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 '러 스파이 아들' 6년 전 판결, 타조 300마리 살처분 길 열려
관련링크
본문

시민권 싸움이 만든 '합리성' 기준, 타조 농장에겐 '족쇄'
조류 독감 살처분 명령… "CFIA 결정은 합리적" 판결 잇따라
BC주 유니버설 타조 농장의 타조 300여 마리가 결국 살처분된다. 캐나다 대법원은 6일 농장주가 제기한 상고 신청을 기각했다. 이번 결정의 핵심 근거는 6년 전 '러시아 스파이의 아들' 알렉산더 바빌로프의 시민권 소송에서 확립된 '행정 결정의 합리성' 판례였다. 이 기준이 타조 농장의 발목을 잡았다.
바빌로프 씨는 1994년 토론토에서 러시아 스파이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2014년 캐나다 정부는 그가 외국 정부 직원의 자녀라는 이유로 시민권을 취소했다. 그는 연방 법원에 이의를 제기했고, 이 싸움은 대법원까지 이어졌다. 당시 대법원은 행정 기관의 결정을 법원이 검토할 때, 그 결정이 "정당성, 투명성, 명료성"을 갖췄는지, 즉 '합리성'을 가졌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새로운 사법 심사 기준을 세웠다.
겉보기에는 스파이 사건과 타조 살처분이 무관해 보이지만, 두 사건의 핵심은 같다. 정부 기관의 결정에 법원이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느냐다. 연방 항소법원은 판결문에서 바빌로프 사건의 목적이 캐나다 식품검사국(CFIA) 같은 행정기관에 공통으로 적용될 판단 기준을 세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식품검사국은 지난해 12월 31일, 농장에서 죽은 타조에서 조류 독감이 확인된 지 41분 만에 전체 살처분을 명령했다. 농장주들은 감염된 개체는 이미 분리돼 있고, 나머지 타조는 희귀한 유전적 가치를 지닌다며 살처분 제외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농장주들은 연방 법원에 재검토를 요청했지만, 법원은 바빌로프 기준을 적용해 이를 기각했다. 법원은 판사는 법률 전문가일 뿐, 보건이나 바이러스, 수의학 전문가가 아니라고 밝혔다. 또 법원의 역할은 어떤 과학이 옳은지를 판단하는 게 아니라, 식품검사국의 결정 과정이 합리적이고 절차적으로 공정했는지를 보는 것이라고 했다.
연방 법원은 법원이 과학 논쟁의 승패를 가리려 한다면, 합리성 검토의 범위를 넘어서고 스스로를 과학의 심판으로 착각하는 잘못을 범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조류 독감 확산 같은 복잡한 과학 문제는 일반 상식으로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빌로프 사건에서 대법원은 정부가 법을 잘못 해석했다고 보고 시민권 박탈 결정을 ‘불합리하다’며 바빌로프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이 ‘합리성’ 기준은 오히려 타조 농장주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이들은 동물 건강과 식량 안보를 관리하는 기관의 규제를 직접 받아야 했다. 연방 항소법원은 판사들도 냉정한 사람은 아니라며 농장주의 처지를 이해한다고 했지만, 하급심 모두 식품검사국의 결정이 합리적이고 법에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대법원도 이 결정을 문제 삼을 이유가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관련 뉴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