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 加 G7 참석하는 李대통령… 23년 전 ‘카나나스키스 G8’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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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직후 ‘산골 회담’…폭력 시위 원천 차단한 ‘신의 한 수’
아프리카 지원·핵 폐기 ‘통 큰 합의’…정상들 골프·쇼핑 등 뒷얘기도 풍성
캘거리 도심선 ‘나체·진흙춤’ 시위…평화롭지만 이색적인 시위 눈길
이재명 대통령이 앨버타주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초청국 정상 자격으로 참석한다.
취임 후 세계 최고 수준의 다자 외교 무대에 데뷔하는 것으로, 이번 방문을 계기로 23년 전 같은 지역에서 열렸던 2002년 G8 정상회의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당시 회의는 파격적인 장소 선정과 굵직한 합의, 정상들의 인간적인 뒷얘기까지 남기며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정상회의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2002년 G8 정상회의는 전년도 9·11 테러의 충격과 직전 이탈리아 제노바 회의가 경찰의 시위대 총격 사망 사건으로 얼룩지는 등 최악의 조건 속에서 막을 올렸다. 하지만 당시 장 크레티앵 총리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대도시가 아닌 앨버타주 로키산맥의 외딴 휴양지, 카나나스키스(Kananaskis)를 회의 장소로 택했다.
이 ‘신의 한 수’는 완벽하게 통했다. 물리적으로 시위대의 접근이 차단되면서 폭력 사태를 원천 봉쇄했고, 삼엄한 경비 속에서도 정상들은 마치 ‘노변담화’처럼 친밀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회담에 임할 수 있었다.
존 커튼 토론토 대학교 G7 연구 그룹 소장은 “카나나스키스 회의는 테러 방지와 안보라는 목표를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지원과 환경 보호라는 캐나다의 핵심 의제까지 평화롭게 관철하며 후대 정상회의의 완벽한 본보기를 제시했다”고 극찬했다.
회의의 성과 역시 굵직했다.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을 최우선 의제로 삼길 원했지만, 크레티앵 총리는 아프리카 지원이라는 기존 의제를 고수하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4개국 정상과 코피 아난 UN 사무총장을 특별 초청해 아프리카 국가들의 부채 탕감, 서방 시장 개방, 교육 지원 등을 약속한 ‘아프리카 행동 계획’을 채택했다.
동시에 구소련의 낡은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를 해체하기 위해 10년간 200억 달러를 지원하는 ‘글로벌 파트너십’을 출범시키는 데도 합의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러시아 대통령이 냉전 시대의 적수였던 G7 국가 사찰단의 비밀 핵시설 방문 및 해체 작업을 허용한 것은 이 회담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엄숙한 의제와 별개로 정상들의 소소한 뒷얘기는 회의에 재미를 더했다. 캘거리 공항에 도착한 정상들은 환대의 의미로 흰색 카우보이 모자를 선물 받았다.
부시 대통령은 모자를 잠시 썼다가 경의를 표하듯 가슴에 댔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말을 타는 시늉을 해 좌중을 웃게 했다. 반면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착용을 거부했고, 푸틴 대통령은 신기한 듯 모자를 뜯어보기만 해 대조를 이뤘다.
정상들은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틈을 내 캐나다의 자연을 즐겼다. 크레티앵 총리는 공식 회의 시작 몇 시간 전 4개 홀 골프를 즐기며 버디를 기록했고, 시라크 대통령은 기념품 가게에서 무스가 수놓아진 어린이용 스웨터와 골프 모자를 쇼핑했다.
푸틴 대통령은 밴쿠버 인근에서 제작된 150달러짜리 대형 ‘드림캐처’를 구매했다. 특히 부시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호텔 헬스장에서 함께 땀을 흘리며 운동하는 모습이 포착돼, 당시 언론은 이를 ‘유산소 양자회담’이라 부르기도 했다.
회의장과 멀리 떨어진 캘거리 도심에서는 시위가 이어졌지만,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시위대는 의류 회사의 노동 착취에 항의하며 나체로 거리에 나서는가 하면, 진흙을 바르고 춤을 추거나 함께 모여 뜨개질하는 등 평화롭지만 독특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냈다.
이처럼 안보, 실리, 개성을 모두 잡았던 2002년 카나나스키스 G8 정상회의의 교훈은 이재명 대통령의 본격적인 정상외교 데뷔 무대가 될 앨버타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요한 참고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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