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문재인-안철수를 보는 TK와 PK의 엇갈린 민심 왜? >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Vancouver
Temp Max: 7.57°C
Temp Min: 4.66°C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한국 | [단독]문재인-안철수를 보는 TK와 PK의 엇갈린 민심 왜?

한국중앙일보 기자 입력17-04-27 00:01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본문

중앙일보가 지난 15~16일 실시한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TK(대구경북) 지역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31.0%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24.5%)를 앞섰다.
반면 같은 조사에서 PK(부산경남)지역에선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39.4%로 안철수 후보(26.2%)보다 높았다.
TK는 안철수를, PK는 문재인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했다. 같은 영남권인 TK와 PK의 이런 표심 차이는 마치 과거 대선에서 영호남의 표심 차이를 연상케 할 정도로 크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을까. 중앙일보 기자들이 대구 서문시장과 부산 자갈치 시장 등지를 돌면서 바닥 민심을 직접 들어봤다.
 
 
PK(부산경남)에서 안 후보 지지율은 31%였다. 문 후보는 37%였다. 지난 19일 1차 TV 토론 이후 실시한 2차 여론조사(지난 23~24일)에서 안 후보 지지율은 3.8%포인트 감소한 26.2%였지만 문 후보는 2.4% 상승한 39.4%를 기록했다.   
 
 
<1.대구 민심 르포> 
대구 서문시장 야시장을 찾은 시민들로 시장이 붐비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대구 서문시장 야시장을 찾은 시민들로 시장이 붐비고 있다.프리랜서 공정식

“와 마카('왜 전부'란 뜻의 대구 사투리) 안철수 개안타카노(괜찮다고 이야기 하니). 와 카는데(왜 그러는데)?” 
일요일인 지난 23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 개미·바퀴벌레 박멸제 등을 판매하는 70대 노점상이 옆 자리에 앉은 40대 노점상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러자 “(안철수 후보를 선호하지 않으면) 표가 있잖아예 분산된다 안 캅니꺼(안 그럽니까). 생각을 해보이소(해보세요). 누구는 보수 후보 찍고, 누구는 진보 후보 찍고 막 그라면(그러면) 누가 당선되겠어예. 표가 분산되면 대세인 문재인 후보가 당선될꺼 아입니꺼?.”  
 
같은 시각 서문시장 호떡 판매점. 60대 상인에게 기자가 “어느 대선 후보가 제일 믿음직스러운가”라고 묻자 그는 “개인적으론 안철수 후보가 괜찮아 보이더라”고 말했다. “왜 그러냐? 대구 출신 유승민(바른정당) 후보와 홍준표(자유한국당) 후보도 있지 않느냐”고 하자, “찍어도 당선되겠느냐. 괜히 그랬다가 다른 당 후보가 당선될 수 있을까 걱정스러워서 그런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8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시민과 기념사진을 찍고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8일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시민과 기념사진을 찍고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서문시장 동산상가 1층에서 만난 60대 의류 판매 상인은 “서문시장이라고 전부 보수 후보를 선호한다는 생각을 하면 안된다. 서문시장 화재를 겪으면서 보수 정권에 실망한 상인들이 적지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보수에 대한 실망이 있는 가운데,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둘 중 누구를 선호하겠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친북 성향이 있다고 알려진 문 후보보다는 안 후보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안철수 후보

안철수 후보

TK(대구경북)의 '정치 1번지'로 통하는 서문시장에 만난 상당 수 상인들은 ‘전략적 표심’을 드러냈다. 홍준표·유승민 후보가 최고라는 상인들도 있었지만 보수 정권에 대한 실망에다 "그래도 문재인 후보는 못 뽑겠다"는 표심이 안철수 후보 선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촛불 시위를 이끌었던 TK 지역 30대 직장인들도 안철수 후보 선호 현상이 있었다. 지난 24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인근. 커피를 손에 들고 지나가던 직장인 최모(35·대구시 수성구 범물동)씨는 “안보 문제에 민감하다. 북핵·주적·송민순문건 등 안보 논란으로 (나를 비롯해) 주변에서 호남 기반 정당 소속이지만 문재인 후보 보다는 안철수 후보 쪽에 더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식당을 한다는 이종관(38·대구 월성동)씨는 “문 후보는 북한과 통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퍼져 있지 않느냐. 친북 성향의 문 후보, TK에 실망을 안긴 어떤 보수 후보보다는 안철수 후보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구 남구 서부정류장 구두 수리점 앞에서 만난 자영업자 김모(57)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동정론을 갖고 있는 TK 지역에서 보수 후보인 홍준표· 유승민 후보는 보수를 대표하는 후보로서 자격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대안이 누구인가. 안 후보 뿐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시 달성군에선 상당 수가 보수 후보를 선호했다. 홍준표 후보를 지지한다는 목소리가 많이 들렸다.
 
