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 "내 물건은 내가 고친다"... 소비자 '수리권' 운동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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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 자가수리 막는 제조사들... 새 제품 구매 유도
토스터는 일부러 약하게, 기어는 플라스틱으로... 의도된 고장
토론토 수리카페(Repair Café Toronto)가 12년간 보여준 '자가수리 운동'이 캐나다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장난감부터 전자제품까지 다양한 물건을 수리해온 이들의 경험은 제조사들의 의도적인 수리 방해 실태를 드러냈다.
현장에서 확인된 제조사들의 수리 방해는 교묘했다. 토스터의 전자석을 일부러 약하게 만들어 시간이 지나면 작동이 멈추게 하거나, 믹서기와 문서파쇄기의 기어를 쉽게 마모되는 플라스틱으로 제작했다.
스마트폰 수리 비용도 소비자들을 새 제품 구매로 내몰고 있다. 웨스턴 대학교 조사에 따르면 화면 교체비용이 300달러로, 350달러면 살 수 있는 신제품과 큰 차이가 없었다.
연방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두 개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C-244법안으로 제품 수리를 위한 기술적 보호조치 우회가 가능해졌고, C-294법안으로 기기 간 호환성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이 허용됐다.
달하우지 대학교 연구진은 수리권 제한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휠체어, 심장박동기, 농기계, 자동차 등 필수 장비들도 수리가 제한되면서다.
제조사들도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애플은 올해부터 캐나다 소비자들에게 아이폰12 이후 모델과 맥북에어 등 42개 제품의 부품과 수리도구, 매뉴얼을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도구 대여료 49달러, 배터리 교체 부품 100달러 등 여전히 높은 비용이 문제다.
온타리오주는 한발 더 나아가 소비자보호법 개정을 추진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제조사들은 전자제품, 가전제품, 휠체어, 자동차, 농기계의 수리 매뉴얼과 부품, 소프트웨어, 도구를 합리적 가격에 제공해야 한다.
캐나다 수리연합(Canadian Repair Coalition)은 프랑스의 '수리 용이성 점수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이 제도는 전자제품의 수리 난이도를 점수로 표시하며, 현재 유럽연합 전역에서 시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수리권이 환경 보호와도 직결된다고 지적한다. 수리가 어려워 교체를 선택할 경우 전자폐기물이 늘어나고 환경오염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제품의 수명을 늘리는 것이 결국 지속가능한 소비의 핵심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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