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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 로열뱅크 임원 2명, '사내 불륜' 혐의로 해고돼 소송 제기

밴쿠버 중앙일보 기자 입력24-08-13 09:48 수정 24-08-1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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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딘 안 전 CFO와 켄 메이슨 전 부사장, 수천만 달러 배상 요구


은행 측 "행동강령 위반" vs 전직 임원들 "차별적 조치"


캐나다 최대 은행인 로열뱅크(RBC)가 고위 임원들의 불륜 의혹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해고된 임원들이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파문이 일고 있는 것이다.


나딘 안 전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켄 메이슨 전 부사장은 지난 4월 5일 RBC로부터 해고된 후 각각 소송을 제기했다. 안 전 CFO는 4900만 달러, 메이슨 전 부사장은 2000만 달러 이상의 배상금을 요구하고 있다.


RBC 측은 안 전 CFO가 행동강령을 위반하고 메이슨 전 부사장과 "공개되지 않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승진과 보수 인상 등에서 특혜를 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 전 CFO는 소장을 통해 자신이 RBC의 첫 여성 CEO 후보로 거론됐다고 밝혔다.


안 전 CFO는 25년간 RBC에서 근무하며 충성스럽고 신뢰할 수 있는 탁월한 리더로 인정받았으며, 고용 기간 동안 많은 성차별적 장애물을 극복했다고 주장했다. 메이슨 전 부사장 역시 RBC의 차별적이고 불균형한 조치로 RBC 최초의 여성 CEO 후보의 경력이 끝났다고 반박했다.


두 사람 모두 기혼자이며 자녀가 있다고 소장에서 밝혔다. 이들은 RBC의 보도자료가 자신들이 불륜 관계였다는 잘못된 암시를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오랜 친구 관계와 전문적인 업무 관계가 익명의 고발자와 RBC에 의해 왜곡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RBC 측은 "이 주장들은 근거가 없으며, 법정에서 강력히 방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 대변인은 "외부 법률 고문의 조사를 포함한 철저한 검토를 실시했고, 조사 중 수집된 반박할 수 없는 증거를 바탕으로 행동강령의 중대한 위반이 있었다는 사실이 매우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소송 내용에 따르면, 두 전직 임원은 4월 5일 아침 각각 별도의 회의에 소환됐다. 안 전 CFO는 전날 밤 데이브 맥케이 CEO로부터 문자 메시지로 다음 날 아침 회의 참석을 요청받았으나, 회의 목적을 알아내지 못했다고 한다. 회의장에 도착했을 때 맥케이 CEO는 없었고, 대신 외부 변호사와 RBC 직원 관계 담당자가 그를 맞이했다. 안 전 CFO의 노트북과 휴대전화가 압수됐고, 약 2시간 동안 "심문" 형식의 회의가 진행됐다고 한다.


메이슨 전 부사장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레임 헵워스 최고위험책임자(CRO)와의 회의에 소환됐지만, 도착했을 때 헵워스 CRO는 없었고 외부 변호사들과 RBC 직원 관계 담당자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약 2시간 동안의 질문 후 정직 처분을 받았고, 몇 시간 후 해고됐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캐나다 최대 은행의 내부 운영 실태가 드러나면서 금융권에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캐나다 6대 은행 중 여성 CEO가 한 명도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금융권의 성차별 문제가 다시 한번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RBC의 9명의 최고위 임원 중 3명만이 여성이며, 주요 사업부의 책임자는 모두 남성이라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한편, 오는 9월 1일 에리카 닐센이 개인금융 부문 책임자로 취임하면서 이러한 상황에 약간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RBC의 여성 인재 등용과 직장 내 평등에 대한 의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 향후 RBC의 대응과 법정 공방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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