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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 “코로나로 인한 외로움 노인을 죽음에까지 이르게 해”

C.V. Lee 기자 입력20-11-27 00:33 수정 20-11-27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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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교사 격리 속 어머니 치매 악화과정 기고

생명보존 위한 고립이냐 정신건강 위한 접촉이냐   



토론토의 한 중국계 교사가 경미한 치매를 앓던 자신의 어머니가 코로나19 사회 격리 조치로 세상과 단절된 이후 자신 속에만 갇혀 ‘화석’처럼 변해가는 과정을 글로 써 세인의 동정을 사고 있다. 신문에 기고된 이 글에 따르면 이 노인은 한때 심리적 고립감이 지나쳐 육체마저 셧다운 되는 상태에 들어갔고, 자식들의 노력으로 조금씩 깨어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사태가 노년층에 끼치는 심리적 악영향을 잘 드러내는 사례로 평가된다. 다음은 스테픈 웨이(Stephen Wei)씨가 허프포스트(Huffpost)에 기고한 내용을 요약.번역한 것이다. 


지난 7월 내 누이는 어머니가 사시는 콘도 관리소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가 현관 로비에서 서성거리며 자신을 집으로 데려다 달라고 지나는 사람마다 붙들고 청하고 있다고 했다. 내가 도착해보니 어머니가 횡설수설하며 혼란에 빠져 계셨다. 나를 보고도 “딴 사람 같다”며 낯설어하셨다. 응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모셨고 진단 끝에 몇 년 전에 판정받은 치매가 더 심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졌을 때 나와 내 누이는 ‘응당 해야만 할 일’을 부모님에게 했다. 세상과 단절한 채 집에만 있으라고 했다. 내가 부모님을 찾는 일은 장 본 것을 가져다 드리는 정도로만 한정했고 부모님과 함께 있을 때도 마스크를 썼다. 


보통 사람도 그렇지만 치매 환자는 더더욱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게 중요하다. 평소 같으면 댄싱 교실, 가라오케, 친구들과 식사 등으로 사람들 틈에서 긴장감을 유지하며 사셨을 텐데 코로나로 인해 이 모든 것이 사라졌다. 어머니는 거의 눈멀고 귀도 어두운 아버지하고만 4개월을 우두커니 허공만 쳐다보며 지내셨다. 그리고 그 끝은 급속도로 악화된 치매 증상이었다. 


콘도 로비 사건이 있은 다음날 어머니가 잠자리에 통 일어나시길 못했다. 내가 어떻게 하든 잠에 곯아떨어지기만 하셨다. 전화로 보건소에 물어보니 충격요법을 가해보라고 해서 귀를 잡아당기거나 갈빗대를 문질러 보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2주가 지나 뇌 사진을 찍고 간질 테스트도 받으시도록 했다. 그리고 신체상 아무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 


다음엔 정신과로 모셔갔다. 의사는 어머니가 스스로 잠을 청하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상에 대한 흥미를 잃고 세상에서 사라지고픈 마음이 워낙 강해 그것이 육체적인 반응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내 누이와 나는 심각한 결정의 기로에 섰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머니의 몸을 바이러스로부터 지켜 드리기 위해 친구와 가족과 단절시킨 채 고립 속에 살게 할 것인가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자신 속으로 침잠돼 들어가는 어머니를 세상으로 다시 나오게 할 것인가 사이의 선택이다. 


마침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봉쇄조치를 완화하기 시작한 때라 나와 누이는 날짜를 정해 일주일에 세 번은 어머니를 찾아뵙도록 했다. 나는 토요일마다 찾아가 집 청소도 하고 어머니와 식사도 하며 시간을 함께 보냈다. 우리 노력에도 불구하고 첫 두 달은 별 차도가 없었다. 여전히 어머니는 우울하고 혼미한 정신 상태로 지내셨다. 


이후 나는 어머니를 밖으로 모시고 나가기 시작했다. 맥도널드 햄버거를 테이크아웃해 인근 공원에 가서 함께 먹거나 양지바른 페티오에 앉아 많은 얘기를 나눴다. 어머니의 정신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였다. 언젠가 디스틸러리 지구(Distillery District)의 아트 갤러리로 모시고 갔을 때 전시품들을 흥미롭게 구경하시던 어머니의 눈빛은 그간 수개월을 지켜봐야 했던 어머니의 그 눈과는 사뭇 달랐다. 


혹자는 이런 내가 어머니를 생명의 위협으로 내몰고 있다고 판단할지 모른다. 사실 마스크를 얼마나 꼼꼼히 챙겨 드리던 사회적 거리를 얼마나 신경 쓰던 사회적 접촉을 늘리는 것은 이런 엄중한 시기에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어머니의 신체적 건강을 지켜 드린다는 이유로 그녀가 살아가는 보람을 빼앗을 수는 없다고 여긴다. 


지금 온테리오가 제2차 사회적 봉쇄에 들어갔다. 또 겨울이 와 어머니를 밖으로 모시고 나갈 수도 없게 됐다. 어머니에게 정신적 자극을 드려 세상에 대한 흥미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데 솔직히 이젠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모든 사람이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켜 이 봉쇄가 빨리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다. 


코로나 사태에 처해 느끼는 외로움으로 모든 이들이 힘들어하지만, 노인들은 이 외로움 탓에 죽음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  


밴쿠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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