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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 [리셋 코리아] “중국도 대북제재 동참 임박” 설득에 대화파 1명, 제재로

한국중앙일보 기자 입력17-04-26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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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이슈 배틀 ② 새 정부 대북정책 제재냐 대화냐

 
한국인은 흔히 ‘다름’과 ‘틀림’을 혼용한다. ‘우리는 서로 다르다’가 아니라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는 진영논리가 판치는 까닭이다. 이를 극복하지 않고선 국가 개혁은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중앙일보는 국가 개혁 프로젝트 ‘리셋코리아’의 하나로 ‘2017 이슈 배틀’ 시리즈를 시작한다. 가장 첨예한 이슈를 골라 ‘틀림’이 아닌 ‘다름’의 토론 현장을 배틀 형식으로 생중계한다. 두 번째 주제는 ‘새 정부 대북정책’이다.
 

 

 
1 Round 

 
한반도 ‘4월 위기설’에도
9명 중 5명 “대화 재개하자”
◆사전투표=4월의 한반도엔 전운이 감돈다. 미국과 중국의 동반 압박에도 북한은 핵실험 카드를 놓지 않고 있다. 리더십 실종 상태인 한국은 주도권을 잃은 채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미국과 일본, 중국이 한국을 빼놓고 북한 핵문제를 논의하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이 화두로 떠오른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때야 할까? 북한의 태도에 더 강경한 제재로 맞서야 한다는 의견이 있고,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우리 사회 지성 10인에게 의견을 물었다.
 
‘김정은은 큰 실수를 하고 있다’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미국이 독자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연일 경고장을 날리던 4월 14일. ‘2017 이슈 배틀’ 두 번째 토론이 열렸다. 북한이 핵실험 강행을 재차 공언하면서 한반도의 긴장감이 크게 높아진 상황이었음에도 판정단의 사전투표 결과는 의외였다. 이날 주제인 ‘새 정부, 대북정책 어떻게 해야 하나?’를 놓고 판정단은 사전투표에서 4명이 제재 국면 유지, 5명은 대화 재개를 택했다. 판정단에서도 ‘의외의 결과’라는 평이 나왔다.
 

 

 
2 Round

 
“개성공단 폐쇄로 북 항복했나”
두 명이 더 대화로 돌아서
◆전문가 의견 청취=제재를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한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햇볕정책 무용론’으로 포문을 열었다. 김영호 교수는 "진보정권 10년 동안 북한에 거액의 현금을 지원하면서 북한 스스로 개혁을 해야겠다는 인센티브마저 없애 버렸다”고 지적했다.
 
" 대화는 대북한 억지가 제대로 이뤄진 상태에서나 고려할 수 있는 것이다. 적대관계에 있는 나라와 대화를 하는 건 상대방의 잘못을 정확히 지적하고 인식시키려는 목적이다. 대표적으로 핵 개발이다. 국제사회가 강력한 대북제재에 입장을 같이하는 지금 상황에서 대화 재개는 시기상조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현재 국민의당 중앙선대위 정책대변인을 맡고 있음)가 반박에 나섰다. 김근식 교수는 "보수정권 10년의 제재로 ‘심화된 단절’ 빼고 대체 우리가 얻은 게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내놓은 햇볕정책 첫 번째 원칙은 튼튼한 안보와 무력도발 불응이었다. 무조건 퍼주자는 게 아니다. 햇볕정책은 관여(Engagement)의 의미로, 단순한 유화(Appeasement)정책과 다르다. 끊임없이 관계를 만들어가고, 이를 통해 상대방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게 목표다. 제재만능주의는 한계가 명확하다. 잘못을 했으면 벌을 줘야지 대화를 끊어선 안 된다. 현 정부에서 개성공단까지 닫았는데 북한이 항복했나? 제재는 협상장으로 나오게 만드는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김영호 교수가 재차 반론에 나섰다. 강력한 제재를 일관되게 추진해야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냉전 초기 대소련 정책을 둘러싸고 미국에선 ‘얄타전통’과 ‘리가전통’이 대립했다. 얄타전통은 히틀러에게 대항하기 위해 만든 미국과 소련의 연합전선이 전쟁 이후에도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었고, 리가전통은 소련의 전체주의적 특성상 협력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입장이었다. 논쟁 끝에 트루먼 대통령은 후자를 택했고, 이후 1989년 냉전이 끝날 때까지 미국은 9개의 행정부가 일관되게 정책 방향을 유지했다. 장기간의 봉쇄를 통해 미국은 냉전의 평화적 종식을 이끌어 냈다.”
 
이에 대해 김근식 교수는 "몸살 감기에 걸렸을 때 다양한 처방이 필요하듯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군사적 억지, 외교와 협상, 제재와 압박, 북한 민주화와 정권교체 등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며 "이 긴 싸움 속에 상황을 유지하고, 악화를 막는 전략적 관리 차원에서도 대화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응수했다.
 
두 명의 전문가가 자리를 떴다. 두 번째 투표에선 두 명의 판정단이 생각을 바꿨다. 제재 국면 유지를 지지했던 판정단②와 ④가 대화 재개로 돌아섰다. 두 사람은 "사실상 북한이 핵개발에 성공한 마당에 그간의 제재가 어떤 효과를 거뒀느냐는 지적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3 Round

 
“미국, 압박상황 … 새 대통령도 강공전략을”
“남북대화 창구가 없으니 코리아 패싱된 것 ”
◆집중토론=토론의 출발점은 양측의 주장이 아닌 ‘자조론’이었다.
 
"코리아 패싱에 온 국민이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제재든 대화든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데 한국이 빠졌다. 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과연 북한이 우리를 대화의 상대로 생각하는지조차 의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진짜 반성해야 할 건 실효성 있는 대북 정책을 펼치지 못해서가 아니라 이 혼란기에 초유의 리더십 부재 상태를 만들어 놓은 점이다.”
 