하지만 다른 의견도 있었다. 달성군 화원읍 한 커피 전문점에서 만난 40대 주부는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던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도 만약 문 후보와 안 후보만 놓고 본다면 안 후보가 마음에 더 든다는 말을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북 구미의 한 대기업에 다니는 30대 직장인은 “전체는 아니지만 일부 20대와 30대 사이에 '친북 성향이 있는 문재인 후보만 아니면 된다'는 말을 한다. 어차피 보수 후보를 선택해도 당선 확률이 적으니 안 후보를 밀어 문 후보의 당선을 막겠다는 것인데, 굳건한 보수 지역인 구미에선 다소 이례적인 목소리”라고 말했다.
 
이런 TK의 표심에 대해 채장수(48)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도 확인됐듯이 TK는 명백하게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 자신들을 대표해줄 수 있는 정치 세력이 큰 지지율을 얻지 못하면서 차선으로 안철수 후보를 택하고 있는 것 같다.하지만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도 TK 지역에서 공고하지 않고 많이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승엽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보수세력들이 딱히 지지할 만한 정당도 없고 정치인도 없는 상황이다. 지역에 강한 '반문(문재인 반대)' 정서가 안철수 후보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2.부산 민심 르포> 
지난 25일 자갈치 시장에서 상인들이 생선을 팔고 있다. 이은지 기자

지난 25일 자갈치 시장에서 상인들이 생선을 팔고 있다. 이은지 기자

“홍준표 찍으면 문재인 된다카잖아(된다고 하잖아). 그라믄(그러면) 안철수 찍어야제.” “안철수가 부산에서 한 게 뭐 있노.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닌 어정쩡한 사람보다 노무현 사람인 문재인 뽑는 게 훨씬 믿음직스럽제.”
 
지난 25일 오후 부산 자갈치 시장. 좌판을 벌이고 나란히 생선을 파는 임수경(50)씨와 김모(58)씨가 티격태격 대화를 나누자 맞은편 좌판에서 가자미를 팔고 있던 박모(60)씨가 불쑥 끼어들었다. “문재인처럼 준비된 사람도 없다카이.”
 
박씨가 손짓으로 기자를 불렀다. 그러더니 “내가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이었다카이. 2014년 4월 청와대 춘추관을 관광하고 부산으로 내려오는 길에 세월호 참사 소식을 들었는데 세월호 사고 수습하는 것을 보고 ‘박근혜를 잘못 뽑았구나’ 후회 많이 했다가 아이가”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지난 22일 부산 서면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지난 22일 부산 서면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사진 더불어민주당]

 
PK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왜 더 높을까. 지지율 1,2위의 문재인후보와 안철수 후보를 보는 PK의 엇갈린 민심을 들어봤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은 부산 39.9%, 울산 39.8%, 경남 18.6%였다. 부·울·경 모두에서 50%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민주당 부산시당은 이번 대선에서 51% 득표를 자신하고 있다. 목표를 60%로 잡았다.    
 
같은 시각 자갈치 시장 입구에서 고등어를 굽고 있던 50대 아주머니에게 다가가 “누구 찍을지 결정했느냐”고 물었다. “부산 사람 뽑아야제”라는 답이 돌아왔다. “유력 후보 2명 모두 부산 사람인데요”라고 기자가 되묻자 “안철수는 고교 졸업하고 바로 서울 갔잖아. 문재인은 부산에서 계속 인권 변호사하고 국회의원도 하고. 문재인이가 진짜 부산 사람이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향수가 문 후보 지지로 이어지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자갈치 시장 인근에서 치킨을 튀기고 있던 박모(36)씨는 "문재인이 노무현의 사람이기 때문에 문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20대 때 처음으로 투표한 대통령이 노무현이었다”는 박씨는 “가장 상식적이었던 노무현 정부에 대한 향수로 문 후보를 지지한다. 가장 검증된 후보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후보

문재인 후보

자갈치 시장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이재홍(45)씨에게 “대선 후보 결정했냐”고 묻자 처음에는 “아직 못했다”고 했다. “2012년 대선때 누굴 뽑았냐”고 또 묻자 그때서야 “문재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2001년에는 노무현도 찍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갈치 시장에서 40~50대 젊은층은 '노빠(노무현 지지자)'가 많다. 자갈치 시장에는 호남에서 온 사람이 많은데 대부분 문재인을 지지하더라”고 전했다.    
 
