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 연극 '만리향' 밴쿠버 한인들의 자화상
관련링크
본문
음식점, 여행사, 유학생의 있는 모습 그대로
이민가정이라 더 상처주고 위로 받는 가족
30년 시간동안 한인사회와 같이 성장한 역사
캐나다 한인사회의 거의 독보적인 연극 극단인 하누리. 30년이라는 역사를 가지고 밴쿠버 한인사회와 함께 성장해 왔다.
연극의 3대 요소를 흔히 배우, 희곡, 관객으로 꼽는다. 하지만 밴쿠버 한인사회 속에서 30년 역사로 성장해 온 극단 하누리는 결코 배우와 관객으로 나뉘지 않는다. 바로 배우들이 밴쿠버에서 흔히 보는 식장 주인, 스시맨, 여행사 직원, 제과기술자, 식품점 직원, IT회사 프로그래머 그리고 학생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았던 30년 전에 '유랑극단'이나 '울고넘는 박달재'같은 심파극을 무대에 올려 이억만리 머나먼 당에 떨어져 나온 이민자들의 심금을 울리던, 극단 하누리의 단원은 아마추어 배우들이었다. 30년이 흐른 지금도 배우들은 여전히 아마추어로 밴쿠버 한인들과 같은 기억과 삶의 무게와 고향을 그리워하는 캐나다가 아직 낯선 이방인으로 무대에 오른다.
창단 30주년을 위해 선택한 '만리향'은 2014년 34회 서울연극제에서 4개 부문(대상, 연출상, 신인연기상, 희곡상)을 휩쓸은 아주 유명한 작품이다. 그냥 평범한 아니 가업을 물려 받은 큰 아들이 말아먹어가는 유행에 뒤떨어진 한 한국식 중국집 가족의 이야기다. 캐나다에 이민을 와서 그로서리 아니면 음식점을 운영하거나 아니면 그곳에서 일을 하던 평범한 밴쿠버 우리네 모습이다.
그런데 가족이지만 서로 모른다. 바쁘게 살다보니 자식은 다 커 있고, 자식 입장에서는 영어도 못하는 부모는 삼류시민으로 보인다. 서로 말이 없어지고, 서로 이해하기 힘들고, 이제 남보다 더 멀게 느껴지는 이민가족들의 전형적인 모습.
오래 전 실종된 막내 동생을 그리워하며 뒤늦게 찾아나서겠다는 어머니를 말리기 위해, 그리고 실종된 동생을 찾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사로 잡힌 가족들이 스스로 편해지자고 벌이는 가짜 굿.
한국에서 경험했던 자신의 삶과 너무나 다르고, 서구적 가치관으로 항상 대립하는 자녀들과 마주하는 한인 이민자 가정. 그래도 안다. 서로 사랑했다는 것을. 대화가 부족하고, 서로를 이해할 마음이 부족했다는 것을. 그래서 이렇게 멀어졌다는 것을. 하지만 안다. 서로에게 너무나 소중하다는 것을.
무당의 몸을 빌려 돌아올 막내 동생을 진짜로 믿게 하기 위해 하나씩 둘씩 막내에 대한 기억을 쫓아가다보니 왜 형제간 가족간 갈등이 일어났는지를 알아가게 된다. 왜 미리 서로를 이해하고 오해를 풀려고 하지 않았는지 후회가 난다.
왜 이렇게 먼 곳으로 이민을 왔을까? 더 좋은 환경 속에 자녀를 키우고 싶어서, 그래도 나은 세상에 가족과 살고 싶어서,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으면 왜 남의 나라에 왔는지 후회도 하고 울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은 살만하고 가족이 있기에 견딜 수도 힘을 낼 수도 있다.
연극 만리향은 웃다가 어느새 눈물 글썽이게 만든다. 낯선 타국에서의 이민생활은 기대감으로 희망도 있지만, 두고 온 추억에 대한 후회도 있다. 이때 가족이 있기에 이해하고 참고,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큰아들 역을 맡은 윤명주 연출은 "항상 공연을 하면서 모두들 다들 힘들고, 문화생활이고 이런 것들에 대해서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달려오기만 하고, 지금 만리향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처럼 자기 생활에 빠져 사는 사람들이다"라며,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내용보다는 같이 연극을 한다라는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 연출은 "하누리 극단을 같이 하기 위해서는 단원들이 힘든 생활들을 이겨내고 와서 해야 한다"며, "그래서 매년이 힘들고, 힘든 과정이지만 같이 힘든 상황에서 극장을 찾아오는 한인들과 같은 동질감으로 재미를 느껴봤으며 좋겠다"고 말했다.
표영태 기자
<공연정보>
일시 : 2019년 10월3일~5일
장소 : Shadbolt Centre for the Arts (James Cowan Theatre)
시간 : 10/3일(목) 7:30pm
10/4일 (금) 4:30pm & 7:30pm
10/5일 (토) 4:30pm & 7:30pm
티켓 : 20달러
<후원>
한인신협, H마트, 재외동포재단, 주밴쿠버총영사관, 민주평통밴쿠버협의회, 밴쿠버한인회, 정가네, 강홍윤 회계사, 신정묵 회계사, JJ FAMILY SPA, BBQ치킨 코퀴틀람센타점, 한남여행사, KING SIGN AND GRAPHICS LTD. 참댄스컴퍼니
관련 뉴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