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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 [뉴스분석] 트럼프 ‘사드 청구서’ … 100원 받으려 1000원 부르는 흥정술

한국중앙일보 기자 입력17-05-01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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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대기자

김영희 대기자

한반도 안보 상황이 벼랑 끝에 선 지금 가장 절실한 것은 한·미 두 동맹국 간에 햇볕 들어갈 틈도 허용하지 않는 대북 공조와 안보 협력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과 미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비용을 놓고 위험한 진실 게임을 벌이고 있다. 사드 배치에 드는 비용을 한국더러 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황당한 요구로 촉발된, 북한 김정은이나 환영할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사태다.
 
우리 정부는 사드 배치에 관한 한·미 간 약정서(TOR·Terms Of Reference)를 2026년까지 공개할 수 없는 2급기밀로 묶어놓고 비용은 우리가 내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결과적으로 공허한 말만 고장난 녹음기처럼 되풀이한다. 국내의 논란에 유력 대선후보들까지 가세하자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허버트 맥매스터와 급히 통화를 하고는 “사드 경비 미국 부담 확인”을 발표했다. 그러자 24시간도 안 돼 맥매스터가 방송 인터뷰에서 사드 경비는 재협상(renegotiate)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도 기자들에게 다시 우리 말이 맞다고 확인했다. 국민들은 깊은 혼란에 빠졌다.
 
 
국제법에 정통한 전직 고위 외교 관리는 사드에 관한 약정서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의 하위 합의여서 트럼프의 요구는 SOFA 체제 자체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의 논리를 확장하면 미국이 괌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할 때 드는 비용을 요구해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귀담아 들을 말이다.
 
국방부는 2026년인 것으로 알려진 기밀 해제의 ‘시기’조차 기밀에 속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이 청구서를 내밀고 그의 안보보좌관이 재협상을 말한 이상 청와대와 국방부의 말대로는 되지 않을 것 같다. 그사이 한·미 간에 어떤 이면 합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김관진 안보실장의 말대로 맥매스터가 사드 비용 미국 부담을 확인했다고 해도 트럼프가 한국에 내민 청구서를 거두어들이지 않는 한 논란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탁월한 흥정꾼인 트럼프의 속셈은 뻔하다. 그는 100원을 받으려고 1000원을 부르는 사람이다. 그가 당선 직후 대만 총통 차이잉원(蔡英文)에게 전화를 걸어 ‘하나의 중국’ 정책의 재고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도 있음을 암시한 것도 시진핑(習近平)과의 큰 거래에 앞선 기선 제압의 한 수였다. 시진핑은 트럼프의 요구대로 북한에 중국으로서는 전례 없이 강력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북한산 석탄 수입을 금지하면서 이미 중국에 와 있던 석탄을 되돌려보내는 이례적인 조치까지 취했다.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까지 옵션으로 고려하고 있다.
 
결국 트럼프가 노리는 것은 올해 9500억원 정도 되는 미군 주둔비를 훨씬 더 받아내고 한강 이북에 있는 미군 기지의 평택 이전에 드는 경비의 상당 부분을 한국에 떠안기는 것이다. 한국이 아무리 협상을 잘 해도 미군 주둔비 인상과 기지 이전 비용의 일부 부담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것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비대칭성에서 운명지어진 것이다. 맥매스터가 말한 재협상도 이 부분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봐야 한다.
 
사드 배치에 관한 협상 때 비용 문제를 이론의 여지가 없게 분명히 못 박지 않은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무전략이 지금의 사태를 낳았다. 사드 비용은 양보할 수 없다. 이면합의 의혹 등에 떳떳하다면 정부는 새 정부 출범 후 안보 위기의 시기에 사드 청문회 따위로 한·미 동맹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도록 문제의 약정서 비용 부담 부분을 확실히 밝혀야 한다. 그래야 국민 여론의 지원을 업고 미국과 협상에 나설 수 있다.
 
김영희 대기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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