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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뉴스 | 각목 든 시위대 "차은경 어딨어"…판사 근무지까지 뒤졌다

밴쿠버 중앙일보 기자 입력25-01-18 14:40 수정 25-01-1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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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된 19일(한국시간) 새벽 서울서부지법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던 윤 대통령 지지자가 청사에 난입해 민사신청과 출입문을 부수고 있다. [사진 유튜브 락TV 캡처]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을 폭력적으로 점거한 사태와 관련해 경찰과 검찰이 강력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긴급회의를 열어 수사전담팀을 구성했다. 경찰은 “채증 자료를 바탕으로 주동자는 물론 불법행위자 전원에 대해 구속수사 등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도 검사 9명으로 전담팀을 꾸렸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20일 긴급 대법관회의를 소집했다.


시위대는 이날 오전 2시59분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 폭력적으로 변했다. 이들은 법원 정문을 지키던 경찰을 피해 법원 후문으로 향해 둔기 등으로 철창 벽을 깨고 3시20분 청사 내부로 들어갔다. 법원 청사를 점거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시위대는 제지하는 경찰을 향해 꽃병·재떨이 등을 던지거나 소화기를 뿌렸다. 이들 중 일부는 “법원 폐쇄회로(CC)TV 선을 끊었으니 마음껏 청사 안으로 진입하라”고 외쳤다. 실제로 전선으로 보이는 선이 끊어져 있었다. 또 법원에 주차된 오토바이 4대를 바리케이드 삼아 농성에 들어갔다. 경찰 방패를 빼앗고 폭행하기도 했다. 일부 경찰이 피를 흘리고 쓰러졌다. 본격적으로 청사 내부에 진입한 이들은 “차은경(구속영장 발부 판사) 어딨어!”라고 외치며 각목을 들고 청사를 배회했으며, 판사들이 근무하는 5·6·7층까지 난입했다.


현장에 있던 경찰은 “철장 벽을 흔들고 담을 타고 들어오는데 좀비 같았다”며 “상처 입은 직원들은 (살이) 찢겨서 뼈가 다 보일 정도”라고 전했다. 19일 오전 기준 경찰 7명이 전치 3주 이상의 상처를, 기동대 35명은 경상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 밖에서도 시위대는 취재진을 위협하고 카메라 메모리 카드를 빼앗았다. “밖이 궁금해 나와봤다”는 중학교 2학년 학생을 붙잡아 놓고는 “중국인 아니냐”며 취조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 주관으로 ‘긴급 경찰 지휘부 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후 현장을 찾은 그는 “향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끝까지 추적해 구속 등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며 “법원 등 국가기관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판사 등 위해 우려 대상에 대한 신변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극우 유튜버들에 대한 수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배후 등에 대해서도 충분히 수사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경찰은 18~19일 이틀간 서부지법 앞 집단 불법행위로 총 87명을 연행해 조사하고 있다. 19일 새벽 서부지법에 침입해 기물 파손 등 혐의로만 46명을 붙잡았다.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부장판사는 경찰로부터 신변보호를 받게 됐다.


검찰도 서부지검에 대응팀을 꾸려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어젯밤부터 오늘 새벽 사이에 서부지법과 인근에서 자행된 불법 폭력 점거시위는 법치주의와 사법체계를 전면으로 부정하는 매우 중대한 범죄”라고 밝혔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20일 대법관들과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19일 오전 서부지법을 살핀 후 경찰청에서 경찰 간부들을 만나 “그간 법원 피습과 관련한 참혹한 상황과 법치의 훼손을 엄중하게 인식한다. 역사적 퇴보를 가져가는 상황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 변호인단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윤 대통령은 서부지법에서 발생한 상황을 전해듣고 매우 놀라며 안타까워했다”며 “많은 국민의 억울하고 분노하는 심정은 이해하나 평화적인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경찰도 강경 대응보다 관용적 자세로 원만하게 사태를 풀어나가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정세희·이영근·신혜연·이수민 기자 jeong.sae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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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도로 변한 尹지지자들…민간인 둘러싸고 마구 때렸다


19일(한국시간) 오전 2시 53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지지자들이 서부지법에 진입해 폭동을 일으켰다. 시위대가 부순 서부지법 표지판이 짓밟혀 있다. 이영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폭도로 변한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을 점거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서울서부지법 차은경 부장판사는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18일 오전 2시 50분쯤(한국시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 직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 후문 앞에서 시위하던 지지자 100여명이 경찰의 제지를 뚫고 법원 경내로 난입했다.


