더미 가져와

아픈 혼 만큼이나 환한 불을 태운다

 

늘 바깥으로 열린 생각에는

어둠의 가슴팍까지 자란 잡풀을 배경으로

낡은 목재의 집이

파스텔화처럼 쓸쓸하다, 나는

굳은 약속이 내려다 보이는 강언덕에 서서

바람의 높은 음(音)을 다스리기도 했다

 

어디서일까, 홀연

더운 음악을 껴앉고 날아 온 바람

기억의 소매깃에 쓸쓸히 물들면

예감으로 흔들리는 화면

 

꿈꾸리라, 세월의 작은 그릇을 닦으면서

내가 흘린 눈물의 양만큼 비는 내리고

아아, 그 맑은 감격 속에서

나는 꽃나무를 키우는 여신이 되리라

 

유병수 / 시인, 소설가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12:20 LIFE에서 이동 됨]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문학 목록

Total 569건 1 페이지
게시물 검색
회사소개 신문광고 & 온라인 광고: 604.544.5155 미디어킷 안내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상단으로
주소 (Address) #338-4501 North Rd.Burnaby B.C V3N 4R7
Tel: 604 544 5155, E-mail: info@joongang.ca
Copyright © 밴쿠버 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Developed by Vanple Netwroks Inc.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