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의 만찬 회담 이튿날인 30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근처 호텔에서 공항으로 출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캐나다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예고에 미국을 급거 방문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만남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3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전날 이뤄진 트뤼도 총리와의 ‘마러라고 회동’에 대해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지난 2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취임일인 1월 20일 첫 행정명령 중 하나로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오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경고했다. 

중국에 대해선 (기존의) 추가 관세에 더해 10%의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다. 

이에 트뤼도가 관세 폭탄 예고 나흘 만에 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해 트럼프를 만났다. 

그의 이번 마러라고 방문은 사전에 예고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불법이민의 결과(불법이민자들의 마약 밀수 관여를 의미)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펜타닐(마약류의 일종)과 마약 위기, 미국 근로자를 위험에 빠트리지 않는 공정한 무역 합의, 미국의 대캐나다 대규모 무역 적자 같이 양국이 협력해서 다뤄야 할 많은 중요한 의제들을 논의했다”고 소개했다.

또 마약 카르텔을 통해 마약류가 미국 사회에 널리 퍼지는 현상과 중국에서 유입되는 펜타닐 등으로 미국 시민이 희생되는 상황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트뤼도 총리는 (마약류에 의한) 이 끔찍한 미국 가정 파괴를 끝내는 데 우리와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긍정적인 대화였다면서도 관세 부과 위협을 거둘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 밖에도 에너지, 북극, 우크라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중동, 미국·캐나다 파이프라인까지 광범위한 주제가 거론됐다고 했다.

트뤼도 총리도 이날 X에 트럼프와 나란히 앉은 만찬장 사진을 올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지난밤 저녁 식사에 감사한다”며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일을 고대한다”며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뤼도는 이날 마러라고 리조트 근처 호텔을 나서면서는 “훌륭한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승리 후 외국 정상을 만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트럼프는 자신의 선거 축하 행사에 참석한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지난달 14일 마러라고에서 만난 바 있다.

캐나다 측에선 국경 문제를 책임지는 도미닉 르블랑 공공안전부 장관과 케이시텔퍼드 총리 비서실장이 동행했다. 

트럼프 측에서는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 국가에너지회의 의장을 겸하게 될 더그버검 내무장관 지명자 등 외교ㆍ안보와 무역, 에너지 분야의 트럼프 2기 키맨들이 회동에 배석했다.

트뤼도는 이번 방문에 앞서 지난 25일에는 트럼프에 전화 걸어 캐나다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가는 불법 입국자가 소수에 불과하고, 마약 밀수도 멕시코와 비교할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해명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캐나다 고위 소식통은 통화가 생산적이었으며 두 사람이 수일 내로 추가 접촉하기로 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캐나다는 미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지난해 수출액의 4분의 3 이상인 5927억 달러(약 591조원)가 미국에서 나왔다. 

관세가 실제로 부과되면 두 나라에 크게 의존하는 미국 산업 공급망이 타격을 받게 된다.

한편 트럼프 1기 때 양국은 풍랑을 겪은 바 있다. 

당시 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폐기한 뒤 2018년 11월 말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새로 체결했다.

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