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 의사부족에도 "해외 의사가 패스트푸드점서 일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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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만 명 단골병원 없어... 해외 의사 5천 명, 자격취득 막막
거주지별 자격요건 제각각... 시험비용만 3천255달러
해외경력 인정 안돼 본국행... "캐나다서 경험 쌓게 해달라"
캐나다 의사협회가 1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650만 명의 캐나다인이 단골병원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해외에서 의사 자격을 취득한 5천 명 이상의 의료진은 자격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다른 직종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이후 의료 인력난이 더욱 심각해졌음에도 해외 의사들의 자격 취득은 여전히 난관에 부딪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캐나다에서는 코로나19 기간 중 의사들의 업무 시간 단축과 조기 은퇴가 이어지면서 의료 서비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은퇴 연령에 도달한 의사들이 늘어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해외 의사들이 캐나다에서 의사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13개 주와 준주가 각각 정한 자격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출신 국가에 따라 요구 조건도 다르다. 대부분 최대 4차례의 시험을 통과해야 하며, 시험 비용도 1회당 3천255달러에 달한다.
퀘벡주의 비영리단체 '레장쥬 들루아르'의 조사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자격 취득을 시도한 1천100명의 해외 의사 중 실제 자격을 얻은 사람은 10%에 불과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수련의 자리 부족이다. 지난해 기준 캐나다 의대 졸업생 2천936명이 수련의 자리를 확보한 반면, 해외 의사는 671명만이 기회를 얻었다. 더구나 이 제한된 자리마저 해외 의대를 졸업한 캐나다인들과 경쟁해야 하는 실정이다.
의료규제당국연합은 수련의 자리 부족 외에도 신규 의사를 교육할 수 있는 면허 소지 의사가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주를 제외한 모든 주가 '실무평가제도'를 도입했다. 면허 소지 의사의 감독 하에 12주간 임상 평가를 받는 방식이다. 온타리오주의 경우 자격 취득 후 3년간 농촌이나 북부 지역 근무를 의무화했다.
특히 해외 경력 인정 문제도 심각하다. 일부 해외 의사들은 최근 임상 경력을 인정받기 위해 본국으로 돌아가 수개월간 진료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치안이 불안정한 국가 출신 의사들의 경우 가족과 떨어져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부담이 크다.
BC주와 앨버타주는 준의사 프로그램을 도입해 해외 의사들이 제한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은 정식 의사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상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연방정부가 매년 해외 의사 750명을 위한 수련 자리를 지원할 것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약 110만 명의 캐나다인이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현장 조사에 따르면 해외 의사들 중 상당수가 생계를 위해 패스트푸드점이나 일반 사무직 등 의료와 무관한 직종에서 일하고 있다. 구직 과정에서 '과잉 자격'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하는 경우도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에서는 의사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해외 의사들의 경력을 인정하고 자격 취득 과정을 간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시에 의료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면서 이러한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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