잡화를 팔고 있던 배모(58)씨는 1979년 전북 정읍에서 부산으로 이사왔다고 했다. 그는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집안에서 자란 사람은 서민 마음을 잘 모른다.학생 때부터 민주화 운동을 한 문재인이 진짜 진보 후보”라고 말했다.  
 
반면에 안 후보에 대해서는 TV 토론 때 실망했다는 유권자가 많았다. 26일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만난 박성태(48·인테리어업)씨는 “TV 토론을 4차례 다 챙겨봤다. 안철수의 토론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고 말했다. 
 
박씨는 “노동계를 대표하는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지만 문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질 생각”이라며 “문재인이 노무현의 사람이기도 하고, 정의당은 힘이 없어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은 사표(死票)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심 후보 대신 문 후보를 지지한다는 답이 많았다. 26일 부산대 캠퍼스에서 만난 정모(21)씨는 “낙태죄 폐지, 임신 중절 허용 등 페미니즘적 측면에서 심 후보의 공약이 크게 와 닿는다”면서도 “선거일이 점점 다가갈수록 내 표가 사표가 되는 것을 막자는 심리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결국 문재인에 투표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로 공약보다 대통령 자질을 우선하는 성향도 강했다. 부산대생 오정현(23·신문방송학과)씨는 “박 전 대통령도 공약은 번지르르하게 내놓았었다. 이번에는 자질을 우선적으로 볼 것이다.TV 토론회 태도를 봤을 때 문 후보가 가장 나았다”고 말했다.  
 
‘정유라의 이대 부정 입학 사건’ 이후 채용 비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안 후보를 찍겠다는 유권자도 있었다. 부산대 앞 커피숍에서 행정법 교재를 보고 있던 최모(26)씨는 "지지후보로 1순위 문재인, 2순위 안철수"라고 말했다. “지지후보가 바뀔 수 있다는 말이냐”고 되묻자 “문 후보 아들의 취업 비리가 사실로 드러나면 안철수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권을 보면서 도덕성이 대통령 자질 중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남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향, 울산에서는 안철수 후보에 대한 실망감이 문 후보 지지율로 이어지고 있었다. 경남 창원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는 신모(48·여)씨는 “김해를 비롯해 경남은 노 전 대통령의 향수를 갖고 있는 지역이어서 아무래도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했던 문 후보에 대한 믿음이나 신뢰가 더 높고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 등이 거의 없는 안 후보는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의 한 대기업에 다니는 조모(54)씨는 “울산은 원래 보수적인 도시여서 옛 새누리당 지지자가 많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여당에서 이탈한 표가 많아졌다. 이 표가 처음에는 문 후보보다는 보수성향으로 분류되는 안 후보쪽으로 많이 갔지만, 대선후보 방송토론에서 안 후보에 실망한 유권자가 다시 문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옮겨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PK 표심에 대해 정용하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안 후보가 중도주의적 정치 철학을 확실하게 정하지 못하고 진보도 보수도 아닌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자 보수층이 무너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이미 부산은 지난해 4·13 총선때부터 민주당 지지세력의 외연이 확연히 넓어졌다. 최순실 사태로 부산의 정치 지형은 진보 55%, 보수 45%로 야도(野都)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PK는 부산 정계의 상징적 인물이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오랜 야당 생활 끝에 1990년 3당 합당으로 여당이 되기 전까지는 줄곧 야도였다. 
부산·창원=이은지·위성욱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관련 뉴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목록

게시물 검색
Total 0건 8 페이지
밴쿠버 중앙일보 뉴스 목록
   뉴스 제목
게시물이 없습니다.
회사소개 신문광고 & 온라인 광고: 604.544.5155 미디어킷 안내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상단으로
주소 (Address) #338-4501 North Rd.Burnaby B.C V3N 4R7
Tel: 604 544 5155, E-mail: info@joongang.ca
Copyright © 밴쿠버 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Developed by Vanple Netwroks Inc.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