이들은 쇠막대기, 소화기 등을 내리쳐 법원 창문을 깨고 오전 3시 21분쯤 내부로 진입했다. 일부 폭도는 “법원 폐쇄회로(CC)TV 선을 끊었으니 마음껏 청사 안으로 진입하라”고 외쳤다. 실제로 전선으로 보이는 선이 끊어져 있었다. 이어 “빨갱이 판사 다 잡아” 등 욕설을 내뱉으면서 깨진 창문 틈 사이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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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서부지법 경내에서 폭도가 흘린 것으로 추정되는 피가 곳곳에 흘려져 있었다. 이영근 기자


법원 정문을 지키는 경찰들이 있었지만 중과부적이었다. 이미 청사 안에 들어온 폭도들이 반대편에서 정문 셔터를 들어 올리면서 경찰 스크럼도 와해됐다. 이들을 진압하려던 한 경찰은 진압 방패를 뺏기고 방패로 맞기도했다. 본격적으로 청사 내부에 진입한 이들은 “차은경 어딨어!라고 외치며 각목을 들고 청사를 배회했다. 일부 시위대는 판사들이 업무를 보는 5, 6층에 진입하기도 했다. 법원 경내는 유리창 깨는 소리가 쉬지 않고 들렸다. 그 과정에서 혈흔도 곳곳에 묻어 있었다.


오전 3시 32분쯤 대규모 기동대를 투입한 경찰은 이들을 내쫓고 정문 앞에서 대치했다. 경찰은 “불법행위를 하면 체포될 수 있다”는 경고 방송을 거듭했지만 시위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탈취한 경찰 방패와 깨뜨린 벽 타일로 경찰을 위협했다. 경찰과 20분 넘게 대치를 이어간 이들은 “국민저항권을 발동한 4·19 혁명이다”, “불 안 지른 게 다행인 줄 알아”, “나라 팔아먹은 새X들“ 등 궤변과 욕설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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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서부지법을 점거했던 폭도가 오토바이 바리케이드를 세워 경찰과 대치했다. 이영근 기자


오전 4시쯤 경찰은 폭도들을 후문까지 몰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10여 분 뒤 이들이 재차 진입해 밀려 원점으로 후퇴했다. 시위대는 주로 깨진 타일을 던지면서 저항했다. 또 법원에 주차된 오토바이 4대를 바리케이드 삼아 농성에 들어갔다. 소화기를 뿌려 시야를 차단하거나 법원 밖에 있던 경찰 질서유지선을 탈취하고 후문으로 우회해 들어오는 길목을 차단해버렸다. 한참을 대치하던 경찰은 오전 5시 34분에서야 이들을 후문 쪽으로 쫓아냈지만 상당수는 “헌법 수호”를 외치면서 드러누웠다. 이후 오전 5시 50분에야 이들을 끌어냈다.


폭도들은 시민과 기자에 대한 폭행도 서슴지 않았다. 오전 4시 39분쯤 한 남성은 법원 후문 앞에서 십여명에게 둘러싸여 “프락치”라는 이유로 마구잡이로 두들겨 맞았다. 그를 땅바닥에 패대기친 이들은 “나는 대구 사람”이라고 외치며 우는 남성을 발로 밟았다. 남성은 입가에 피를 흘린 채 일부 지지자들이 말리는 틈을 타 겨우 도망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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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서부지법을 습격한 폭도들에게 경찰은 속수무책이었다. 사진은 법원 경내에서 포착된 경찰모. 이영근 기자


영상이나 사진을 찍으면 소속과 정체를 물으며 위협하기도 했다. 오전 3시 20분쯤 법원 안에서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던 한 방송사 기자도 이들에게 둘러싸여 폭행당했다. 기자 명함을 보여주고 카메라 속 메모리 카드를 반납한 뒤에야 풀려났다. 법원 후문 맞은편 옥상에서 촬영하던 또 다른 기자를 찾아간 이들은 “나라를 망친 놈들한테서 메모리 카드를 빼앗았다”고 외쳤다.


경찰은 법원에서 폭동을 일으킨 40여 명을 곧바로 체포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충돌 자제” 성명을 냈다.


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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