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 “살려는 주지만 약값은 당신 몫” 공공의료 캐나다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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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값이 생명줄인데, 공공의료는 거기까지 닿지 않았다
“약값 때문에 목숨이 달린 문제…투표는 약을 위한 선택”
총선 앞두고 '전국 약값 보장제' 정치 쟁점 부상
생후 15개월 된 로즈메리가 병원으로 이송되던 날, 아버지는 눈보라를 뚫고 다섯 시간을 운전했다. 아이는 당뇨성 케톤산증으로 생명이 위태로웠고, 한밤중 핼리팩스를 향한 응급 항공기 안에서 겨우 의식을 붙잡고 있었다. 응급 수송, 집중치료, 장비, 약물 투여 등 모든 처치는 캐나다의 공공의료로 지원됐다.
그러나 병원 밖에서의 치료는 전혀 달랐다. 평생 인슐린을 맞고, 혈당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며, 매일 약과 기기를 써야 하는 로즈메리가 살아가기 위해선 민간 보험과 부모의 지출에 의존해야 했다.
캐나다는 전 세계에서 공공의료를 운영하는 나라 중 유일하게 전국 단위의 약값 보장 제도가 없는 국가다. 주마다 약값 지원 범위와 방식이 달라 치료 연속성이 끊기기 쉽고, 고용 형태나 보험 여부에 따라 지원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2024년, 자유당과 신민주당(NDP)의 공조로 전국 약값 보장 1단계 법안이 통과됐다. 피임약과 당뇨 관련 약품에 대해 연방 예산 15억 달러가 배정됐고, 매니토바를 시작으로 BC, 프린스에드워드 아일랜드가 참여를 선언했다. 그러나 아직 대부분의 주가 동참하지 않은 상태이며, 제도의 실효성은 미지수다.
여기에 더해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입장 차이도 뚜렷하다. 보수당은 정부가 약값 전액을 책임지는 방식은 지나치다며 집권 시 폐지를 시사했다. 반면 자유당은 “필요한 사람을 위한 보장”이라는 방향으로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신민주당과 녹색당은 약값 보장 전면 확대를 주장하며, 블록퀘벡당은 퀘벡의 독립 제도 유지를 주장한다.
문제는 단순히 정치적 공방에 머무르지 않는다. 당뇨 1형을 앓는 아이의 연간 치료비는 최대 1만8,000달러에 달한다. 인슐린, 혈당측정기, 센서, 주사기, 인슐린 펌프 등은 필수 생명 유지 장비다. 사비로 감당하지 못하면 아이는 쓰러지고, 발작하거나, 사망할 수 있다.
지금은 민간 보험이 있어 간신히 버티지만, 아이가 자라 성인이 되고 스스로 보험을 구해야 할 날이 오면 상황은 달라진다. 아버지는 말했다. “약값이 보장돼야 비로소 우리는 일과 미래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캐나다의 공공의료는 아이의 목숨을 구했다. 이제,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싸움은 약값 정책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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