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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 "병원 가려면 입막음 서약하라"... 캔쿤 리조트 서약 강요

밴쿠버 중앙일보 기자 입력25-01-14 09:49 수정 25-01-14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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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쿤 고급 리조트서 한밤중 구토·복통 시달려


"입 다물고 보상금 받아라" 500~1000달러 제시


"인질 같았다" 사스카츄완주 가족들 분통


사스카츄완주 가족들이 멕시코 캔쿤의 한 고급 리조트에서 심각한 식중독 증세를 보였음에도 의료지원의 대가로 비밀유지계약서 서명을 강요받았다고 폭로했다.


크리스마스 휴가를 위해 로얄턴 스플래시 리비에라 캔쿤 리조트를 찾은 두 가족은 투숙 직후 구토와 복통에 시달렸다. 하지만 리조트 측은 의료진 호출을 위해서는 리조트의 책임을 묻지 않고 사건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요크턴에서 온 제슬린 시골씨 가족은 4개월된 아기와 10대 자녀, 부부가 모두 크리스마스 기간 중 심한 구토 증세를 겪었다. 특히 남편은 도착 일주일 만에 두 차례나 심각한 위장병을 앓았다.


사스카툰의 앨리슨 필드씨 가족도 투숙 이틀 만에 4살 아들과 남편이 잇따라 발병했다. 아들이 탈수 증세로 위독해지자 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대변 검사에서 세균 감염이 확인됐다.


두 가족 모두 리조트 직원들이 의료지원을 미끼로 비밀유지계약서 서명을 강요했다고 증언했다. 리조트를 떠나려 할 때도 서약서 서명 없이는 짐을 옮기거나 택시를 부르는 것조차 거부당했다고 한다.


이 비밀유지계약서에는 "리조트가 제공하는 의료지원을 받는 대가로 관련 회사들에 책임을 묻지 않고, 경험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리조트 측은 서명자들에게 500~1000달러의 보상금도 제시했다.


필드씨는 현재까지 같은 시기에 리조트에 머물다 비슷한 증상을 겪은 투숙객 20여 명과 연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는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서약서에 서명했다고 한다.


토론토 메트로폴리탄 대학교 웨인 스미스 관광경영학 교수는 "관광업계에서 평판 관리를 위한 비밀유지계약이 늘고 있다"면서도 "고객 건강보다 평판을 우선시하는 모습은 오히려 더 큰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리조트는 웨스트젯 계열사인 선윙이 소유한 블루 다이아몬드 리조트가 운영하고 있으며, 메리어트의 '오토그래프 컬렉션'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블루 다이아몬드 리조트의 알레한드로 로드리게스 델 페온 홍보마케팅 부사장은 "현재 내부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현지 보건 규정을 충실히 준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스미스 교수는 "이번 사건은 현지 관리자들의 독단적 판단일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해외여행 시 여행자보험 가입과 함께 뷔페 등 장시간 보관된 음식이나 익히지 않은 채소를 피하는 등 기본적인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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