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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 '전쟁 라이브' 시대... 24시간 쏟아지는 참상

밴쿠버 중앙일보 기자 입력25-11-11 09:49 수정 25-11-1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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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가 무기화"… 가짜뉴스에 신뢰 기반 '붕괴'


플랫폼 규제, 시민 교육 등 '디지털 회복탄력성' 시급


현충일(리멤브런스 데이)은 과거의 전쟁을 되새기고 희생을 기리는 ‘집단적 기억’의 시간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등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24시간 휴대전화 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오늘날, 그 의미는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쟁과 폭력, 상반된 ‘진실’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디지털 전쟁 피로감’이라 부르며, 우리가 전쟁을 인식하고 기억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 현충일이 사회의 '집단 기억'을 다지는 역할을 했다면, 오늘날 개인화된 뉴스 피드는 각기 다른 '사실'을 유포하며 오히려 그 기반을 흔들고 있다. 임상 심리학계는 이른바 '디지털 전쟁 피로감'이 학습된 무력감과 둔감화, '공감 소진'으로까지 이어진다고 경고한다.


인간의 감정 시스템은 끝없는 트라우마를 처리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재난과 개인적 상실이 뒤섞여 쏟아지면서 뇌와 신체는 마치 실제 전쟁터에 있는 듯한 반응을 보인다. 끔찍한 장면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감정을 스스로 차단하는 ‘공감 과부하’가 일어나며, 이는 얕고 단기적인 기억으로 남는다.


이 과정에서 코르티솔, 아드레날린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다 분비돼 뇌의 해마 기능을 저하시킨다. 결국 새로운 기억이 제대로 저장되지 못하고, 일종의 ‘기억 결손’ 상태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반복적 노출이 인류애에 대한 신뢰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더 심각한 점은 이러한 혼란이 단순한 부작용이 아니라 ‘의도된 결과’일 가능성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확산되면서 진실과 거짓이 같은 화면에 뒤섞여 노출되고, 이는 불신을 부추기며 현실 감각을 흐리게 만든다.


과거에도 심리전은 전쟁의 중요한 요소였지만, 지금은 그 범위와 속도가 전혀 다르다. 현대의 적들은 거짓 정보와 감정적 피로를 동시에 퍼뜨려 사회적 결속을 무너뜨리고, 대중의 신뢰를 공격한다. “표현의 자유가 스스로를 겨누는 무기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본적 사실에 대한 신뢰가 붕괴하면서 사회 전반에 냉소가 퍼지고 있다. 서로 다른 ‘현실’을 믿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공동체의 ‘공유된 기억’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경고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소셜미디어 기업들의 이익 중심 구조가 이러한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며, 캐나다도 유럽처럼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고 투명성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규제뿐 아니라 시민 교육과 사회적 신뢰 회복 역시 시급하다. 사실이 조각나고 공감이 마모되는 이 ‘관심의 전쟁’ 속에서, ‘기억’ 그 자체가 또 하나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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