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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 홍콩 대형 화재 참사, 밴쿠버 아트갤러리 앞 추모 물결

밴쿠버 중앙일보 기자 입력25-12-02 09:42 수정 25-12-0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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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 규명 목소리, 단순 사고 아닌 구조적 부패 지적


안전불감증이 빚은 비극, 대나무 비계 그물망이 화근


지난 30일 밴쿠버 아트갤러리 앞 광장은 하얀 국화와 촛불로 뒤덮였다. 홍콩 타이포 지구 왕푸코트 단지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목숨을 잃은 150여 명의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수백 명의 인파가 모여들었다. 참가자들은 묵념과 헌화를 통해 고인들의 넋을 위로하는 한편 이번 참사가 단순한 사고가 아닌 인재라는 점에 주목하며 홍콩 당국의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참사가 발생한 곳은 리노베이션 공사가 진행 중이던 고층 아파트 단지였다. 홍콩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불길은 건물 외벽에 설치된 대나무 비계를 덮고 있던 그물망에서 시작돼 순식간에 주거용 타워 전체로 번졌다.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인 홍콩 수사당국은 공사 현장에 사용된 그물망이 화재 안전 기준에 미달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조사관들이 현장 곳곳에서 수거한 20개의 그물망 시료 중 7개가 안전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 시공 업체가 이윤을 남기기 위해 안전을 담보로 저가 자재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홍콩 반부패 수사 기구는 현재까지 관련자 14명을 체포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에릭 챈 홍콩 정무수석 또한 시공사들이 사람들의 목숨을 담보로 이익을 추구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고층부에서 수거한 샘플까지 안전 기준 미달로 판명되면서 비용 절감을 위해 조직적인 불법 행위가 있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날 밴쿠버 추모 현장의 분위기는 단순한 슬픔을 넘어 분노와 허탈감이 교차했다. 현장에 모인 밴쿠버 거주 홍콩 출신 이민자들은 이번 사건이 홍콩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부패와 정부의 관리 감독 부실이 빚어낸 참극이라 입을 모았다. 과거 홍콩이었다면 정부와 당국에 대한 강력한 비판과 책임 추궁이 가능했겠지만 2019년 이후 급격히 변화된 정치 지형 속에서 이러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졌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표하는 이들도 많았다.


참가자들은 "홍콩 화재에 대해 물어봐 달라"는 피켓을 들고 이번 사건 뒤에 숨겨진 부패의 사슬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홍콩 당국의 실책이 끔찍한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멀리 밴쿠버에서나마 진실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보태겠다는 의지다. 타이포 지구에 거주했던 경험이 있는 한 참가자는 불길에 휩싸인 고향의 모습을 보며 탈출하지 못한 주민들이 겪었을 공포에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추모식에 참석한 케니 치우 전 연방 하원의원 등 지역 사회 인사들은 캐나다와 홍콩의 현실을 대조하며 민주주의와 책임 행정의 중요성을 되새겼다. 캐나다에서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 언론의 감시와 대중의 비판을 통해 책임을 지는 구조가 확립되어 있지만 현재의 홍콩은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민주주의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방심할 경우 캐나다 또한 언제든 비슷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홍콩에는 약 30만 명의 캐나다인이 거주하고 있다. 다행히 이번 화재로 인한 캐나다 국적자의 피해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으나 교민 사회는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사망자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밴쿠버의 홍콩 교민 사회는 고향의 비극을 자신의 일처럼 아파하며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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