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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 새누리 60명 의장실 심야 점거 “정세균 사퇴” 고성·몸싸움

온라인중앙일보 기자 입력16-09-0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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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자!” 1일 오후 2시30분쯤 국회 본회의장 맨 뒷좌석에 앉아 있던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이렇게 말하곤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주변의 새누리당 의원들도 “더 이상 못 듣겠다”며 우르르 자리를 떴다. 오전 10시30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3당 간사가 모여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 합의한 내용을 발표한 지 4시간 만이었다. 정기국회 첫날, 국회는 이렇게 또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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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의원 60여 명이 1일 오후 11시쯤 정세균 국회의장(맨 앞)의 집무실을 사실상 점거했다. 정 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에 반발하며 본회의를 보이콧 중인 새누리당 의원들은 정 의장의 공식 사과와 의장직 사퇴를 촉구했다. 의장실 진입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고성이 오갔다. [뉴시스]

 

발단은 우병우 민정수석 논란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를 거론한 정세균 국회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였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정 의장은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우병우)과 관련한 논란은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라며 “실질적으로 검찰에 대한 영향력을 크게 행사하는 자리에 있는 당사자가 그 직을 유지한 채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을 국민들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냐”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정기국회 기간 내에 고위 공직자 비리를 전담하는 특별수사기관 설치를 깊이 있게 논의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는 새누리당에선 반대하고 있다.
 

정, 개회사서 우병우·사드 지적
여당 “중립의무 위반” 집단 퇴장
우상호 “귀 거슬린다고 보이콧하나”
늑장합의한 추경안 또 처리 무산

 

새누리당 의원들이 웅성대기 시작했지만 정 의장은 말을 이어갔다. 이번엔 사드와 관련해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떠나서 우리 내부에서의 소통이 전혀 없었고 주변국과의 관계 변화 또한 깊이 고려한 것 같지 않다”며 “지금과 같이 남북이 극단으로 치닫는 방식은 곤란하다”고 했다. 이때 새누리당 측의 반발이 최고조에 달했다. “의장이 어떻게 그런 얘기를 합니까(조원진 최고위원)” “의장님이 야당 대표예요?(이장우 최고위원)”라고 반발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정기국회 개회에 맞춰 예정됐던 국회의원 사진 촬영을 거부하고 의원총회를 열었다. 회의는 강경론으로 들끓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정 의장을 ‘야당의 대변인 역할밖에 못하는 국회의장’으로 규정하며 “국회의장의 온당한 사과와 후속 조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새누리당은 앞으로 20대 국회의 모든 의사 일정을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평소 온건주의자로 분류되는 김세연 의원도 “개회식에서 접했던 상황은 정말 섬찟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70년간 쌓아온 대한민국의 정치적 기반이 종지부를 찍는 듯한 위기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책위의장 출신인 김정훈 의원이 나서 “국회의장도 체면이 있는데 이렇게 세게 밀어붙이면 사과하고 싶다가도 못할 수 있다. 원내지도부가 만나보자”고 온건론을 폈지만 오히려 야유만 받았다.

이후 새누리당은 결의문을 통해 “국회를 대표해야 할 국회의장이 좌파 시민단체나 할 법한 주장을 개회사에 담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국회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정 의장은 즉각 국회의장직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사퇴 촉구 결의안은 2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후 이정현 대표 등 지도부들은 의장실로 향했다. “국회를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고” “역대 이런 적이 없어요. 사퇴하세요” 등 격한 발언들이 문틈으로 흘러나왔다. 밤 늦게까지 의총을 이어간 새누리당 의원 60여 명은 밤 11시쯤부터 자정 넘어까지 의장실을 사실상 점거한 뒤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의장실에선 한동안 고성이 오갔고 새누리당 의원과 의장실 직원 사이에선 몸싸움도 벌어졌다.


반면 야당은 이런 새누리당에 비판을 쏟아냈다. 더민주의 우상호 원내대표는 “ 집권여당이 국회의장 발언을 문제 삼아 정기국회 일정을 보이콧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며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한다고 국회 일정 전체를 보이콧하는 게 올바른 태도인가”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여소야대라는 게 뭐냐”며 “국회의장님을 만나서 당대 최고의 개회사를 하셨다고, 아주 잘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날 밤 9시 김영수 국회 대변인을 통해 “개회사에 대해 논란이 되는 부분은 추후 논의를 하더라도, 추경 등 시급한 현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참석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수적 열세를 절감하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무기력한 집권여당 새누리당과 오랜만에 잡은 수적 우세를 즐기는 두 야당이 만들어낸 정기국회 첫날의 풍경은 이렇게 아수라장이었다. 전날 밤 늑장 합의를 해놓고도 “국민을 위해”를 외쳤던 그들이지만 ‘1일 추경안 처리’ 약속은 또 무산됐다. “국민을 위해”는 그들에게 정말 어울리지 않는 말인 것 같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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