판정단⑦의 말에 대다수 판정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더 대화가 필요하다. 제재가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려면 상대방이 나에게 의존적이어야 한다. 관계가 얽히고, 오랫동안 지속돼서 의존도가 강해지면 그걸 끊을 때 아픈 거다. MB정부 이후 남북 관계는 사실상 끊겼다. 그러니 제재를 해도 별 효과가 없는 거다.”<판정단⑤>
 
"위협의 상시화 탓이겠지만 한국은 핵에 대해 너무 둔감하다. 하나라도 서울 상공에 떨어진다고 생각해보라. 강 건너 불 아니고 발등의 불이다. 이 판국에 대화를 하자는 건 너무 한가한 소리 아닌가? 국제 공조를 통해 핵을 포기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제재해 나가는 게 현실적이지 않나?”<판정단①>
 
"북한이 가진 저 위험한 장난감을 없애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빼앗아 오는 방법이다. 전쟁을 불사해야 하니 사실상 불가능하다. 둘째, 스스로 내놓게 하는 거다. 죽을 정도로 아파야 내놓을 텐데 중국이 버티는 한 국제 제재는 한계가 있다. 핵 개발이 사실상 끝났다는 게 그 근거 아닌가? 셋째, 거래를 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젠 돈 주고 사기에도 늦었다. 김근식 교수의 말대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처방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최소한 대화의 물꼬는 터야 하는 것 아닌가?”<판정단⑧>
 
대화 유지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에서 판정단③이 역공에 나섰다.
 
"최근 20년간 대화와 제재를 반복해왔다. 장기적이라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략을 바꾸니 효과가 떨어지는 것 아닌가? 햇볕정책 10년밖에 못했다고 하는데 제재 카드도 마찬가지 아닌가? 우방인 미국이 유례없이 강력한 압박을 천명한 상황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지금은 강공 전략을 써야 북한이 꼬리를 내린다.”
 
"대화한다고 지금 하는 제재를 중단하자는 얘기가 아니지 않나? 제재만능주의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는데 금강산 관광도 버리고, 개성공단도 닫았다. 이젠 쓸 카드도 없다. 판정단⑦의 얘기처럼 우리가 왜 지금 ‘왕따’가 됐는지 생각해보라. 대화의 창구마저 없으니 ‘힘 없는 나라’ 취급하는 게 아닌가? 강대국은 강대국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생존 전략이라는 게 있어야 할 것 아닌가?”<판정단⑨>
 
대화 재개 쪽으로 기우는 상황에서 사회자가 ‘차기 대통령은 출범 초기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개성공단 재개, 5·24조치 해제를 제안해야 하는가’라는 즉석 질문을 던졌다. 9명 중 6명이 반대했다. 대부분 시기상조라는 의견이었다. 판정단④는 "서둘러 내놓은 대선 공약을 매만지고, 구체적인 설계도부터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2시간에 걸친 토론이 끝나고 최종 투표가 시작됐다. 대화 재개를 택했던 판정단⑥은 입장을 바꿔 제재 국면 유지로 돌아섰다. 나머지는 이전 선택과 같았다. 판정단⑥의 생각을 바꾼 건 판정단①의 이 한마디였다.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의 카운터 파트너로 중국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중국도 마냥 거절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이 제재에 적극 동참하면 북한은 이전과는 크게 다른 고통을 받을 것이다. 지금은 미국과 함께 더 강력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교수 9인, 3단계 토론 … 타협점 찾는 실험

 
‘이슈 배틀’ 어떻게 진행하나
※ 사회자는 투표 불참

※ 사회자는 투표 불참

‘2017 이슈 배틀’은 치열한 토론 배틀을 통해 서로의 다름을 드러내 가되 합의도 모색하는 새로운 실험이다. 이를 위해 소속 대학과 전공·연령대가 다양한 10명의 교수로 판정단을 구성했다. 주제에 대해 가장 잘 아는 한 명의 교수가 사회를 맡고, 나머지 9명이 판정단으로 토론에 참여한다.
 
토론은 3라운드로 이뤄진다. 1라운드는 평소 판정단의 생각을 드러낸다. 2라운드에선 첨예하게 대립된 이슈를 대변할 각 진영의 전문가 설명을 듣고 판정단이 다시 입장을 정리한다. 3라운드에선 판정단이 스스로 참여해 토론해 보고 최종 입장을 정한다. 라운드마다 입장을 바꾼 판정단은 왜 그랬는지 이유를 밝힌다. 배틀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첨예한 이슈를 둘러싼 서로 다른 논리와 이해타산을 파악할 수 있다.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가 아니라 ‘우리는 어떻게 다르고 타협점은 어디인가’를 찾아가게 된다.
 
‘2017 이슈 배틀’은 중앙일보와 한국사회과학협의회·안민정책포럼이 공동 주최하고, SSK 네트워킹지원사업단이 주관한다. 1976년 설립된 한국사회과학협의회(회장 이진규)는 한국 사회과학계를 대표하는 기관으로 사회과학분야의 15개 학회가 참여하고 있다. 융합적 시각에서 학제 간 연구를 활성화하고, 시대적 현안에 대해 다양한 제안을 내놓고 있다.
 
안민정책포럼(이사장 박우규)은 1997년 공동체 자유주의를 기치로 만든 학자들의 모임이다. 매주 다양한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안민정책연구원을 통해 연구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SSK네트워킹지원사업단(단장 김종길)은 한국연구재단이 세계 수준의 연구 집단 육성을 목표로 실시하는 SSK(한국사회과학연구) 사업의 성과를 홍보하고, 연구자 간의 교류를 촉진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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